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임의 마주보기- ‘3R’ 문제 해결 방식
요즈음은 영상 매체 등을 통해서 사람들이 트라우마라는 말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본다. 물론 이런 현상들은 보는 각도나 보다 구체적인 통계치를 놓고서 달리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유아, 초등학생, 청소년을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와 심신의 상처들로 고생하고 때로는 고군분투하며 지낸다. 그렇다면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까? 이에 관한 영역에서는, ≪개로 길러진 아이≫의 저자이기도 한 브루스 페리가 제시한 접근법이 매우 유효하다. 그는 아동 정신의학자로서, 뇌의 신경 발달과 인간이 주변 자극과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과정에 입각하여, ‘트라우마(trauma)’, 즉 ‘심리적 외상과 정신적 쇼크’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방법을 체계화했다. 그것은 바로 ‘3R’–‘Regulate’, ‘Relate’, ‘Reason’이다. 이는 각각 ‘규제’, ‘유대’, ‘이성’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사실상 교육에서도 세 가지 기본 기술인(Reading/Writing/Arithmetic)이 아주 중요하다. 이렇게 읽기, 쓰기, 산수가 인간의 문화와 정신의 발달에 필수적이듯이, 인간관계에서도 ‘규제, 유대, 이성’의 ‘3R’은 가정과 학교에서 여러 갈등과 문제의 해결 방식으로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첫째, 규제의 단계에서는 마음을 진정시킨다. 우리 몸의 자율 신경계인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교감 신경(sympathetic nervous system)은 스트레스에 대해서 투쟁과 도피 반응을 일으킨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한 상황에서 심박수가 증가하고, 호흡 조절이 잘 안되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 그 반대로 부교감 신경(parasympathetic nervous system)은 신체를 안정시킨다. 그래서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잘 자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넘치는 상황에서 잠깐 동안 심호흡을 하면서 안정을 되찾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둘째, 유대의 단계다. 일단 상대방의 기분이 안정되면, 상호 간의 유대감을 갖도록 포옹 등의 신체적 접촉을 통해서 신뢰감, 즉 라포(rapport)를 형성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감정이입과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ing)을 통해서 평온한 공감대를 이룬다.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사람들이 말을 할 때, 완전히 들어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 듣지 않는다.”라고 했다. 난 ‘우리가 자신의 맘을 조금 더 비우고 상대방에게 귀 기울여 다가가면, 어느새 우리 본래의 선하고 착한 천사 모습이 살아나 그 역할을 하게 된다’고 믿는다. 마지막은 이성의 단계다. 이제 스트레스로 몸을 떨던 사람은 이성적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말하자면, 아이가 진정되어 호흡을 고르고 부모의 사랑을 느끼고 믿게 되면, 부모의 충고를 들을 준비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부모는 지원과 격려를 통해서 아이가 고도의 사고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즉, 마음의 상처를 ‘숨쉬고 안정 찾기–연결–사고’의 순으로 치유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강조한다면, 그것은 바로 “절대 서두르지 마라”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그래서 적어도 50 번 정도는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흡수가 잘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이 먼저 진정되고 감정 정화가 이루어진 다음에 비로소 타인의 충고나 교훈들을 제대로 잘 듣고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3R’를 제대로 적용하자면, 다소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뇌의 속성상 불안한 감정이 먼저 해소되어야 뇌의 상위 영역인 전두엽이 충분히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한다. 따라서 때론 성가시고 귀찮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규제, 유대, 이성’의 시스템을 돌려 적용해보자.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문제 부교감 신경 신경과 부교감 스트레스 호르몬
2025.12.23. 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