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비극을 인류의 희망으로"…
헌팅턴병·치매로 가족 잃은 로찬 부부, 뇌 질환 정밀 진단 연구 위해 거액 자산 또다시 기부 매칭 펀드 포함 총 800만 달러 규모 석좌교수직 신설 및 캐나다 최고 15.2테슬라 MRI 연구 가속화 사후 유산 대신 ‘즉시 기부’ 결단… “연구 동력 살아있을 때 환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되길” 퇴행성 뇌 질환으로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온타리오주 옥빌(Oakville)의 한 부부가 슬픔을 딛고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대학교에 수백만 달러의 거액을 기부했다. 이들의 숭고한 결단은 전 세계적으로 치료법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는 알츠하이머, 헌팅턴병 등 난치성 뇌 질환 연구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런던 웨스턴 대학교(Western University)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옥빌에 거주하는 프랑크 로찬(Frank Lochan)과 재니스 로찬(Janice Lochan) 부부는 뇌 신경 질환 연구 및 장기적인 치료 성과 개선을 위해 410만 달러를 대학 측에 전격 기부했다. 이번 기부는 부부가 직접 겪은 가슴 아픈 개인적 상실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캐나다 최고 해상도 초고공간장 MRI 가동… 난치성 뇌 질환 규명 박차 아내인 재니스의 가문은 어머니와 할머니를 포함해 여러 세대에 걸쳐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이라는 가혹한 유전성 질환과 싸워왔다. 헌팅턴병은 뇌 신경 세포가 점진적으로 파괴되면서 신체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인지 장애와 감정적 감퇴를 동반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남편인 프랑크 역시 전처가 인격과 행동의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는 진행성 뇌 장애인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진단을 받으면서 퇴행성 뇌 질환의 비극을 몸소 겪어야 했다. 재니스는 인터뷰에서 “우리 가족은 끔찍한 상실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그것은 바로 사회 환원이었다”고 기부 배경을 밝혔다. 부부의 기부금 410만 달러에 웨스턴 대학교의 자체 매칭 펀드가 더해지면서, 슐릭 의과·치과대학(Schulich School of Medicine & Dentistry)에는 총 800만 달러 규모의 ‘프랑크·재니스 로찬 뇌 건강 신경영상 석좌교수’ 기금이 조성된다. 이 기금은 세계적인 수준의 정밀 연구진을 영입하고, 고도화된 영상 기술을 통해 알츠하이머나 헌팅턴병 같은 질환의 발병 기전을 규명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전액 사용된다. 특히 대학 내 ‘기능 및 대사 매핑 센터(CFMM)’는 캐나다에서 가장 강력한 15.2테슬라 전계강도의 MRI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어, 전례 없는 초고해상도로 뇌의 미세한 생물학적 변화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부부는 10만 달러를 별도로 출연해 차세대 신경과학 연구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로찬 박사후연구원 장학 기금’도 함께 마련했다. “질병 연결고리 찾는 열쇠는 신경영상”… 유산 기부 대신 즉각 집행 선택 로찬 부부의 웨스턴 대학교 사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2023년에도 캐나다 헌팅턴 협회를 통해 웨스턴대 생화학과 패트릭 오도너휴 교수의 연구 기금을 지원한 바 있다. 오도너휴 교수 연구팀은 잘못된 유전 명령을 재해석하는 단백질 교정 기술을 통해 헌팅턴병의 근본적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오랜 기간 다양한 보건의료 단체 이사로 봉사해 온 프랑크는 “많은 뇌 질환이 서로 유사한 증상과 생물학적 경로를 공유하고 있다”라며 “최첨단 신경영상 기술이야말로 이 모든 질환을 관통하는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치료의 실마리를 제공할 핵심 열쇠”라고 강조했다. 특히 부부는 당초 사후에 유산을 기부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연구의 연속성과 시급성을 위해 지금 즉시 기부금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프랑크는 “우리의 기부가 지금 당장 쓰이기를 원했다”며 “이를 통해 현재 병마와 싸우며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자신들의 뒤에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는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앨런 셰퍼드 웨스턴대 총장은 “개인적인 아픔을 인류를 위한 고귀한 투자로 승화시켜 준 로찬 부부의 깊은 뜻에 경의를 표한다”며 최선의 연구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화답했다. 개인의 슬픔을 사회적 치유로 승화시킨 위대한 이정표 인간이 마주하는 수많은 질병 중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퇴행성 뇌 질환은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곁을 지키는 가족의 삶까지 통째로 황폐하게 만든다. 로찬 부부가 헌팅턴병과 전두측두엽 치매라는 두 가지 거대한 비극을 한 가정 안에서 모두 겪어내며 흘렸을 눈물과 절망의 깊이는 감히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내밀한 고통의 시간에 머무르는 대신, 전 재산에 가까운 거액을 사회에 환원하며 또 다른 이웃들의 비극을 막아설 방파제를 쌓아 올렸다. 퇴행성 뇌 질환은 현재 캐나다 내에서 성인 장애를 유발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히지만, 여전히 완벽한 치료 대안이 부족해 학계의 지속적인 투자가 절실한 분야다. 이러한 시점에 사후 유산 기부라는 통상적인 형식을 깨고 “지금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바로 써달라”며 실행력을 보여준 부부의 결단은 진정한 자선의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들의 숭고한 기부금이 최첨단 15.2테슬라 MRI 기술과 결합해 인류가 오랜 시간 풀지 못했던 뇌의 비밀을 밝혀내고, 수많은 환자 가정에 절망 대신 치유의 햇살을 전하는 기적의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email protected]개인 비극 질환 연구 알츠하이머 헌팅턴병 개인적 상실감
2026.06.01. 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