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전체

최신기사

[무대와 시선] 사람이 만든 아주 괜찮은 것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등 무려  7개 부문으로 수상하며 큰 사랑을 받아온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가 개봉 40주년을 맞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의 여성 소설가 카렌 블릭센의 자서전을 영화화한 이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눈이 부실 정도로 황홀했던 아프리카 대평원의 그 광활한 풍경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로서는 거액인 2800만 달러를 쏟아부은 이 영화가 제작비의 거의 10배인 2억28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도 초대박을 터트린 것은 명장 시드니 폴락의 뛰어난 연출력과 스토리 라인, 존 배리의 장엄하면서 감미로운 음악이 기막히게 어우러진 덕이다. 하지만 진짜 백미는 주인공 카렌 블릭센(메릴 스트립 분)과 데니스 핀치 해튼(로버트 레드포드 분)의 밀고 당기던  뛰어난 감성 연기가 첫 손 꼽힌다.   이 명품 연기 가운데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들이 초원에서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들으며 눈빛 교감으로 마음 문을 활짝 열고 상대를 받아들이던 모습이다. 잔잔한 클라리넷 음색과 대비되어 강렬하게 빛나던 이들의 눈빛 교류를 통해 시드니 폴락 감독은 음악의 파워를 강조하고자 했다는 데 그 메시지 전달은 적중했다.   영화  전편을 흐르며 서정적 음률로 아프리카를 감싸 안았던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 장조 K 622,  2악장 ‘아다지오’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협주곡이다. 말년에 유난히 클라리넷에 집착했던 모차르트가 사력을 다해 완성했다는 이 곡은 음역 표현이 넓은 클라리넷의 특성으로 아프리카 대평원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제 2 주제곡이 됐다.   자연에 대한 동경으로 고향을 떠나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하는 덴마크의 거부 카렌은 우연히 만난 수렵가이자 비행사인 데니스와 가까워 지지만 서로 다른 삶의 방식으로 마음은 늘 평행선이다. 외로운 아프리카에서 가정을 갖고 안정을 원하는 카렌에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데니스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면서 훌쩍 떠나기를 즐기는 아주 먼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카렌은 마음에 브레이크를 건다. 데니스 역시 카렌을 좋아하면서도 다름이 두렵다. 이때 이들의 마음을 무장해제하는 것이 모차르트다.   어느 날 카렌 앞에 축음기를 들고 나타난 데니스, “봐요, 사람이 만든 가장 괜찮은 게 여기 있소”라며 음반 위에 모차르트를 올린다.     그리고 자연 위 느닷없이 펼쳐진 음악에 넋을 빼앗긴 카렌은 굳게 내렸던 마음의 빗장을 연다. 음악이 벽을 허물 것이라는 데니스의 믿음은 통했고 둘은 하나가 된다. 뮤직 파워를 보여준 명장면이다.   LA 다운타운의 뮤직 센터에는 주 공연장인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 외에 ‘파운더스 룸(Founders Room)’이라는 근사한 방이 있다. LA 뮤직 센터 후원자를 위한 친목 장소인데 하이 실링에 한들 한들 매달린 샨데리어에서 크리스탈이 별처럼 반짝이는 멋진 방이다.   LA 오페라,  LA 필하모닉, 애만슨 시어터 등 후원자는 공연 전후 이곳에 모여 음식 먹고 차 마시고 술도 한잔 걸치며 친목을 다지는데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네트워킹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교의 다리 역을 한다. ‘비즈니스 성공하려면 파운더스 멤버십부터 사라’는 말이 오갈 정도다. 미국에선 아무리 대단한 거부라도 문화 예술의 문외한이면 무시당한다.   한국이 ‘인간사의 걸작’이라는 음악을 통해 글로벌 상위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참 기쁘다. 클래시컬, 팝 뮤직에 이어 ‘어쩌다 해피엔딩’으로 뮤지컬 성공까지 이뤄냈으니, 요즘 음악 한국의 모습은 계속 기분을 좋게 한다.   음악의 매직 파워를 보여준 근사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40주년을 축하하며 이 걸작을 꼭 다시 감상해 볼 것을 권한다. 유이나 / 칼럼니스트무대와 시선 아프리카 대평원 클라리넷 협주곡 클라리넷 음색

2025.07.01. 18:42

썸네일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