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아이티행 비행기의 운항 금지조치가 또다시 연장되었다. 지난해 11월, 갱들이 민간항공기에 총격을 가한 이후 미국 연방항공청은 민간항공기의 아이티 수도 포토프린스 운항을 금지했다. 그 조치는 올 9월까지 이어졌고, 이번에는 내년 3월 7일까지 운항 금지가 연장된 것이다. 그만큼 현지의 위험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미국에서 항공편이 끊기자, 수도는 외부와 단절된 채 고립된 상태가 이어졌다. 한동안 안전한 북부 도시 캡 헤이션까지 헬리콥터가 운행되었는데, 편도 요금이 무려 2500달러였다. 터무니없는 비용이었지만 많은 외국인이 이를 이용해 아이티를 떠났다. 지난 5월 중순, 아이티 정부의 보증 아래 국내선 운항이 재개되면서 북부 캡 헤이션에서 수도 포토프린스까지 국내선이 정기적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헬기 요금의 10분의 1가량의 가격으로 수도와 북부를 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도 이 항공편을 이용해 지난 7월 아이티를 다녀올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수도와 북부를 오가는 길도 있다. 그러나 요금은 예전보다 네 배나 올랐고, 무엇보다 여러 차례 갱이 통행료를 걷는 검문소를 지나야 하는 데다, 8시간이나 걸린다.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기에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들도 선뜻 이용하지 못한다. 그래도 꼭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사도 바울은 선교사역 중에 종종 길이 막히고, 계획했던 일을 제때 하지 못하기도 했다. 여러 번 로마에 가고 싶었지만 길이 막혀 계획을 미뤄야 했고, 데살로니가 교회에 가려 했을 때는 사탄이 막았다고까지 했다. 아시아로 가려던 계획은 성령께서 막으셔서 결국 마케도니아 선교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의 계획도 언제든 막히고 무산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가야 하고, 만나야 아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계속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은 자주 미뤄지고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좌절되기도 한다. 요즘 아이티 사역이 바로 그렇다. 우리는 고아를 돕는 구호 사역을 ‘심부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항공편이 끊기고, 갱단의 납치와 폭력이 난무하는 지금의 현실은 그 심부름을 점점 더 어렵고 힘들게 한다. 현지에 가는 일이 안전하지 않고 항공료도 감당하기 어려워져, 현지 협력선교사님께 송금하는 방식으로 식량, 의료,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감사한 일이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늘 아쉽다. 매일 아이티 뉴스를 검색하고, 매주 현지 스태프와 소통하며, 매월 식량 자금을, 때로는 학비와 집세를 보내는데, 그 과정이 자유롭지 못해 심부름이 힘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한때는 ‘신나는 심부름’이었는데, 이제는 꼭 해내야 하지만 어렵고 마음 아픈 ‘무거운 심부름’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17년간 한 번도 잃지 않은 믿음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아이티의 고아들을 부탁하셨다는 것이다. 지난 6~7년간 거친 폭력시위와 코로나를 겪고, 지금은 갱단 때문에 나라 전체가 마비된 상황인데, 하나님은 여전히 고아들에게 전할 사랑의 심부름을 우리에게 맡기고 계신다고 믿는다. 어렵고 힘든 시간이지만, 우리는 아이들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라나고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길이 막혀도 멈출 수 없는 이유이다. ‘심부름’이 힘들 때마다 우리보다 더 힘든 아이들을 생각하고, 돕는 분들을 생각하고, 우리를 보내신 하나님의 뜻을 묵상한다. 언젠가 다시, ‘신나는 심부름’을 하게 될 그 날을 소망하며.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심부름 아이티행 비행기 운항 금지조치 중순 아이티
2025.09.14. 16:19
우리가 사는 아파트에 앉아 멀리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 몇 분마다 한 번씩 비행기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개 비행기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나는 그 비행기가 뉴왁 공항으로 향하는 것으로 짐작한다. 때때로 비행기가 서쪽에서 동남쪽으로 날아갈 때는, JFK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아닐지 추측하기도 한다. 멀리 보이는 비행기는 전혀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 오는지, 어떤 비행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비행기의 고도가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미루어 뉴저지 인근 어딘가에 도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수없이 나는 비행기를 보며 여행을 꿈꾸는 것은 사치가 아니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편인 나는 공항을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요즘의 아이티 상황을 떠올리며 몹시 슬퍼진다. 불과 여섯 달 전까지만 해도, 갱들의 위험이 있음에도 가고자 하면 갈 수 있었던 나라, 비록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전히 희망을 품고 살아가던 나라의 수도가 이제는 완전히 고립되어 버렸다. 이동의 자유는 기본적인 인권이다. 세계인권선언 제13조는 ‘모든 사람은 자기 나라 영토 안에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다. 또한, 그 나라를 떠날 권리가 있고, 다시 돌아올 권리도 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수많은 정치적 이유로 이러한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 아이티가 더욱 비극적인 것은, 국제적 무관심에 이어 치안 불안으로 상용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이동의 자유는 누구든지 여권이 있고 형편만 되면 비행기 표를 구매하여 입국 심사를 거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리는 보편적인 자유는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정치 사회적 이유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떠나거나 돌아갈 수 없다. 갱단의 폭력으로 수도가 마비 지경에 이른 아이티가 지금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아이티에서도 한동안 많은 사람이 여권을 만들기 위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하였다. 현재는 갱단의 영향으로 모든 것이 멈춰 있지만, 여권을 발급해 주는 관청 앞에는 온종일 수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권이 있으면 어떻게든 나라를 떠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두세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발급 비용을 감수하고 여권을 신청하는 때도 있었다. 사람들은 만연한 갱단 폭력과 공권력의 부실한 대응 탓에 더욱 심각한 혼란에 빠진 나라를 떠나고 싶어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공항은 마비되고, 국경은 굳게 닫혀 있다. 수도 포토프린스의 따바에 위치한 하우스오브호프 고아원은 공항과 가까운 곳에 있다. 매일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의 커다란 바퀴가 땅을 흔드는 소리와 함께 손에 잡힐 듯 머리 위를 지나가곤 했다. 그러나 이제 아이티의 하늘은 텅 빈 채로 침묵으로 가득 차 비행기는 추억이 되어버렸다. 아파트 거실에 우두커니 앉아 서쪽 하늘을 끊임없이 나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아이티에도 다시 하늘길이 열려 아이티 사람들도 자유롭게 세상을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립된 나라가 다시 열린 세상과 연결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아이티행 비행기가 전처럼 자유롭게 다니는 날이 속히 와서 그곳에서 우리가 그리워하는 고아원의 아이들을 만나 다시 한번 손을 맞잡고 꿈을 나누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조 헨리 / 선교사·더 코너 인터내셔널 대표삶과 믿음 하늘길이 아이티행 비행기 하늘길이 열리기 번씩 비행기
2025.03.27.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