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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0

한 러시아 수학자가 부부 동반 여행을 가게 되었다. 명색이 대학교 교수였지만 그의 아내는 남편 하는 일이 시답잖아서 항상 염려스러웠다. 아무리 잘 설명해도 남편은 영 엉뚱한 짓을 했다. 그런 남편과 장거리 기차 여행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아내는 남편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기차를 바꿔탈 때 그저 가방 개수를 확인하는 일만 맡겼다. 그런데 처음 갈아타는 정거장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얼굴이 하얗게 된 남편이 가방 한 개가 모자란다고 했다. 아내는 한눈에 가방 다섯 개가 온전히 있는 것을 확인하고 한심하다는 눈으로 남편을 쳐다보며 자기 앞에서 차근차근 다시 세어보라고 했다.    "0, 1, 2, 3, 4"    수학자였던 남편은 학교 강단에서처럼 0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가방 총수는 넷으로 끝났다.    하지만 0은 아주 중요한 숫자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0을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삼라만상이 존재하는 것과 없는 것을 같다고 보는 불교에서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을 무(無)의 상태라고 하는데 바로 0을 뜻한다. 과학에서는 0을 진공이라고 하며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즉 진공 속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고 한다. 어쩌면 그런 진공 에너지에 의해 우리가 사는 우주가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바로 빅뱅 이론이다. 수학에서도 0은 아주 중요한 숫자여서 여행 중이었던 수학 교수는 가방을 세는데 습관적으로 0부터 시작했다.   0은 인도에서 발명되어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졌다고 하는데 철학자의 나라 그리스에서는 없는 것을 구태여 표시할 필요성이 없어서 0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0이 그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인류가 십진법을 쓰면서부터다. 초창기 인류는 간단한 길이나 거리 등을 가늠할 때 뼘이나 아름 등 신체의 일부를 사용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손가락 개수가 총 10인 것에 착안하여 십진법을 만들어 쓰면서부터 0은 중요한 숫자가 되었다.     0은 기원후 7세기 인도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브라마굽타가 처음으로 정의하여 사용했다고 전해지는데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0을 산수 계산에 사용했다. 그가 상업 계산에 0을 사용하면서 수학에서 방정식이 시작했다고 한다. 인도의 숫자 체계는 당시 인도와 교역을 하던 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서 중동 지역에서 발전되어 유럽에까지 전해졌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아라비아 숫자는 비록 인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에 의해서 발달하고 널리 전해진 까닭에 아라비아 숫자라고 불리고, 인도에서 시작한 불교 역시 원산지 인도를 떠났으며, 인도의 전통 음식 카레도 일본식으로 변형되어 지금 우리가 먹는 카레라이스는 일식으로 분류된다. 인도는 그런 식으로 열심히 죽 쒀서 다른 나라에 퍼주는 운명이었나 보다.   그러다가 현대에 들어와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바람에 숫자 0은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자연과학의 발달과 산업혁명에 뒤이어 이진법을 기본으로 한 컴퓨터 시대가 도래하자 0의 위상은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가 소위 정보라고 부르는 세상 모든 것이 0과 1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유럽에서도 오랫동안 십진법이던 로마 숫자 체계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0이란 개념이 없어서 인도나 이슬람권보다 대수학 발달이 느렸다. 하지만 인쇄술이 개발되고 아라비아 숫자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결국 수학과 과학의 영역에서 세계 우위를 선점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아라비아 숫자 원산지 인도 러시아 수학자

2025.11.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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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문장부호도 맞춤법이 있다

