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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신학에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도입

토마스는 '탁발수도회(도미니크 수도회)'에 가려고 결심했지만, 그의 형들이 그를 성에 가두고, 그의 계획을 단명시키기 위해서 매춘부를 그에게 보냈으나 장작불로 그들을 물리쳤다고 한다. 그때도 신앙심이 남달랐다고 한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기독교 신학에 끌어들여 기독교 교리와 합치시키려고 했다. 중세철학에서 늘 문제가 되던 것은 '철학'과 '신학'의 영역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그는 신한테서 나오는 '은총의 빛'과 인간 본성에서 나오는 '이성의 빛'을 구분하려 했다. 가령, 하나님의 존재와 그의 세계 창조, 세상의 모든 법칙과 사실 등은 이성의 빛으로 밝힐 수 있는 철학의 대상이나, 삼위일체설, 육화, 신자현신(神子現身), 최후의 심판 같은 초자연적 진리는 은총의 빛에 의해서만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서로 간의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로 토마스는 보았다. 그러나 끝내, 한쪽을 선택한다면, 마땅히 신학이 돼야 한다고 했다. 즉, 철학이 신학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학을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는 모든 철학이 신을 인식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은 중세까지 얘기고, 데카르트 시대 이후는 인간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게 된다. 계몽주의와 실증적 과학주의 그리고 실존주의가 이것을 뒷받침한다.     무엇보다도 기독교 신학에서 중요한 문제는 "신이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토마스는 신의 존재를 다섯 가지 방식으로 논증했다.     첫째, 운동이다. 이 세계 안에서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며, 우리의 감각적 경험도 이것을 뒷받침한다고 한다. 어떤 부동(不動)의 원동자(原動者). 즉, 제1 원동자가 존재하며, 이것을 신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둘째, 운동의 방법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동력인(動力因)에서 찾았다. 이 세상의 어떤 것도 스스로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원인(原因)이 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제1 동력인'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신이라 했다. 셋째, 이 세상에 우연한 사물에서 필연적인 존재로 가는 과정에서 찾았다. 만일 필연적인 존재가 없다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데, 필연적인 존재가 신이라는 것이다. 넷째, 모든 개별적인 존재마다 지닌 완전성을 향한 단계적 구조에서 찾았다. 가령, 진선미를 모두 갖춘 최고의 존재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신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목적론적 방법에 따른 것으로, 모든 자연 세계의 '합목적성 구조'를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다. 가령, 작은 생명체나 심지어 생명이 없는 자연적 물체(우주 전체의 움직임, 물, 공기의 작용 등)마저도, 어떤 목적을 향해 나가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음을 목격하게 되고, 그들에게 일정한 목표로 나아가게끔 조종하는 어떤 지적 존재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신이라고 한다. 모든 존재하는 생물.무생물을 조종하는 거대한 힘을 가진 존재는 오직 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토마스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다른 방식은 인정하지 않았다.     토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 또는 사회적 존재로 여겼다. 토마스는 국가의 정치체제를 군주제, 귀족제, 민주주의제로 구분했으며, 이것이 변질하여 전제정치, 과두정치, 우민정치가 등장했다고 본다. 여기서 군주정치를 가장 바람직한 국가형태로 보았다. 그는 인간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 나라의 축복을 누리는 데 있다고 보았다. 이런 일은 이 땅의 권력자가 아니라 사제와 로마 교황이 이끄는 교회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상은 결국, 모든 왕은 교회의 영도자인 교황에게 복종해야 함을 의미했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토미즘(Thomism)'으로 도미니크 수도회의 철학으로 인정받았고, 1322년에 토마스는 성인의 반열에 오른다. 1879년에 이 토미즘은 전체 가톨릭(기독교)교회의 공인된 철학으로 격상되고, 1931년에 교황청의 지시로 모든 철학과 사변신학은 토마스의 학설에 따라서 강의 되어야만 한다는 규정이 생기게 된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아리스토텔레스 신학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철학과 신학 기독교 신학

