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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 식물 모두 제거, 비판 목소리 높아

가주가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산불 방지 규정이 논란을 낳고 있다. 새 규정은 '존 제로(Zone 0)'로 불리는 주택 주변 5피트 이내의 구역에 사실상 모든 식물과 가연성 물질을 금지한다.   기존의 산불 예방 지침은 주택 인근에 가연성 물질을 두지 않도록 권장했다. 그러나 개빈 뉴섬 주지사의 행정명령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불티 방지 구역(ember-resistant zone)' 계획은 잔디와 관목, 나무까지도 금지하는 강도 높은 규제가 들어있다.   이 제도는 대형 산불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주거 지역 피해가 늘면서 2024년부터 가주 전역의 고위험 산불 지역(WUI)에서 본격적으로 도입을 추진했다. 지난 1월 퍼시픽 팰리세이즈 산불에서 보듯 기존의 소방 시스템으로는 산불 저지에 한계가 있고 일단 거주 지역으로 불이 번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번 조치의 근거 중 하나는 UC버클리와 가주소방국의 연구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택 화재는 직접적인 화염 접촉보다는 날아다니는 불티에 의해 시작됐다. 불티는 건물 외벽 근처의 낙엽과 관목, 목재 구조물 등에서 발화해 집 전체로 번졌다. 불티가 집을 태우고 집이 다시 불티가 되는 고리를 끊는 조치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불티를 막아야 주택을 지킬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2026년부터 가주 전역에서 시행 예정인 이 규제안을 놓고 반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발화와 연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잘 관리된 식물과 나무가 바람에 날리는 불티로부터 주택을 보호하고, 화재 확산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고 지적한다.   식물이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됐다. 실제로 대규모 산불이 휩쓴 후에도 일부 주택의 주변에는 푸른 나무가 남아 있다. 불길을 견딘 식물에서 흔히 관찰되는 그을음은 소실된 건물 쪽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바람에 날린 불티가 주택을 먼저 태웠고 주택 자체가 연료 역할을 하며 화재가 확산했음을 시사한다. 지난 1월 LA 대형 산불 이후 수천 채의 주택이 소실된 현장에서 이런 패턴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살아있는 식물이 불길에 노출되면 내부 수분이 증발하면서 불이 잘 붙지 않게 한다. 식물에 충분한 수분이 있으면 발화를 방지할 수 있다. 이는 여러 실험 결과와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살아있는 식물에 불이 붙을 수 있지만 식물의 수분 함량은 불의 세기나 확산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잘 관리된 녹색 식생은 에너지를 흡수하고 불티를 차단해 화재 확산을 늦추는 열 흡수체 역할을 할 수 있다. 호주의 사례 연구에서도 이러한 보호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단순히 식물 관리뿐 아니라 주택 손실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낙엽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빗물받이 덮개 설치나 가연성 외벽 금지, 다락과 바닥 통풍구에 불티 유입 방지용 그물망 설치 등으로 주택의 화재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존 제로' 권고안은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보험업계 기관이 대규모 실험을 통해 입증한 가연성 멀치(mulch)와 나무 울타리 금지 등의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식물 조합은 모델링이 어렵고 지역마다 다른 복잡한 조건을 단순화하기 어렵다. 현재 규제안은 과학적 연구에서 밝혀진 식물 가연성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잘 자라고 가지치기가 잘 된 관목이나 나무는 화재 위험이 낮다. 바람과 열을 차단하고 불티를 가로막아 화재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아스펜 나무가 대표적으로 건물 주변의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권장 식물로 꼽힌다. 반면, 창문 아래나 울타리 옆의 관리되지 않은 마른 식물은 급격히 불에 붙어 주택으로 불길이 번지게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산불 예방 규정을 마련할 때, 잘 관리된 식생으로 얻을 수 있는 보호 효과와 도시 녹지 등 여러 이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가주의 규제안은 유지 관리보다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것이다.   물론 마른 잎과 가지는 열을 받아 분해되고 가스화되면 불꽃이나 불티로 쉽게 발화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화해 식물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화재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자칫하면 침식 위험까지 초래해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 주택의 미관과 에너지 효율에도 좋지 않다.   산불 확산 예방은 중요하지만 주택 자체의 화재 대응 능력이 함께 강화되지 않고 주택 주변 식생만 대규모로 제거하면 화재 위험 감소 효과는 적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클 수 있다. 전문가들이 과잉 규제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   불티 방지 구역 주요 내용     -규제안 명칭= 존 제로(Zone 0)   -주요 내용= 주택과 구조물 주변 5피트 이내 가연성 식물과 물질 금지     -목적= 불티(ember)에 의한 발화 방지와 건물 보호   -적용 지역= 가주 소방국 방어 지역   -규제 대상 = 잔디, 관목, 나무, 목재 데크, 땔감, 쓰레기통 등 모든 가연성 물질   -연구 기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보험업계 연구   -법적 근거= 2020년 통과된 AB3074, 가주소방국 방화 규정   -반대 제안= 식물 제거보다 유지관리와 주택 자체 방화 강화 필요 안유회 객원 기자목소리 식물 불티가 주택 주택 화재 화재 확산

