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서버브에 들소가 등장했다. 시카고 서부 서버브인 케인 카운티의 산림 보호소에는 최근 6마리의 들소(Bison)가 서식하기 시작했다. 케인 카운티에 들소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무려 200년만이다. 들소가 시카고 서버브에 다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들어 진행된 들소 복원 사업 덕분이다. 사실 들소는 미국 역사와 함께 했다고 봐야 할 정도로 친근했던 동물이다. 적어도 수천년동안 북미 대륙에만 수천만 마리의 들소가 서식하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들소가 주로 서식하고 있었던 장소는 중서부 지역의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초원(prairie)과 숲(forest) 지대였다. 하지만 1870년 이후 단 20년만에 들소의 개체수는 500두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서부 개척과 동시에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특정 지역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한 뒤 이쪽으로 몰아내면서 들소 역시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들소는 이런 목적 의식으로 인해 사냥꾼과 군인들에 의해 도살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들소는 이전까지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는 꼭 필요한 식량이었으며 가죽은 옷과 집을 만드는데 빠질 수 없는 필수 품목이었다. 들소가 있었기 때문에 주변 환경 역시 이에 맞춰 조성될 수 있었고 다른 동물 역시 함께 공존하는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인디언 중 하나인 라코타 부족은 들소를 타탄카(tatanka)라고 불렀는데 이는 ‘큰 형’이라는 뜻으로 인디언들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중서부 지역에 주로 거주하던 라코타 부족은 결국 서부 지역 보호 지역으로 쫓겨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케인 카운티에 들소가 다시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수년전부터 일기 시작한 들소 복원 운동의 일환이다. 케인 카운티 주민들은 주민 투표를 통해 세금 500만달러를 들소 복원에 필요한 대지 확보 등에 사용하는데 동의했다. 그래서 들소가 지난해 12월부터 산림 보호소에 서식하게 됐다. 이후 들소를 관리하는 것은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맡게 된다. 시카고 지역에서 비영리단체를 통해 활동하고 있는 아메리칸 인디언 후손들이 들소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먹이를 주게 되는 것이다. 들소의 행동반경을 제한하고 관람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전기 펜스 역시 인디언들이 관리한다. 이를 통해 한때 중서부 지역을 거닐었던 들소들이 개체 수를 늘리고 주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들소는 보통 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민첩한 동물이다. 무게만 1톤이 쉽게 넘어가고 시속 35마일로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 몸의 민첩성 역시 다른 여느 소들과 달리 빨라 6피트를 점프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북미 대륙에 서식하고 있는 포유류 중에서 가장 큰 동물이다. 현재 북미 대륙 기준 들소의 개체 수는 복원 노력의 결실로 약 50만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인 카운티 산림 보호소 외에도 시카고 지역에는 일부 단체에서 들소를 기르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바타비아의 페르미 연구소다. 입자 물리학을 주로 연구하면서 가속기를 통해 할 수 있는 각종 연구 실험을 하는 페르미 연구소 내 초원에 들소가 서식하고 있다. 현재 20마리 정도가 페르미 연구소에 살고 있는데 이들은 800에이커 넓이의 서식지에 퍼져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우주 생성의 원리를 연구하는 페르미 연구소에 들소도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다. 윌 카운티에 있는 마이드윈 국립 초원(Midewin National Tallgrass Prairie)은 연방 산림 보호국이 운영하고 있다. 이 초원 지역은 이전에는 육군에 공급하는 탄약 제조 공장이 있었던 곳인데 현재 70마리의 들소가 1000에이커 규모의 초원에 살고 있다. 일리노이에서 가장 많은 들소가 서식하고 있는 곳은 리 카운티다. 나추사 초원(Nachusa Grassland)은 식물원이 관리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약 100마리의 들소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들소가 사는 지역은 높게 자라는 식물은 먹이가 되면서 땅에 붙어 자라는 낮은 식물들은 잘 자라게 된다. 또 들소가 지나가는 곳은 땅이 다져지면서 물이 고이게 되어 물 공급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된다. 아울러 자연 퇴비로 땅이 비옥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결국 들소가 중서부 초원에 다시 살게 되면 이전 생태계로 돌아갈 수 있고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아메리칸 원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이 오랫동안 살아왔던 땅으로 돌아올 수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시카고 지역에는 약 6만5000명의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흩어져 살고 있다. 이들은 원래 초원 지역에 살고 있었으나 미국 역사의 발전과 함께 보호 구역으로 쫓겨나거나 대도시에 살면서 자신들만의 유산과 전통을 잃어가고 있다. 이들에게 들소는 친척과 다름없다. 이들에게 들소는 단순히 사냥해서 음식으로 소비하고 말 것이 아니라 보듬고 함께 살아야 할 동반자로 여겨지고 있다. 