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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SRT 보이스’, 범죄의 악순환

시카고 경찰은 최근 시카고 지역에서 차량 탈취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른 일당에 대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그룹을 ‘SRT Boys’라고 불렀다. SRT은 ‘Sum Real Threats’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원래 SRT은 ‘Street and Racing Technology’의 앞글자를 따온 말이다. 지난 2018년 시카고 오토쇼에서 처음 데뷔한 닷지 챌린저가 대표적인 차량으로 꼽힌다. 젊은층에서 선호하는 차량인 챌린저 등을 일컬을 때 쓰는 말과 같은 말로 범죄 조직의 이름을 지은 셈이다. 둘 다 모두 차량과 관계되는 의미로 머슬카를 숭배하고 도로를 질주하는 의미였다가 차량 탈취를 일삼는 그룹이 이를 차용한 것이다.   2025년 기준 가장 나이가 많은 조직원이 21세, 가장 어린 경우는 15세였다. 이 들이 처음부터 차량 탈취 범죄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버스나 전철 안에서 다른 탑승객의 아이폰 등을 빼앗아 달아난 뒤 이를 되팔아 현금을 챙기는 방식의 범죄를 저지르곤 했다.   SRT Boys는 모두 30명 이상의 소년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유투브와 같은 채널에 자신들의 행위를 올리곤 했다. 이들은 폭력적인 가사의 랩을 하면서 훔친 차에 탑승하고 총기를 든 동영상을 자랑스럽게 업로드했다.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시카고 서부 지역이었지만 지역에 국한되지는 않았다. 다운타운을 포함해 부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북서부 서버브도 이들의 범행 대상에 빠지지 않았다. 이들로 인해 시카고의 차량 탈취 범죄는 폭증했다.     최근 몇 개월간 시카고 지역의 범죄 현황을 보면 차량 탈취 사건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것은 이제 SRT Boys와 같은 조직 범죄 단체가 다른 범죄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차량 범죄에서 현금지급기를 털고 차량을 이용해 소매 업소를 습격한 뒤 달아나는 ‘smash and go’가 이들의 새로운 범죄 모델이 됐다. 최근 경찰에 체포된 SRT Boys는 차량 트렁크에 두 대의 훔친 금전등록기를 싣고 다니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일리노이 사법 체계의 한계를 악용하기도 한다. 처음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된다 하더라도 미성년자들은 그리 오래 수감되지 않는다. 이들이 교도소를 나오는 순간 다른 범죄에 빠지곤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겐 교도소가 단순한 회전문인 셈이다.   시카고 경찰은 이 악순환의 고리에 주목하고 있다. 거리에서 휴대폰을 훔치다가 차량 탈취로 본격적인 조직 범죄에 빠진 뒤 차량을 이용한 대형 범죄에 가담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치안 문제가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 주민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고 다치며 목숨을 잃는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일은 이런 소년들이 시카고에서 암약하던 갱 조직과 연계된다는 것이다. 범죄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한 소년들은 자연스럽게 ‘Four Corner Hustlers’, ‘New Breeds’ 와 같은 갱스터들과 어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소년 범죄 그룹이 기존 갱스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자랑한다는 것. 시카고 경찰이 소년 7로 명명한 한 청소년은 유튜브 영상을 통해 AR-15 소총으로 라이벌 그룹을 쏘고 현금을 보여주면서 폭력을 미화하는 랩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을 통해 거리 범죄 조직에 발을 들여 놓은 이들은 당초 학교에 있어야 했던 아이들이라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고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며 스포츠를 통해 성인으로 성장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결손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나 보호자들의 관심 밖에서 자랐다. 그리고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말았다.   이들 대부분은 중범죄인 차량 탈취죄에 적용되지 않는다. 차량을 훔칠 당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들이 이들을 특정하지 못하면 직접 차량을 훔쳤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범죄의 늪에 빠지고 만다. 이들을 단순히 교도소에 수감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근본적으로 가정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문제 학생의 경우 카운슬링을 통해 더 심한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춘호 / 시카고 중앙일보 기자기자의 눈 보이스 악순환 차량 탈취로 차량 범죄 조직 범죄

2025.07.1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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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경제학] 신뢰의 악순환

