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희수라는 언덕을 넘고 있구나 깜짝 놀랐다 수많은 아픔들의 이름들이 들락거렸지 늘 초조한 시간의 세월이였어 혈압에 당뇨에 무언지 모를 콜레스테롤까지 달고 살았구나 곳곳에 문이 열려 아파하다가 수술받은 친구, 그것이 너였다가 나였다가 시합이라도 했던 것처럼 이슬방울 손에 쥐고 골인점에 먼저 가버린 너 막막한 바다 위를 홀로 날고 있구나 웃음 보따리 짊어지고 희수의 언덕 넘는 그날까지 조심조심 살기 원했는데 깔깔깔 이야기 나누자 했는데 오늘 너의 대답없는 이름 불러본다 난 희수의 언덕 넘고 있구나 석양에 노을이 유난히 붉다 쓸쓸히 쓸쓸히 걷는다 언덕을… 엄경춘 / 시인문예마당 언덕 친구 그것
2025.03.13. 18:12
원을 그리는 날갯짓들이 겨울 산 위에서 꺼이꺼이 허공을 비집고 돌며 울부짖는다 먹구름을 쥐어뜯으며 사나운 바다로 나간다 어둠을 벗기려고 두 손을 세운다 손이 없이도 가지를 잡고 춤을 추는 바람이여 그대 내 창을 두들기기 전 아프고 애달픈 그 창 앞에서 경이로운 춤을 춰다오 잔인한 것들이 녹아내리고 발걸음에 힘이 솟도록 니콰라과의 휘파람이여 기적을 불어주오 깊고 푸른 자원의 온전한 숨을 위하여 세모의 묵도도 네모의 묵도도 하나로 승화하리니 원을 그리는 손등 위로 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해다오 봄을 아는 나목의 분신이여 이 겨울의 잎맥을 깨워 사선의 언덕에서 피어날 봄꽃을 지켜주오 그녀가 누워있는 창안에 검은 그림자 지워지고 푸른 자원의 빛이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머지않은 날 겨울새 울음 쫓아 눈 녹는 들판을 달리고 뛰어 한가득 별꽃도 담아 오리오 부풀은 정 훈훈한데 얼지 않은 이 겨울이 잔인하도록 시리구나 소중한 인연이여 그대 가슴에 사랑 가득하니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고전 13:13ㅡ) 기적을 잡고 일어서다오 발걸음 가볍게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사선 언덕 겨울새 울음 묵도도 네모의 소망 사랑
2023.12.22. 19:17
새벽 언덕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언덕 위로 펼쳐진 안개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만큼 뒷걸음질친다는 것을. 언덕 끝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념 속에 있었다는 것을. 삼척 정라진 언덕을 오르면서 알 수 없는 황홀에 잠겼었다. 땅이 겹쳐 천천히 내게로 다가와 이마를 만지며 뒤로 물러섰고, 작고 투명한 물방울 입자가 온몸을 향해 친구의 이름 위로 날아 올랐다. 풀섶 위로 나지막히 내려 앉은 유리구슬의 유희. 풀벌레 노래하는 새벽 언덕은 한창 무르익은 학예회 무대 같았다. 그날 우리는 언덕을 넘어 작은 통통배를 탔다. 그리고 12시간의 거친 항해 끝에 친구가 기다리는 울릉도 도동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밤 부두를 걸으며 오징어잡이 배들이 켜놓은 휘황찬란했던 집어등의 수만큼이나 그리움이 조각들이 밤 하늘 별만큼 가득히 저미어 왔다. 소학교를 가기 위해 언덕 두 곳을 넘어야 했다. 학교 가까운 언덕은 눈 오는 날이 장관이었다. 사내 아이들은 종이 널판지를 깔고, 책가방을 깔고 눈길을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단발머리 여학생들은 장갑 낀 손을 호호 불며 언덕 가장자리 돌담을 의지해 느린 등교를 할 수밖에 없었다. 허연 입김을 뿜으며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나는 언덕에는 유년의 기억들이 눈처럼 쌓이고 있었다. 이제는 모두 지나가 버린 유년의 기억 속엔 눈 덮힌 하얀 언덕과 마음속으로만 간직했던 한 소녀의 활짝 웃는 모습이 아직도 아롱진다 “퍼얼펄 눈이옵니다. 바람 타고 눈이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져 온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쿼렌시아가 된 Quintin 길의 작은 언덕. 출근 길, 퇴근 길에 들려 먼동을, 노을을 사랑하게 된 언덕. 1990년 초 미국에서 개봉된 시네마 천국(Niobe Cinema Paradiso)의 main theme을 들으며 새벽 언덕에 오르고 있다. 에리오 모리코내가 작곡해 아카데미 영화 음악상을 수상한 곡이다. 호흡을 잃어버릴 만큼 피아노와 Cello의 하모니가 가슴을 쓸어내듯 아프다. 소학교 때 하얗게 눈으로 덮힌 언덕의 소회며, 대학 일 년 때 삼척 정라진 언덕길을 넘으며 새벽 안개처럼 아롱졌던 기억이며, 고향을 뒤로 두고 이제 편해져가는 Quintin 길의 언덕에 피어나는 들풀들의 작은 흔들림마저 모두 나를 지탱해온 의미가 되었다. 내가 아직 노래할 수 있는 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나를 지으신 이의 사랑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짓에 무릎 꿇지 않은 그의 품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인, 화가) 시카고, 이곳에서도 먼 위스컨신 / 아득한 언덕 두려움 깨는 울림 / 시월의 Holy Hill 붉게 피어 난다 / 휘영찬란 불빛 없고 종소리 사라진 오지 / 다만 그 곳 풀잎 스치는 소리 / 보금자리 찿아 드는 새들의 날갯짓 / 먼 발치 Holy Hill 고요로 가득해 / 한 알이 썩어 많은 열매 맺는 텅 빈 들녘 / 고요의 소리 시월의 Holy Hill / 광야의 나지막한 기도소리 / 아무도 찾지 않는 좁은 길 / 든든히 세워 지는 하늘소리 // 낙엽도 내리고 / 별빛도 내리고 / 하늘 고요도 내리는데 / 광야의 울음 소리 올라가네 / 텅 빈 들판의 손길 기도의 향 올라가네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언덕 소회 새벽 언덕 언덕과 마음속 언덕 위로
