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입이 열려있고, 어른은 귀가 열려있다”는 명언이 있다. 요즘 내가 글을 쓰면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꼰대 냄새’다. 걸핏하면 ‘라떼’ 운운하면서 가르치려 들고, 쓰잘데없는 설교 늘어놓고, 횡설수설 동어반복 중언부언 중얼중얼…. 그런 몹쓸 버릇이 생기지 않도록, 나이 먹을수록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간단명료하고 쉽게 쓰고 싶다. 소설가 김훈 씨는 자신의 글쓰기 원칙의 하나로 ‘수다를 떨지 말자’를 꼽는데, 백번 공감한다. 말도 마찬가지다. 실은 글보다 말이 더 심각하다. 온 세상이 말로 시끄럽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말이다. 흉기가 되기 쉽다. 그래서 동서고금 말에 대한 말이 넘쳐흐른다. 말에 대한 주옥같은 명언도 많고, 속담도 많다. 그런 말씀들 가운데 내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려 애쓰는 가르침 몇 가지를 적어본다. 여러분들도 각자 가슴에 있는 명언을 되새겨 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실지?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다.-탈무드 ▶개가 짖는다고 해서 용하다고 볼 수 없고, 사람이 떠든다고 해서 영리하다고 볼 수 없다.-장자 ▶삼사일언(三思一言), 세 번 생각한 연후에 말하라. ▶말하는 걸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렸지만, 말하지 않는 법을 익히는 데는 60년이 걸렸다.-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베를린 시청의 문구 ▶내뱉는 말은 상대방 가슴속에 수십 년 동안 화살처럼 꽂혀있다.-롱펠로우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모로코 속담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험담하는 자, 험담의 대상자, 듣는 자이다.-미드라쉬 ▶말을 많이 한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은 별개이다.-소포클레스 ▶남에게, 또 남의 일에 대해서 말을 삼가라. 폭풍을 일으키는 것은 가장 조용한 말이다.-필딩 ▶부드러운 말로 상대방을 설득하지 못하는 사람은 위엄 있는 말로도 설득하지 못한다.-안톤 체호프 ▶말이 남에게 거슬리게 나가면, 거슬린 말이 자기에게 돌아온다.-대학 말을 잘하고 많이 하는 것보다 되도록 안 하는 것이 좋다는 가르침 많아졌는데, 실은 그것이 만고의 진리이다. 요즘처럼 온갖 말 같지 않은 말, 독살스러운 말, 시뻘건 거짓말로 더러워진 세상을 견디며 살아내자니 차라리 베토벤의 불행이 부러울 지경이다. 묵언 수행이라도 하고 싶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 공부 많이 하고 높으신 분들의 유식하고 현란한 미사여구보다 시골 장바닥 보통사람들의 투박한 한 마디가 훨씬 소중하다는 걸 깨치는 데 참 오래 걸렸다. 월간 〈전라도 닷컴〉에 실린 시골 할매의 말씀 한마디, 명언이다! 내 친구는 이 말씀을 크게 써서 유명 대학교 정문 앞에 붙여 놓자고 말한다. “우리 손자가 공부허고 있으문 내가 말해. 아가, 공부 많이 하지 마라.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맘 공부를 해야 헌다, 사람 공부를 해야 헌다, 그러고 말해. 착실허니 살고 놈 속이지 말고 나 뼈 빠지게 벌어묵어라. 놈의 것 돌라 묵을라고 허지 말고, 내 속에 든 것 지킴서 살아라. 사람은 속에 든 것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벱이니, 내 마음을 지켜야제. 돈 지키느라 애쓰지 말어라.”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상대방 가슴속 아가 공부 말씀 한마디
2026.02.26. 19:59
읽다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치게 되는 글이 있다. 정신 버쩍 드는 매운 회초리 같은 글… 예를 들어 이런 말씀. “우리 손자가 공부허고 있으문 내가 말해. 아가, 공부 많이 하지 마라.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맘 공부를 해야헌다, 사람 공부를 해야헌다, 그러고 말해. 착실허니 살고 넘 속이지 말고 나 뼈 빠지게 벌어묵어라. 넘의 것 돌라 묵을라고 허지 말고, 내 속에 든 것 지킴서 살아라. 사람은 속에 든 것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벱이니, 내 마음을 지켜야제. 돈 지키느라 애쓰지 말어라.” 〈월간 전라도닷컴〉에 실린 전남 순천 송광면 왕대마을 윤순심 할매의 말씀이다. 그동안 이 잡지에 실린 말씀 중 가장 인기 있는 어록이라고 한다. 〈월간 전라도닷컴〉은 전라남북 방방곡곡 안 가본 촌구석 없이 찾아 헤매며 발로 뛰면서 촌사람들의 생생한 육성을 손으로 받아적어 매달 내는 잡지다. 여기 실린 말씀들은 하나같이 찰지고 맛깔스럽다.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 무법의 시대를 후려치는 죽비소리 아닌가. 이 대목은 조정래의 소설 〈천년의 질문〉 3권에 그대로 인용되어 나온다고 한다. 어느 이름 없는 시골 할머니의 말씀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유식한 사람들의 심장을 찌르는 훈계이자 경고라고 작가는 말한다. 다른 사람은 어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나는 나를 향해 매섭게 떨어지는 회초리 같아서 아프고 부끄러웠다. 물건이나 돈 도둑질은 안 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마음 공부, 사람 공부… 정신이 버쩍 든다. 내 친구는 이 말씀을 읽고 진심 어린 감탄의 글을 보내왔다. “촌 무지렁이라고 업수이 여겨지는 분들이 실은 참으로 재치있고, 따듯하고, 지혜롭고, 기품 있는 분들임에 감탄했어유. 윤순심 할매의 말씀은 동판에 새겨 서울대 교문 앞에 세웠으면 좋겠구먼.” 한국 사회에서 공부했다는 것은 곧 학교 교육을 말한다. 학벌과 학위만 중요하게 취급한다. 달리 말하면, 가방끈 길이만 따지는 세상이다. 주입식 교육의 지식만 중요하게 여기고, 삶을 통찰하는 지혜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런 교육의 독소가 사회 전반에 지독한 악영향을 미친다. 사회지도층, 이른바 배운 자들이란 학교 다닐만한 환경에서 자라고, 기억력이 좋아서 시험 잘 쳐서 출세한 사람들이다. 당락을 결정하고, 인간 줄 세우기의 기준이 되는 시험 점수는 인간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사람다움이나 품격과도 무관하다. 법조인을 예로 들어보자. 법조문 달달 외워서 고시 합격하고, 출세와 벼슬따기에 혈안이 되어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법 기술자’가 되어 개인적으로 돈 많이 벌고 떵떵거릴 수는 있겠지만,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일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헌데, 지금 한국 사회의 정치판, 언론, 경제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비슷한 현실이라는 점이 문제다.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교묘하게 나쁜 짓을 할 여지가 크다. 모든 것을 돈으로만 따지는 경제계나 부자들의 문제도 크다.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촌사람들에 한참 못 미친다. 참 답답하다. 세상 탓, 남 탓할 것 없다. 나부터 반성해야 한다. 사람 공부, 마음공부 얼마나 하고 있는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윤순심 할머니의 말씀 중 마지막 구절이 특별히 가슴을 때린다. “사람은 속에 든 것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벱이니, 내 마음을 지켜야제. 돈 지키느라 애쓰지 말어라.”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공부 마음 공부 아가 공부 사람 공부
2025.03.06.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