현대인들은 모바일을 통한 대화에 익숙하다. 모바일 대화에서는 신속성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맞춤법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줄여 쓰는 경향이 다분한데 이는 문장부호에서도 나타난다. 말을 줄이는 경우 ‘..’처럼 간단하게 두 개의 마침표를 찍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말줄임표의 바른 표기는 어떤 것일까?   언어 역시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변한다. 국립국어원은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아지는 등 표준어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이를 반영해 맞춤법을 개정하곤 한다. 2015년에는 문장부호 표기방식을 개정했다.   마침표의 경우 이전엔 여섯 개의 중점(……)을 찍어야 했지만 세 개의 중점(…)도 가능하도록 표기법을 개정했다. 더불어 가운데 찍었던 기존 줄임표 외에 ‘......’ ‘...’처럼 아래에 찍는 것도 바른 표기로 인정했다.   연필 등으로 종이에 적는 것보다 컴퓨터·휴대전화 등 키보드를 통한 문서 작성이 주를 이루다 보니 낫표와 화살괄호도 키보드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따옴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즉「한글맞춤법」→ ‘한글맞춤법’, 〈한글날〉 → ‘한글날’로 적을 수 있게 했다.   공통 성분을 하나로 묶을 때는 ‘금·은·동메달’과 같이 가운뎃점을 써야 했지만 ‘금, 은, 동메달’처럼 쉼표를 써도 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또한 특정한 날을 표시할 때 아라비아 숫자 사이에 ‘3·1운동’과 같이 가운뎃점을 써 왔지만 ‘3.1운동’처럼 마침표를 찍어도 되도록 했다.우리말 바루기 문장부호 맞춤법 문장부호 표기방식 모바일 대화 아라비아 숫자

2025.07.22. 19:01

[우리말 바루기] 문장부호 맞춤법

모바일 대화에서는 신속성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맞춤법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줄여 쓰는 경향이 다분한데 이는 문장부호에서도 나타난다. 말을 줄이는 경우 ‘..’처럼 간단하게 두 개의 마침표를 찍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말줄임표의 바른 표기는 어떤 것일까?   언어 역시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변한다. 국립국어원은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아지는 등 표준어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이를 반영해 맞춤법을 개정하곤 한다. 2015년에는 문장부호 표기방식을 개정했다.   마침표의 경우 이전엔 여섯 개의 중점(……)을 찍어야 했지만 세 개의 중점(…)도 가능하도록 표기법을 개정했다. 더불어 가운데 찍었던 기존 줄임표 외에 ‘......’ ‘...’처럼 아래에 찍는 것도 바른 표기로 인정했다.   연필 등으로 종이에 적는 것보다 컴퓨터·휴대전화 등 키보드를 통한 문서 작성이 주를 이루다 보니 낫표와 화살괄호도 키보드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따옴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즉「한글맞춤법」→ ‘한글맞춤법’, 〈한글날〉 → ‘한글날’로 적을 수 있게 했다.   공통 성분을 하나로 묶을 때는 ‘금·은·동메달’과 같이 가운뎃점을 써야 했지만 ‘금, 은, 동메달’처럼 쉼표를 써도 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또한 특정한 날을 표시할 때 아라비아 숫자 사이에 ‘3·1운동’과 같이 가운뎃점을 써 왔지만 ‘3.1운동’처럼 마침표를 찍어도 되도록 했다.우리말 바루기 문장부호 맞춤법 문장부호 맞춤법 문장부호 표기방식 아라비아 숫자

2023.03.27. 18:36

[우리말 바루기] 문장부호 맞춤법

말을 줄이는 경우 ‘..’처럼 간단하게 두 개의 마침표를 찍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말줄임표의 바른 표기는 어떤 것일까?   언어 역시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변한다. 국립국어원은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아지는 등 표준어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이를 반영해 맞춤법을 개정하곤 한다. 2015년에는 문장부호 표기방식을 개정했다.   마침표의 경우 이전엔 여섯 개의 중점(……)을 찍어야 했지만 세 개의 중점(…)도 가능하도록 표기법을 개정했다. 더불어 가운데 찍었던 기존 줄임표 외에 ‘......’ ‘...’처럼 아래에 찍는 것도 바른 표기로 인정했다.   연필 등으로 종이에 적는 것보다 컴퓨터·휴대전화 등 키보드를 통한 문서 작성이 주를 이루다 보니 낫표와 화살괄호도 키보드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따옴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즉「한글맞춤법」→ ‘한글맞춤법’, 〈한글날〉 → ‘한글날’로 적을 수 있게 했다.   공통 성분을 하나로 묶을 때는 ‘금·은·동메달’과 같이 가운뎃점을 써야 했지만 ‘금, 은, 동메달’처럼 쉼표를 써도 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또한 특정한 날을 표시할 때 아라비아 숫자 사이에 ‘3·1운동’과 같이 가운뎃점을 써 왔지만 ‘3.1운동’처럼 마침표를 찍어도 되도록 했다.우리말 바루기 문장부호 맞춤법 문장부호 맞춤법 문장부호 표기방식 아라비아 숫자

2022.10.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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