2025.06.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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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패션 디자이너, 토종 식물 정원 보급 앞장

유명 한인 패션 디자이너가 가주 ‘토종 식물 (Native plant)’ 보급에 앞장서는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어 화제다.     무분별한 개발, 가뭄 등으로 황폐해진 땅에 토종 식물을 심은 정원을 확대하고 LA를 자연 친화적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토종 식물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 주인공은 ‘일레인 김 컬렉션’을 운영 중인 일레인 김씨다. 현재 토종 식물 가드닝 방법 등을 알리는 환경단체인 티어도어페인 재단(theodorepayne.org) 등과 함께 LA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가 직접 재배하고 보급에 나서고 있는 토종 식물 품종은 가주가 원산지인 화이트 세이지, 만자니타, 토욘 등 50종에 이른다.     김씨는 “LA는 가주의 토종 식물 가드닝에 가장 적합한 도시”라며 “우리가 보급 중인 토종 식물은 특히 LA 날씨와 토양에 수 세기 전부터 적응해왔다”고 말했다.     일례로 토종 식물은 건조한 LA 날씨에 적응한 덕에 필요 수분량이 외래종보다 약 70% 적다. 특히 지난 수년 사이 가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토종 식물을 심게 되면 물을 절약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씨는“외래종은 물을 매주 줘야 하는데 토종 식물의 경우 2주에 한 번 정도만 줘도 된다”며 “바쁜 현대인도 편하고, 키우기 쉬운게 토종 식물”이라고 밝혔다.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김씨는 토종 식물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매달 1회씩 로렐 캐년 지역 자택에서 주민 등을 대상으로 토종 식물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또,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 참석자를 대상으로 토종 식물에 대한 정보, 가드닝 방법 등을 알리고 있다. 김씨가 주최하는 토종 식물 세미나는 이제 매달 50명씩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는 또 토종 식물 가드닝 뉴스레터를 500여명에게 정기적으로 발송하고 있다.       김씨는 마돈나, 케이트 모스 등 유명인들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패션 디자이너다. 그런 김씨가 토종 식물 보급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은 아들의 권유 때문이다. 2019년 12월의 일이다.     김씨는 “아들이 외래종만 있는 정원을 보더니 가주의 토종 식물도 키워보자고 하더라”며 “그렇게 시작된 토종 식물 가드닝이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뉴스레터를 보고 수십 명이 토종 식물 가드닝을 시작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커뮤니티 기반 활동이 LA시의 조경 문화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집에서 하는 토종 식물 가드닝이 동네에 알려지고 더 나아가 LA시 전체에 퍼지게 된다면 이는 우리 모두가 LA를 자연 친화 공간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토종 식물을 심어야 할 이유로 ▶비료나 살충제를 통해 인위적인 촉진을 할 필요가 없고 ▶벌, 나비, 새 등 다양한 꽃가루 매개체와 장시간 공생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토종 식물 가드닝이 확대되면 가주 생태계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종 식물 가드닝은 한인의 정체성을 나타낼 기회이기도 하다.       1.5세로 주류 패션계에서 활동하는 김씨는 “정원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철학”이라며 “정원에는 우리가 자라온 배경과 역사가 담겨있는데 토종 식물을 활용하면 철학적, 문학적 요소가 담긴 미주 한인만의 정원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김씨가 토종 식물 가드닝에 열정을 가진 이유는 후대를 위해서다. 개발 등으로 인해 도시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늘 안타깝다.     김씨는 “미래 세대가 자연과 가까워지고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내가 지금 볼 수 있는 새, 식물 등을 후대들도 그대로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예비 토종 식물 토종 식물 이하 토종 한국식 정원

2024.10.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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