2025.10.0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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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아리스토텔레스와 투란도트

대학 시절 한 여대생과 사랑에 빠졌었다. 어느 날 그녀가 “우리 이젠 그냥 친구로 지내요” 한다. ‘플라토닉 러브’ 관계 비슷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   양파에 식초를 뿌려가며 짜장면을 먹으면서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호되게 설레던 나에게 플라토닉 러브는 아주 이상한 외래어였다. 문학청년 티를 내며 시(詩)에 대하여 호들갑을 떨지 말았을 걸 그랬지.   플라톤의 저서 ‘The Republic, 공화국’(BC 380)에 나오는 ‘시인(詩人) 추방론’을 읽었다. 그는 진리의 원형질, ‘이데아’와 그것을 모방하는 현상계와 현상계를 재차 모방하는 예술가들, 특히 시인들이 공화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했다. 족쇄를 찬 노예들이 관람하는 동굴 벽의 그림자놀이의 프로듀서들이 예술가라는 사연이다. 동굴 밖에 건재하는 ‘이데아, Idea, 이념(理念)’에 도달하는 것을 훼방 놓는 예술가들!   음악에 대해서도 그는 말이 많았다. 어떤 음계법은 자제력, 용기 같은 덕성을 강화하고 어떤 음계는 애처로움, 연약함을 야기한다는 둥, 흥분을 일으키는 모종의 관악기는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건전 가요’를 주창했다. 내가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들으면 그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야.   미켈란젤로, 다빈치와 어깨를 나란히 한 르네상스 3대 천재 화가 라파엘로의 바티칸 궁전 벽화 ‘아테네 학당’을 응시한다. 플라톤이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땅을 가리키고 있다. 머나먼 천상을 기리는 이상주의자와 지상의 이슈에 급급하는 현실주의자의 차이가 극명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 플라톤과 뜻을 달리하여 “정치는 철학이 될 수 없다”고 저서 ‘정치학’(BC 350)에서 설파하면서 자칫 독재로 빠지기 쉬운 군주정치에 반하여 다수가 운영하는 정부를 선호했다. 플라톤은 사유재산 금지, 공동거주, 공동육아를 주장했고 사회주의의 원조라는 비판을 받는다. 권력의 사유화는 왜 금지하지 않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시학’(BC 330)에서 “시는 역사보다 진실하다”라 일갈한다. 그는 플라톤이 꺼리는 ‘나쁜 음악’마저도 카타르시스를 통하여 유용하다고 가르친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슬픔이 가시듯이.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아리아 ‘네순 도르마, Nessun Dorma, 모두 잠들지 못하리’를 격한 남성 합창으로 들었다.   남성 혐오증이 심한 투란도트 공주는 청혼자가 세 개의 수수께끼 풀지 못하면 죽여버린다. 러시아 왕자 칼라프가 그녀의 수수께끼를 다 맞춘다. 테스트를 패스했지만 그녀는 이름도 모르는 왕자와의 청혼을 거절한다고 아버지에게 선포한다. 칼라프는다음 날 아침까지 자기 이름을 공주가 알아내면 목숨을 바치고 그러지 못하면 약속을 지키라는 조건을 내세운다. 그리고 내일의 결말을 다짐하며 ‘네순 도르마’를 목청껏 뽑는다. 비장한 카타르시스의 발로다.   투란도트는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그를 짝사랑하는 노예를 심하게 고문한다. 노예는 자결하고 왕자가 성급하게 덤벼들어 투란도트와 짙게 키스한다. 차가운 마음이 사라지면서 정염의 불길이 솟는 공주는 왕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제시하는 세 개의 수수께끼를 풀고 국민과 사랑의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취임식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린 네순 도르마가 우리의 장래를 위한 카타르시스가 되기를 기원한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아리스토텔레스 투란도트 투란도트 공주 스승 플라톤 러시아 왕자

2022.05.1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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