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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통념과의 싸움, 일반화의 덫

 #1   서울에서 미군으로 복무했던 남편은 직장인이던 한국인 아내와 만나 연예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이들은 부부가 되어 미국으로 왔지만 한인사회에서 지내다 보면 반드시 상처를 받게 된다고 털어놨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미군과 한국인 여성의 결혼을 통념이라는 선입견으로만 보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매도하거나 멸시하는 시선이 존재하던 시기였다. 아픈 전쟁의 역사가 만들어낸 못난 생각이었으며, 이들 부부에게는 억울한 굴레였다.   한국어를 잘해 미대사관에서도 근무했던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설사 그런 선입견을 깊게 갖고 있다고 해도 결국 이런 시각을 일반화하는 것은 한두 명이면 충분해요. 그런 생각을 입에서 내뱉거나 행동으로 옮기면 그런 오해를 받게 되는 사람들은 커뮤니티에서 더 이상 생활하기 힘들어 집니다.”   이들 부부는 이후에도 한인들이 많은 곳에서는 항상 경계하며 상처받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하다.   #2   먹고 살기 힘들어져 부모가 가정을 포기하고, 남겨진 자신은 고아원에 지내다가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낸시(가명)는 믿어왔다. 70년대 한국은 어려운 곳이었고 사회 시스템은 어린 두 살 여자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하기 버거웠을까.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돼 이제는 50이 다된 그가 최근에 발견한 사실은 그동안의 믿음을 여지없이 무너트렸다.     그는 길거리에서 사실상 납치됐으며, 부모에게 돌아갈 길이 있었음에도 입양 기관에 불법적으로 인계되어 조국을 떠나야 했다. 간신히 연락이 닿은 한국 가족으로부터 확인한 사실들이었다. 사회적 시스템의 허점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중 상당수는 모든 입양이 가난한 과거의 상징일 뿐이라고 간주한다. 입양은 부실했던 한국의 사회 시스템이 아이들을 내다버려 생긴 상채기다. 그래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통념과의 싸움이 된다.   #3   밀워키 브루어스의 한 팬이 지난달 15일 경기 종료 후 약을 올리던 LA다저스 팬에게 ‘ICE(이민세관단속국)에 전화해’라고 말하는 바람에 야구장의 열기는 찬물을 맞아야 했다.   알고보니 영상을 찍은 사람은 참전 용사로 두 번의 전쟁에 파병된 ‘미국인’이었다.     인종차별의 역사와 개인적인 편견이 빚어내는 여러 촌극이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해당 영상은 급속도로 퍼지며 공분을 불러왔다. 아무리 사회 시스템이 변해도 일부 미국인들 마음의 바닥에는 선민 의식이나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만여 팬들이 게임을 즐기는 야구장에서 단 한 명의 팬이 내놓은 발언으로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은 것이다. 해당 여성팬은 이후 직장도 잃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는데 영상을 찍은 라틴계 남성은 “한 번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사람이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개념은 우리가 무심코 할 수 있는 판단과 행동을 사전에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진정한 사안의 속살과 과학적 수치를 좀 더 들여다 보자는 취지다.   정보가 범람하고 전달의 속도는 매우 빨라졌고, 통념보다는 개인의 특징과 성향이 더욱 중시되는 세상이 됐다. 이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제도권 전통 언론과 학계의 연구도 의심하는 바람도 불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가 구태의연한 선입견과 일반화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어쩌면 그 과정에 더 큰 발전의 가능성이 숨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인성 / 경제부 부국장중앙칼럼 일반화 통념 싸움 일반화 선입견과 일반화 사회적 시스템

2025.11.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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