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인기다. 인류의 생존 기반인 바다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생태적 메시지가 좋았지만, 영화 속 ‘I See You’란 대사에 마음을 빼앗겼다. 전편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와 외계종족 네이티리 사이에 이해·포용의 징표로 사용된 이 대사는 2편에선 부족 간 소통은 물론 해양동물과의 교감으로까지 확장됐다. 해양부족 여성은 암컷 툴쿤(고래를 닮은 해양동물)과 오랜만에 만나, 눈을 바라보며 모성(母性)에 대해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제이크 설리의 둘째 아들 로아크와 외톨이 툴쿤 파야칸의 교감 또한 눈을 통해 이뤄진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리즈를 관통하는 대사 ‘I See You’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신을 본다’는 단순한 지각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존경·인정 등 다양한 뉘앙스가 함축돼 있다. 사랑이라는 더 깊은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아바타’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모두 지능과 감정을 가진 생물체로, 서로 연결돼 있다는 걸 그리려 한다.” 타인과의 소통은 눈을 바라보는 것에서 비롯한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줄루족은 ‘사우보나’(나는 당신을 봅니다)라는 인사에 ‘응기코나’(내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화답하는데, ‘I See You’가 여기서 착안한 대사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서 자못 궁금해졌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자주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지하철과 버스에선 사람들이 모두 이어폰을 꽂은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게 흔한 풍경이 됐다. 식당에서도 동료들끼리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대화는커녕 각자 스마트폰을 보는 게 이젠 놀랍지 않다. 어떤 모바일 키오스크 서비스는 “종업원 눈을 마주치며 음료 주문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냐”는 광고까지 냈다. 눈 마주치는 건 고사하고 통화도 불편하다며, 메신저로 용건을 알려 달라는 젊은 직원도 수두룩하다. “수업 시간에 조별 토론 준비를 시켰더니, 학생들이 아무 말도 않고 메신저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거기서 의견을 나누고 있더라”는 어느 대학교수의 경험담은 젊은이들 사이에 눈을 마주치지 않는 소통이 얼마나 평범한 일상인가를 극명히 보여준다. 김범석 교수(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의사)는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에서 “두 줄로 나란히 마주 보고 앉아 메신저 단톡방으로 토론하는 의대생들이 장차 어떤 의사가 될지 두렵다”고 적었다. 스마트폰과 모니터만 들여다보며, 환자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의사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그의 걱정에 마음 한구석이 갑갑해진다. 눈 마주침이 사라진 건 취재 현장도 마찬가지다. 속보 경쟁 때문에 취재원의 코멘트를 받아치느라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는 기자가 많다. 취재원과 기자가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도 있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는 힘들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 개봉 때 한국 기자들과 만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자신의 답변이 통역을 거치는 시간에 그림 한 장을 그렸다. 기자들이 타자수처럼 노트북에 그의 말을 받아치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이 얼마나 이상해 보였길래 그림까지 그렸을까. 외국 배우·제작진이 내한할 때, 국내 관계자들은 “한국 기자들은 질문하는 짧은 시간을 제외하곤 답변을 곧바로 노트북에 타이핑한다. 당신들을 환영하지 않거나, 대화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라고 미리 당부한다고 한다. 눈과 얼굴을 거치지 않고도 소통과 업무에 별 지장이 없는 시대다. 이제 비대면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하지만 상대방과 눈빛을 주고받는 행위가 인간다움의 필수 조건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다. 서로 눈을 바라보며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관계 맺기가 불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아무리 채팅 앱 기능이 발전한다 해도 대화 중 오가는 눈빛과 표정의 변화, 미간과 동공의 움직임, 목소리 톤, 숨소리 등은 기계적 신호로 전달할 수 없다. 이런 무언의 메시지가 백 마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할 때가 많다. 사람들이 눈 마주치는 걸 부담스러워 하고,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다가 결국 정서적 소통과 공감 능력,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퇴화하는 세상이 오지는 않을까. 칭얼대는 아이를 어르지 않고 스마트폰을 떠안기는 부모가 많아지고 있는 걸 보면, 그런 세상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정현목 / 문화부장J네트워크 스마트폰 아바타 메신저 단체대화방 제이크 설리 마음 한구석
