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국제공항(LAX)과 한인타운을 비롯한 LA도심이 한층 가까워졌다. 지난달 ‘LAX·메트로 환승센터’ 오픈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이 한층 편해졌기 때문이다. ‘LAX·메트로 환승센터’는 내년 월드컵과 2028년 올림픽을 앞두고 LA시가 300억 달러를 투자한 공항 현대화 사업의 첫 결과물이기도 하다.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환승센터의 편리성은 어떤지 체험해봤다. 금요일이던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50분, LAX 톰 브래들리 국제선 터미널 앞. LAX에서 한인타운까지(약 14마일)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 택시 가격을 알아보니 교통 체증도 없는 시간대인데 63달러나 나왔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출구로 나왔다는 가정 하에 환승센터를 통해 한인타운까지 가보기로 했다. 먼저 공항내 표지판부터 살펴봤다. '승객 픽업(Passenger Pickup)', '렌탈카(Rental Cars)', '셔틀(LAX Shuttles)' 등의 익숙한 문구가 눈에 띈다. 하지만 ‘메트로(Metro)’표시는 보이지 않는다. 대중교통과 잘 연결이 되어있는 한국의 인천공항과는 사뭇 다르다. 공항에서 환승센터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LAX가 처음인 여행자라면 더 당황될 것 같았다. 표지판만 찾다가는 미아가 될 것 같아 안내 데스크로 가 물어봤다. 직원이 작은 안내문을 가리켰다. ‘Free LAX Shuttles’ 구역에 아주 작은 글씨로 ‘Metro Connector to LAX/Metro Transit Center’라고 적혀 있는 것 아닌가. 그냥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는 의미다. 밖으로 나가니 핑크색 기둥이 보였다. 기둥에는 ‘LAX Shuttles’ 안내와 함께 ‘M: Metro Rail & Local Buses’라고 적혀 있었다. QR코드도 있었다. 찍어보니 셔틀버스 도착 시간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오전 11시 7분. 버스를 기다렸다. 10분 간격이라더니, 실제로는 약 12분 후에 버스가 왔다. 셔틀버스는 핑크색일 줄 알았는데 흰색이다. 창문에는 ‘Metro Connector’라고 적힌 작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셔틀은 매일 오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운행한다. 오전 11시 19분, 셔틀버스에 탑승했다. 버스는 무료고, 내부에는 짐칸도 따로 있다. 약 20분 정도 걸려 환승센터에 도착했다. 최근 오픈해서인지 환승센터의 첫 인상은 ‘깔끔’ 이었다. 버스 정류장, 표 사는 곳, 지하철 승강장 모두 칙칙한 분위기인 LAX와는 다른 모습이다. 현장에는 승객들을 돕는 메트로 앰배서더(안내 직원)들이 곳곳에 있었다. 버스 하차 장소, 매표소, 지하철 승차장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두 친절하고 상세하게 답변해준다. 개찰구는 약 7피트의 신형 ‘하이게이트’였다. 무임 승차를 막기 위한 조치다. 에스컬레이터는 물론 엘리베이터도 있어 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엿보인다. 단, 국제도시이자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둔 LA인데 한글은 물론, 다른 외국어 안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영어뿐이다. 메트로 1회 이용 요금은 1달러 75센트다. 수십달러나 하는 택시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공짜다. 교통카드(TAP 카드)가 없다면 추가로 2달러를 더 내고 구입해야 한다. 티켓 자판기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개장 초기라 아직 어설픈 부분도 있었다. 아이폰 사용자는 ‘지갑’ 앱에서 TAP 카드를 다운받아 쓸 수 있다. 앱에서 충전만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미국내 주소가 있어야 TAP 앱을 사용할 수 있다. 갤럭시 같은 안드로이드폰을 많이 이용하는 한국인들이 이곳을 이용하다면 불편할 듯 싶다. 주변을 두리번대자 안내 직원이 다가와 대중 교통 정보가 담긴 앱인 ‘Transit’을 소개해줬다. 탑승 전, 목적지로 가기 위한 메트로 노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환승센터에서 한인타운내 윌셔·버몬트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K라인(7정거장)을 타고, E라인(7정거장)과 B라인(2정거장)으로 두 번 환승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오후 12시 20분, K라인 지하철에 탑승했다. 지상 구간이라 창밖으로 LA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크랜셔역에 도착해 E라인으로 갈아탔다. E라인으로 환승하려면 지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성인 기준 도보로 약 5분정도 걸린다. 오후 12시 54분, E라인 탑승 후 7번가·메트로센터역으로 향했고, 오후 1시 12분 이 역에서 B라인으로 환승했다. 윌셔·버몬트역에 도착하니 오후 1시 25분이다. 공항에서 한인타운까지 걸린 총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다. 단, 이는 실수없이 길을 잘 찾았을 때의 기준이다. LA의 교통 인프라가 익숙하지 않다면 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 메트로내에서 노숙자는 보이지 않았다. 메트로내 범죄 문제가 골칫거리라는 지적때문인지 안내 직원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범죄 위협 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외국어 표지판 부족과 환승이 잦다는 점 등이었다. 