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샘 시아니스와 빌리 고트 테번
이제 시카고 컵스 팬들은 ‘염소의 저주’에서 자유롭다. 2016년 월드시리즈에서 컵스가 우승을 하면서 염소의 저주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고 역사의 저편으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올 시즌 역시 컵스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자연스럽게 빌리 고트 태번(Billy Goat Tavern)도 시카고언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다. 빌리 고트의 주인이자 시카고의 상징처럼 불렸던 이 술집을 운영했었던 샘 시아니스가 최근 타계했다. 가족과 병원측에 따르면 샘 시아니스는 지난 15일 시카고의 엔데버 스웨디시 병원에서 91세의 나이로 숨졌다. 평안하게 가족들과 함께 있던 병실에서 눈을 감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샘 시아니스는 그리스에서 태어난 이민 1세다. 샌프란시스코로 이민 와서 살다가 시카고에 살고 있었던 삼촌의 부름을 받고 이주했다. 그의 삼촌은 윌리엄 시아니스. 시카고 컵스팬들에게는 깨끗히 잊고 싶은 그 염소의 저주의 주인공이자 빌리 고트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바로 그 인물이 샘 시아니스의 삼촌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염소의 저주는 1945년 10월 6일 시작됐다. 시카고 컵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간 월드시리즈 4차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시카고의 빌리 고트 테번의 주인이었던 윌리엄 시아니스는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술집 이름이자 마스코트였던 염소 머피와 함께 리글리필드를 찾았다. 머피는 7달러 20센트짜리 입장권도 별도로 지참하고 있었다. 하지만 염소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다른 팬들이 머피를 입장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단에서는 윌리엄과 머피의 리글리필드 입장을 거절했다. 당시 컵스 구단 소유주였던 필립 리글리도 머피와 함께 시아니스의 구장 출입을 막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격분한 시아니스가 “이제 컵스는 더 이상 우승하지 못할 것이다. 염소가 리글리필드에 다시 입장하지 못한다면 컵스는 절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저주를 퍼부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컵스는 해당 경기였던 4차전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디트로이트에 그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내줬다. 이후 70년간 리글리필드에서 월드시리즈는 다시 열리지 못하게 됐다. 이것이 메이저리그에서 유명했던 염소의 저주다. 메이저리그에는 염소의 저주 말고도 밤비노의 저주, 와후 추장의 저주 등이 있다. 하지만 컵스는 염소의 저주 말고도 악명 높았던 바트맨의 저주까지 품고 있었다. 물론 2016년 컵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저주라는 굴레는 훌훌 털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이제 컵스팬들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염소의 저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마치 염소의 저주는 아주 오래전 전설과 같이 전해져 내려왔던 것과 같았다는 듯이. 컵스팬들에게 회자되던 염소의 저주도 사실 팩트체크가 필요한 점이 있다. 윌리엄 시아니스는 1945년 월드시리즈 입장이 거부된 직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후대에 가서 당시 상황을 알게 된 컵스팬들이 염소의 저주라는 이미지를 생성하고 다소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팬들도 많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윌리엄 시아니스가 주인이었던 빌리 고트 테번의 특수성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빌리 고트 테번은 다운타운 시카고 강과 미시간길이 만나는 곳 북쪽 지하에 위치해 있다. 로워 미시간길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강 남쪽의 로워 웨커 드라이브와도 연결된 곳이다. 이 곳은 한낮에 가더라도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또 이 술집은 시카고 신문사 기자들에게는 자주 찾던 사랑방과 같은 장소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시카고 트리뷴과 시카고 선타임스 건물이 인접해 있어 당대 최고라고 평가 받는 기자들이 마감 시간이 끝나면 이 곳에 모여 이 술집의 대표 메뉴인 치즈버거와 맥주를 즐겼던 곳이었다. 이 술집을 자주 찾던 기자들이 시카고 컵스가 항상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곤 하면 염소의 저주를 언급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풀려진 것이라고 믿는 시카고언들이 많다. 염소의 저주를 풀기 위해 샘 시아니스는 몇차례나 염소와 함께 리글리필드를 찾았다. 컵스 구단도 이에 적극 협조했고 2008년에는 그리스 정교회 사제가 컵스의 덕아웃을 찾아 성수를 뿌리며 저주가 풀리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빌리 고트 태번은 유명 TV 코미디 쇼인 ‘Saturday Night Live’에 나오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도 했다. 1978년 존 벨루시가 나온 무대가 바로 빌리 고트 태번이었는데 그 때 샘 시아니스가 그리스 사람 특유의 억양으로 ‘치즈보고, 치즈보고! 노 펩시, 코크!’를 외치는 장면은 단순한 유명 쇼의 한 장면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미지로 소비됐다. 이제 윌리엄과 샘 시아니스는 세상을 떠났지만 빌리 고트 태번은 아직도 그의 후손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제는 미래 컵스팬들에게 부담없이 염소의 저주에 관해 설명해줘도 될 만큼 컵스는 염소의 저주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2016년 가을의 그 환호가 언제쯤 다시 올지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올해 컵스의 경기를 보아하니 기대를 걸어도 될만 하다. 한때 염소의 저주가 가득했던 리글리필드에서 15경기 연속 승리라는 기록을 세우는 등 최근 들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스사이더이자 전세계 최고의 야구팬인 교황을 확보한 화이트삭스 역시 올해 들어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시카고 야구팬들에게는 이래저래 야구 보는 재미가 쏠쏠한 요즘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시아니스 윌리엄 시아니스 염소 머피 시카고 컵스
2026.05.20. 1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