케인 카운티에 들소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주민들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소식을 알리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5만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올해 봄 부터는 들소를 보기 위한 주민들을 위해 셀프 가이드 투어도 마련된다. 이를 통해 아메리칸 인디언들의 역사를 널리 알리고 이들의 전통 음식과 약품도 소개할 예정이다. 현재 시카고 지역에는 170개 아메리칸 인디언 부족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연방 정부가 1950년대 자신들을 인디언 부족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정체성 유지에 힘겨워 하고 있다. 예전에 들소가 거닐었던 일리노이에는 단 1%의 대지만이 진짜 초원 지역으로 남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들소가 더 많이 서식할 수 있게 되고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들소와 함께 자신들의 DNA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것인지는 케인 카운티 산림 보호국의 시도가 어느 정도 해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nathan 케인 카운티 들소 복원 아메리칸 원주민들
2026.02.04. 13:50
특정 인종에 대한 증오나 혐오는 ‘나와 달라서 잘 알지 못함’에서 시작되며 그로 인한 두려움과 저항이 표출되는 방식이라고 사회학은 규정한다. 정치 사상적인 경계와 대립도 있지만 인종적 뿌리가 다름으로 인해 오해하고, 결국 서로 잘 알아갈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대결과 폭력의 극한은 예고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 예들은 매우 많았다. 미국은 이민 문호가 열려있고 초현대식 대의 민주주의를 품고 있다고 자랑하지만 여전히 토착 원주민을 몰아내고 학대한 이력이 있으며, 흑인 노예를 끌어다 막대한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민 정책은 정권이 달라질 때마다 기류가 달라졌고 최근 3년 동안의 팬데믹과 인플레이션으로 인종간의 괴리가 심해진 상태다. 본지는 연방행정부가 위치한 수도 DC에서 아시안 증오의 현주소를 찾고 3회에 걸쳐 관련 보도를 이어간다. 〈관계기사 3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초입부터 북소리와 쇠붙이 굉음이 들려왔다. 백악관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과 인근 건물의 공사장 장비 소리가 뒤섞이는 전형적인 도시 공원 ‘라파예트 스퀘어(Lafayette Square)’ 북쪽 출입구에 들어서자 ‘펠티에르를 석방하라(Free Leonard Peltier)’ 구호가 울려펴졌다. 8500평(약 7 에이커)에 달하는 아름다운 이 공원은 100년 넘게 미국인들의 외침이 채워진 곳이다. 여기저기 각종 구호와 메시지를 적은 현수막과 피켓이 눈에 띠고 눈길을 끌기 위한 타악기와 메가폰이 동원된다. 펠티에르는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민권 활동가로 지난 75년 사우스다코타 소재 원주민 독립 구역에서 대치하다 연방수사국(FBI) 요원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재판에서 두 번의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는 현재 플로리다에서 46년째 복역중이다. 국제사면위와 여러 해외 인권단체들이 그의 석방을 요구했으나 클린턴, 오바마를 포함한 모든 대통령들은 그의 사면을 승인하지 않았다. 집회 참석자 랜디 베이커(버지니아)는 “직접 총을 쐈다는 증거도 없고 원주민 옹호 조직의 수장도 아닌 그에게 이렇게 가혹한 이유는 바로 정부 기관의 뿌리깊은 증오라고 본다”며 “백악관의 대답이 없지만 계속 그의 석방을 외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날(9월 12일)은 그의 79세 생일이었다. 증오와 폭력의 대명사가 된 9.11테러 22주기 다음날 미국 행정부 수반의 집무실 길건너 풍경이다. 미국은 기본권 보장을 위해 핵심 국가 지도자의 가정과 집무실이 인접한 이곳에서도 시위를 허용한다. 공간의 관리는 공원서비스국(US Park Service)가 한다. 하지만 이날 시위는 200여 명이 넘게 참가하고 참가자들의 성향이 공격적일 수 있어 백악관 담장 앞길에 비밀 경호대 중대 병력이 포함된 저지선이 형성됐고 팽팽한 긴장감도 돌았다. 라파예트 스퀘어에는 앤드류 잭슨 등 전직 대통령의 동상이 있으며 노예를 사고팔던 ‘데카트루 하우스’도 건물이 그대로 남아 역사의 긴 페이지를 상징한다. 동쪽으로는 요인 경호에 가장 전문이라는 재무부 건물이 있어 삼엄함을 더한다. 연방 의회 의사당으로 연결되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는 수많은 기업, 로비단체, 민간단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시위도 로비의 한 종류인 셈일까. 이곳에서 25인 이상의 시위를 하려면 공원서비스국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가장 가까이서 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링컨 기념관이나 의회의사당보다 더 인기가 있다. 이러다 보니 미국 내 모든 소수계가 라파예트 스퀘어를 찾는다. 50년대 유색인종 민권 운동, 60년대 여권 신장 운동, 70년대 베트남 전쟁 반대, 2000년대 동성애자 권리 주장, 2020년대 아시안 차별과 증오 반대 시위까지 균등과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있다. 공원서비스국의 자료에 따르면 사전 신고한 시위는 2016~2019년 매년 120~140여 건이었으며,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에 주춤했다가 2021년 다시 194건, 2022년에 207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그 규모가 작거나 인도에서 진행되는 시위행렬은 신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사실상 매일 시위가 있으며 주말에는 시간을 정해 3~6개 팀이 순환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한인들은 2021년 애틀란타 스파 총격 사건에 분노해 이 곳을 찾아 ‘더이상 미워하지 말라’며 시위를 벌였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기획 르포: 라파예트 광장을 가다 백악관 시위 라파예트 스퀘어 아시안 증오 아메리칸 원주민들
2023.09.19.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