중소형 규모의 지방 은행들이 예금 대량인출 사태로부터 안정을 찾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의 대형 은행인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는 유럽 3위 규모의 UBS에서 인수하는 거로 위기가 일단락됐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치뱅크(Deutsche Bank)도 주가가 급락세에서 안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융권 위기가 지난 2008년도 금융위기와 차이가 있는 것처럼 미국은행들과 유럽은행들도 차이가 있다.     크레딧 스위스나 도이치 뱅크는 이런저런 악재가 꾸준히 나오고 있었고 2008년 이후 주가도 제대로 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에 반해 이번에 파산한 미국 은행들은 유럽은행보다 영업 영역도 다른 점이 있고 규모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작지만, 대부분의 주주들이 손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셈이다.     급격하게 오르는 금리에 대한 해당 은행 경영진들의 대처가 미비했다고 한다. 금리인상 속도와 인상 폭에 대한 우려는 이미 나오고 있었지만 약한 고리가 어는 부분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웠는데 이번에 그 약한 고리가 드러난 것이다.     은행들이 보유한 낮은 이자의 장기 자산이 높아진 금리로 인해 자산 가치 하락이 일어나면서 재정 상태가 취약해지고 이를 우려한 예금자들의 대량 예금 인출이 은행을 위기에 빠지게 하는 신뢰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주주들이 사태를 파악해 보고 판단을 내릴 시간조차 없었던 것은 스마트뱅킹의 발전으로 지점에 갈 필요 없이 예금 인출이 인터넷으로 순식간에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에 위태롭다고 거론되는 한 은행의 분위기 파악을 해보기 위해 세 군데 지점을 직접 방문해 보았지만 별다른 특이 사항은 발견할 수 없었고 행원들의 모습도 평온했다. 뱅크런은 이처럼 소란 없이 조용하고 빠르게 일어나는 위기가 되었지만 또 다른 위기가 지역은행에 다가오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은행 자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약 2700억 달러가 금년에 재융자를 받아야 한다.     특히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는 오피스빌딩은 부동산 가격하락과 상승한 금리로 재융자를 포기 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캐다나에 본사를 둔 대형 부동산 투자사는 다운타운 엘에이의 개스컴퍼니타워(Gas Company Tower)와 777타워(777 Tower) 대출 상환을 체납시켰다.     회사의 규모로 보아선 전략적 디폴트로 보이지만 그만큼 상황이 안좋다는 얘기가 된다.  이제 시작하는 것으로 보이는 금리상승의 여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니 투자자는 각별히 신중해야 할  것이다.   ▶문의:(213)434-7787  김세주 / Kadence Advisors, LLC투자의 경제학 악순환 신뢰 지역은행 자산 금리인상 속도 크레딧 스위스

2023.03.29. 18:18

[J네트워크] 루머의 악순환

소문은 그럴 듯해야 퍼진다.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면 동력을 잃고 제풀에 사그라든다. 소셜미디어의 확장은 뉴스와 함께 루머도 빠르게 전파되는 시대를 만들었다. 중국은 지금 루머와 전쟁 중이다.   최근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뉴스 사이트 한가운데 고정된 제목을 걸고 있다. ‘중국 유언비어 공동 반박 플랫폼’. 말 그대로 정부가 직접 잘못된 뉴스나 소셜미디어에 도는 헛소문을 바로 잡는 사이트다. 통상 정정 보도를 우측 하단에 작게 배치하는 우리와 달리 시선이 집중되는 화면 정중앙에 배치했다.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은 지난 8월부터 양대 포털 바이두와 텐센트, 중국식 트위터인 웨이보, 동영상 사이트인 더우인, 콰이쇼우, 샤오홍슈 등 12개 사이트에 대한 허위 정보 단속에 들어갔다. 오는 16일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특히 코로나 관련 루머가 가장 많다. ‘역병보다 소문이 무섭다’는 부제 아래 ‘집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체포됐다는 소문은 가짜’라거나 ‘코로나로 인한 투신 자살 영상은 컴퓨터로 조작한 것’ 등이 공표됐다. 불안을 가중시키는 사실은 대부분 가짜로 지목됐다. 한 여성은 웨이신(중국식 카카오톡)의 단체방에 특정인이 코로나 확진자라는 글을 올렸다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체포됐다.   부연 설명이 인상적이다. “온라인은 법 밖의 공간이 아니다. 온라인에서의 행동은 법과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법을 두려워하고 루머를 믿거나 퍼뜨리지 말아야 한다. 불법·범죄의 단서를 발견하면 공안기관에 적극 신고해주기 바란다”. 중국의 과도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 여론이 악화되고 있지만 이를 솔직하게 털어놓거나 확인 안 된 사실을 전언으로라도 퍼뜨렸다간 체포되기 십상이다.   플랫폼은 역사적 허무주의도 유언비어로 다룬다. 중국 공산당의 역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을 하면 처벌될 수 있다. 당 간부에 대한 소문이나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전부 루머로 간주된다. ‘청두에서 원숭이 두창이 발병 소문은 가짜’ 등 정부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는 잘못된 정보들도 있지만 이는 당국이 선별한다. 유언비어 퇴치는 또다른 통제 수단이다.   지난달 24일 해외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갑자기 ‘시진핑 주석이 군부 쿠테타로 인해 가택연금 중’이란 소문이 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 후 격리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불투명한 정치 구조가 빚어낸 촌극인 동시에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한 줄도 표출되지 않는 여론 통제의 단면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박성훈 / 베이징특파원J네트워크 악순환 루머 해외 소셜미디어 발병 소문 유언비어 퇴치

2022.10.0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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