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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물질파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이 무슨 헛소리인가 생각할지 모른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란 말은 들어본 적은 있지만, 우리의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러우 전쟁이 한창이고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지경에 웬 뚱딴지 같은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이론이 없으면 러우 전쟁에서 드론이 활약하지 못하고, 동무들의 핵폭탄도 개발될 수 없다. 심지어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휴대전화도 불가능한 일이다.     현실 세계에서 직관적으로 볼 때, 마치 남자와 여자가 다르듯 입자와 파동 역시 완전히 다르다. 쉽게 얘기해서 날아가는 야구공은 입자의 대표적인 예고, 호수에 동심원을 그리며 퍼지는 물결은 파동이다. 알갱이인 입자는 질량이 있고 속도가 있지만, 소리 같은 파동은 파장에 의한 진동수나 진폭이 있다. 그 둘은 서로 어울릴 소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뉴턴 시절 빛은 당연히 입자라고 생각했지만, 빛의 파동적인 성질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무렵 뉴턴의 운동 법칙이 아원자의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과학계의 큰 문제였고 닐스 보어는 양자역학이란 이론으로 이유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다고 억지를 부렸다.     연이어 발표한 상대성이론으로 세계적인 명사가 되고 노벨상까지 받은 아인슈타인에게 한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떤 학생의 박사학위 논문인데 지도 교수마저 무시했다며 시간을 내서 꼭 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 논문을 본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친구가 물리학 발달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튼을 치웠군!'   그는 프랑스의 루이 드브로이였고 물질파로 불리는 이론을 발표했다. 드브로이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이라는 빛의 이중성이 주류였는데 천재였던 드브로이는 거꾸로 추측했다. 그는 혹시 빛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입자이면서 파동일지 모른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했다. 단지 거시세계에서는 입자의 질량이 너무 커서 거기서 발생하는 물질파는 거의 0에 수렴하기 때문에 입자의 성질만 보인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원자 규모의 미시세계에서 전자는 아주 미세하나마 질량은 가지고 있는 입자임에도 파동의 성질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드브로이의 물질파 이론은 양자역학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그동안 원자핵 주위의 전자가 불연속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던 양자역학은 그 첫걸음을 뗀 지는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었다. 전자가 어떤 특정 궤도에 있다가 에너지를 얻거나 잃어서 궤도를 옮길 때면 연속적인 운동을 하지 않고 점프 해버리는, 즉 양자 도약을 하는 이유를 몰랐다. 드브로이는 파동의 수미가 서로 연결된 닫힌 궤도를 상상했고 그렇게 닫힌 상태에서는 파동이 정수배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첫 번째나 세 번째 궤도는 존재할지라도 궤도 1.5라든가 궤도 3.14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가 궤도를 도약하는 것처럼 불연속적으로 보였다.   이로써 입자와 파동에 관한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됐다. 사실, 이 우주에는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가지 공식이 있을 수 없지만, 그동안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대립했는데 드브로이의 이론으로 말미암아 우리는 단 한 가지 공식만 갖게 되었다. 양자역학이 그것이고 양자역학의 부분집합으로 거시세계를 다룬 것이 바로 고전역학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물질파 이론 양자역학 발전 과학 이야기

2025.09.1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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