큰 여행가방을 갖고 있다면 이동에 많은 제약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공항에서 불과 14마일 거리인 LA한인타운까지 오는데 2시간 가까이가 걸린다는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래도 이 모든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건 비용이다. 고물가 도시로 손꼽히는 LA에서 2달러 남짓한 돈으로 공항에서 타운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득이다. 길은 새로 열렸다. LA의 실크로드가 될지, 돈 먹는 대중교통망이라는 오명을 쓸 지 지켜 볼 일이다. 강한길 기자실크로드 사통팔달 셔틀버스 도착 lax shuttles metro connector
2025.07.03. 21:33
여행을 좋아하는 큰딸 가족이 15일간 튀르키예(구 터키)여행을 간다며 동행하자고 해 손녀 3명을 포함해 7명이 지난 6월 9일 터키 항공(Turkish Airlines)편으로 출국했다. LA에서 튀르키예 이스탄불까지는 13시간이나 걸리는 긴 비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큰손녀 고등학교 졸업 축하도 겸한 여행이었다. 이스탄불과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하는 여정으로 비즈니스석을 3016달러에 샀으니 정말 착한 가격이다. 특히 저녁 비행기라 긴 장거리 비행동안 푹 잘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았다. 항공기는 보잉 777-300 모델로 구식이어서 의자 폭은 좁았지만 좌석 앞 공간은 운동장같이 꽤 넓어서 덩치가 작은 우리 식구들에게는 너무 편한 좌석이었다. 기내 식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얀색 옷에 모자까지 쓴 셰프 2명이 나와서 음식 주문을 받았다. 음식은 놀랍게도 정결하고 최고 수준이었다. 미주 한인들이 많이 애용하는 대한민국 국적기의 비즈니스 클래스에 나오는 비빔밥과는 또다른 매력이 돋보이는 고급 음식이었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니 새로 지은 공항처럼 규모와 청결함이 인천공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웬만한 유럽 공항보다 더 멋있고 짐을 찾는 시설도 잘돼 있고 화려하게 지었다. 공항에 서 나온 뒤 7명이 모두 밴을 타고 1시간 가량 이동해 호텔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모든 일정 및 예약을 딸이 준비했다. 우리 부부는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됐다. 호텔은 힐튼에서 관리하는 '하기아 소피아 맨션'이었다. 이스탄불 최고의 관광 명소인 소피아 성당과 블루 모스크와 가까운데다 모든 명소를 5분 안에 걸어 갈 수 있는 편한 장소였다.여기서 3박을 하기로 했다. 큰딸은 여행을 자주 하는데 명품 쇼핑은 일절 하지 않지만 호텔은 항상 최고급으로 예약한다. 하기아 소피아 맨션은 3층 건물에 방이 딱 3개만 있는 호텔인데 3박에 5200달러라고 하니 하룻밤에 방 하나당 600달러를 지불한 셈이다. 그동안 다녔던 애리조나 여행에 비하면 호화 숙소였다. 한인 2세들은 여행 계획 시 명품보다 식당과 호텔에 돈 안 아낀다고 한다. 하긴 고급 명품 핸드백 하나 값이면 식구 7명이 편하게 15일간 좋은 호텔에서 잘 수가 있으니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저녁은 구글에서 검색해 찾은 동네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주로 생선보다는 고기 메뉴가 많았다. 이슬람 국가라 와인 종류가 다양하진 않았고 하우스 와인만 제공됐다. 7명이 배불리 먹고 나온 음식값은 총 85달러. 호텔비는 완전히 서구식으로 바가지 가격이지만 음식값은 거의 공짜수준이다. LA에서 곰탕 한 그릇도 20달러는 내야 먹는데 5스타 음식점이 1인당 15달러도 안 되는 셈이다. 첫날밤이라 시차도 있고 해서 겨우 잠이 들었는데 오전 4시 25분, 호텔 옆 소피아 성당 모스크에서 알라신에게 기도하는 소리가 확성기를 통해서 아주 크게 울려 퍼졌다. 이곳에선 하루에 5번 기도 해야 되고 철마다 그 시간이 바뀐다고 한다. 오후 4시나 5시도 아닌 오전 4시 25분에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큰 기도 소리에 잠을 설쳤다. 이튿날 오전엔 이스탄불 최대 모스크인 블루 모스크를 관광했다. 신발은 벗어야 하고, 반바지는 안되고, 여자들은 머리에 스카프를 써야 하고, 어깨가 나오는 옷은 입으면 안 된다. 한창 내부 공사 중이라 이곳저곳 가려진 곳이 많았지만 그 크기는 어마어마 했다. 모스크 앞 큰 광장에는 로마 시대에 가져온 이집트에서 만든 핑크색 화강암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영화 '벤허'에 나오는 것처럼 경마를 했다고 한다. 로마 제국이 사라지고 이스탄불에 동로마제국을 건설한 역사가 있다보니 자연히 로마 유물이 많은 것 같다. 그 앞에 박물관이 있어 로마 유물 전시관을 방문한 다음 로마 시대 때 물을 저장했다는 지하 물탱크를 둘러봤다. 지하 물탱크는 2곳 있는데 큰 곳은 수리 중이라 작은 곳에만 다녀 왔다. 개인 소유 같았는데 입장료도 제법 비싸 1인당 10달러정도 했다. 물탱크만 보여주면 관광명소가 안 되니 물탱크 기둥과 벽면을 이용해서 영상쇼를 15분간 진행했다. 수많은 영사기를 설치해서 15분간 물 영상쇼를 보여주는 것이다. 깜깜한 지하다보니 영상이 멋있게 나와 꽤 장관이어서 볼만했다. 점심은 1920년에 오픈했다는 '비프볼 고기 식당'을 찾았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고기는 우리나라 떡갈비와 비슷하나 맛은 약간 누린내가 났다. 식사 후엔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이스탄불 최고의 명소인 소피아 성당을 향했다. 〈계속〉 정리=이주현 객원기자실크로드 동서양 이스탄불 공항 소피아 성당 애리조나 여행
2022.10.13.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