2023.01.27. 20:48
역대 최고 흥행작 ‘아바타’ 이후 13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 ‘아바타:물의 길’(‘아바타2’)이 개봉 첫째 주 4억3450만 달러에 가까운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아바타2’ 배급사인 월트디즈니는 18일 이 영화의 1주차 글로벌 티켓 매출이 4억345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아바타2’는 지난 14일 한국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순차적으로 개봉했다. 북미 극장가에서 벌어들인 박스오피스는 1억3400만 달러, 중국 등 나머지 지역의 티켓 판매액은 3억50만 달러였다. 다만, ‘아바타2’의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는 당초 예상치에는 못 미쳤다. 북미 오프닝 성적은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1억8740만 달러),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1억8100만 달러), ‘토르:러브 앤 썬더’(1억4420만 달러) 등 마블 영화 3편에 밀려 올해 4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박스오피스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이후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중 3위다. 로이터 통신은 “‘아바타’ 속편의 박스오피스가 전세계적으로 5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아바타2’가 많은 사람이 추정했던 것만큼의 큰 파문은 일으키지 못했지만, 주말 극장가 박스오피스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도움을 줬다”고 진단했다. 디즈니는 ‘아바타2’의 제작·홍보비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 영화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손익분기점을 20억 달러로 추정했다. 역대 흥행 1위인 ‘아바타’의 글로벌 박스오피스는 29억2000만 달러다.아바타 박스오피스 글로벌 박스오피스 북미 극장가 1주차 글로벌
2022.12.18. 20:14
외계행성 판도라의 푸른 바다가 손에 잡힐 듯 눈 앞에 펼쳐지자 무의식적인 탄성이 쏟아졌다. 10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즈니 팬 축제 ‘D23 엑스포’ 행사에서다.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작품은 13년 만에 개봉하는 아바타 속편이었다. ‘아바타:물의 길’(이하 ‘아바타2’) 타이틀이 대형 스크린에 뜨자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환호성을 질렀다. 2009년 세계 영화계에 3D 시대를 열었고, 아직 이를 능가하는 작품이 없다고 평가받는 아바타가 드디어 공식적으로 귀환을 알린 것이다. 호주에서 작업 중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온라인으로 인사했지만 샘 워딩턴, 조이 살다나, 시고니 위버. 스티븐 랭 등 출연 배우가 무대에 한꺼번에 올랐다. 캐머런 감독은 “드디어 아바타2를 완성하게 돼 매우 흥분된다. 모두가 오랫동안 (이 영화를) 기다렸다는 것을 안다”며 “우리는 여러분에게 (3D 영상을) 보여줄 것이고 여러분이 그 가치를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디즈니 직원들은 7000여 좌석을 꽉 채운 팬에게 3D 전용 안경을 나눠줬고, 불이 꺼지자 영화 속 배경인 판도라 행성의 바다가 화면 밖을 뚫고 나와 넘실거렸다. 새롭게 공개된 예고편은 총 6개 장면으로 구성됐다. 행성 원주민 부족 나비족이 산호초와 물고기로 가득한 바닷속을 헤엄치는 모습과 대형 수중 생물을 타는 장면이 실제처럼 눈앞에서 펼쳐졌다. 주인공 설리와 네이티리 가족에게 닥친 위기 등 줄거리를 짐작해볼 수 있는 일부 장면도 이번 예고 동영상에 포함됐다. 설리 역의 워딩턴은 “아바타2는 가족을 지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며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가족과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런 내용을 영화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는 아바타2 새 예고편의 유출을 막기 위해 팬들의 동영상 촬영을 엄격히 금지했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트위터 등 온라인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아바타2는 12월 16일 극장에서 개봉한다.디즈니사 아바타 디즈니사 속편 외계행성 판도라 세계 영화계
2022.09.12.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