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세례, 인권 침해 논쟁
영아 세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아일랜드의 메리 매컬리스 전 대통령이 지난달 아일랜드의 유력 일간지 아이리시 타임스에 "세례는 아기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글을 기고하면서다. 매컬리스 전 대통령은 2018년 로마 교황청 그레고리오 대학에서 교회법 박사 학위를 받은 가톨릭 신자다. 매컬리스 전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영아 세례가 신생아의 동의 없이 교회 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라며 이는 아동의 종교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모와 대부모가 아기를 대신해 신앙 서약을 하는 관행을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 근거는 종교의 자유뿐 아니라 가정과 가족에 대한 자의적 간섭을 금지하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다. 많은 신학자들은 부모가 자녀의 종교적 양육 방식을 선택하는 권리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고 본다. 종교 공동체에 속하는 것은 출생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문화적 신앙적 전통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성경 해석을 둘러싼 입장 차이도 뚜렷하다. 신약에는 명시적인 영아 세례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예수의 대위임령은 제자를 가르친 뒤 세례를 베풀라고 명령한다. 이는 의식적 결단을 전제로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세례파 전통과 침례교 계열 교회들은 '신자 세례'를 고수한다. 세례는 개인이 신앙을 고백한 뒤에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세례파는 신앙 고백 이후의 자발적 세례만을 참된 세례라고 주장한다. 반면 가톨릭과 전통적 개신교 교단은 영아 세례를 언약 공동체에 속한다는 표지라는 점에서 정당하다고 본다. 초기 교회 역사에서도 영아 세례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매컬리스 전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현대 사회의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반영한다. 종교적 소속도 개인의 명시적 동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루터교의 진 비스 신학자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유아는 낙태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매컬리스 전 대통령의 입장이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어머니가 아이를 낳기로 선택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아이를 세례받게 할 선택권은 부정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영아 세례 의식은 다른 종교에도 있다. 유대교는 브릿 밀라라는 남아에 대한 할례가 있다. 약 4000년 전 아브라함이 하나님과 언약을 맺으면서 자신과 집안의 모든 남성이 할례를 받았다. 이후 생후 8일째 할례가 의무가 되었다. 이는 성인 개종자에게도 적용된다. 일부에서는 성인 남성의 할례 의무를 완화하기도 한다. 여성 개종자는 미크베라는 의식용 목욕에 참여한다. 여자아이에게는 할례에 해당하는 의식이 없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브릿 바트나 심하트 바트라고 불리는 작명 의식을 한다. 이슬람은 지역에 따라 관습이 다르지만 출생 직후 아버지가 아기의 귀에 기도를 속삭이고 입천장에 대추나 단 과일을 문지른다. 출생 7일 후에는 아키카 의식을 열어 이름을 짓고 머리를 밀고 동물을 제물로 바치고 자선을 행한다. 할례 의무 여부는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데 일반적으로 성인 개종자에게는 요구하지 않는다. 불교에는 의무적인 출생 의식은 없다. 힌두교는 지역에 따라 아동 의식이 다양하지만 출생 당일 아기를 맞이하고 아버지가 꿀과 버터를 혀 아래에 놓고 신의 이름을 속삭인다. 안유회 객원기자침해 영아 영아 세례가 신자 세례 자발적 세례
2026.03.02.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