2023.10.23. 16:55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12일 오후 2급 경보 산불이 발생해 언덕 위에 있는 서너 채의 주택을 위협하고 있다. 샌버나디노 카운티 소방국에 따르면 이날 산불은 오후 2시 직전 노스 피나클 레인 인근에서 시작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언덕에 대형 띠를 형성할 정도로 산불 피해 지역이 확대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오후 3시 14분 현재 최소 5에이커가 불에 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피해 면적이 최소 50에이커까지 넓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이번 화재로 인한 부상자나 구조물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김병일 기자산불 언덕 산불 언덕 주택 위협 경보 산불
2023.07.12. 16:29
샌클레멘테에 있는 사적지 카사 로만티카를 떠받치고 있는 언덕 지반이 5일 오전 다시 무너져 내리면서 언덕 밑으로 지나는 열차 통행이 전면 중지됐다. 크리스 던컨 샌클레멘테 시장은 이날 오전 5시부터 6시 사이 지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KTLA5 TV 보도용 헬리콥터에서 찍은 영상을 보면 이날 오전 10시까지 언덕 아래 철로 옆으로 상당한 양의 흙과 돌덩이가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4월 말에도 언덕이 무너져 내리면서 한 동안 열차 운행이 중지된 바 있다. 보수작업을 거쳐 사적지 건물은 지난 5월 말에 다시 대중에게 문을 열었으나 이날 다시 언덕이 무너져 내려 향후 재개장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카사 로만티카는 샌클레멘테 피어 인근 바닷가 언덕에 위치하며 고전적인 스페인풍 건물과 약 2.5에이커에 달하는 넓은 정원에 전세계에어 수집한 다양한 수생 해안 식물이 보존되어 있어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김병일 기자사적지 언덕 사적지 언덕 열차 운행 사적지 카사
2023.06.05. 11:45
오색 불빛 부서진 항구 가물대며 점점 멀어진 떠가는 물 언덕 잠든 파도를 깨우며 밤을 달랜다 울컹덜컹이는 뱃머리와 뱃 바닥 스치는 기쁨과 아픔의 선율 심야의 연주는 열린 대서양의 교향곡이다 파도의 높고 낮음의 음정표 밤하늘의 큰 울림 밤새 들려온 하모니 악보 없는 오선지에 그림을 그렸다 오광운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언덕 오색 불빛
2023.05.26. 17:35
‘이제 어쩔 것인가 / 아쉬워 뒤돌아본들 흘러간 것은 / 잡을 수 없는 걸/ 나 있을 자리 아니라고/ 내 자리 마음에 들지 않아/ 탈출을 꿈꾸고/ 자유를 갈망했는데 막상/ 떠나려니 넘치는 아쉬움/ 낙엽 밟히는 가을 길에/ 눈물처럼 떨어지네.’ 하던 사업을 정리하면서 잠시 마음이 허전하여 써본 글이다. 가게에 몸은 잡혀있지만 마음이라는 형상은 자주 몸에서 빠져나와 먼 곳을 멋대로 방황하다가 돌아오곤 했다. 오늘도 운전대에 앉아 갈 곳을 무심히 지나쳐버렸다. 아, 내가 왜 이럴까? 다시 말머리를 돌려 목적지에 갔지만 나의 마음 내 혼이 육체에서 빠져나와 어디론가 헤매다가 돌아온 것이 틀림없었다. 지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지켜야 할 일정을 이탈해 버리고 백일몽이나 꾸며 한가로이 유유자적할 처지도 못 되는 형편인데, 어쩌자고 마음은 몸 가는 곳에 함께 가주질 않는지 모르겠다. 삶에 지쳐 숨 막히던 혼이 틈새를 엿보다가 쏙 빠져 도망쳐 버리는 탓일까, 남보다 더 먹고 더 길게 살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바쁜지 모르겠다. 세끼 입에 풀칠이나 하면 될 것을…. 이 나라에 산지 반평생 꽤 오래되었는데 항상 무엇에 쫓기듯 바쁘고 어쩌다 한가한 시간을 만나면, 내가 이래도 돼? 스스로 반문할 때가 있다. 긴장의 연속, 삶의 경주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던 지난날들, 하루라도 방심을 하면 삶의 대열에서 나만 낙오자가 되고 인경이 울려 성문이 닫히면 나만 못 들어갈 것처럼 불안·초조 했었다. 오십여 년을 이 땅 한 모퉁이에서 끊임없이 허덕이며 지나온 날들이 돌아다보니 지금은 오히려 짧게 느껴진다. 정녕 이젠 수고롭고 바쁜 시절은 다 보냈구나. 언제 신록의 봄이 왔다 갔는지, 여름이 어느새 왔는지, 풀꽃 향기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미쳐 느끼거나 만져보지 못한 자연을 이제야 여유롭게 감상해도 될 때가 온 것 같아서 마음이 설렌다. 어깨에 짊어졌던 배낭 같은 책임, 의무를 벗어 던지고 지는 저녁 해를 보려 바닷가를 서성여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을 지점까지 온 것 같다 그런데, 왜 이토록 가슴이 허전해지는지 모르겠다. 힘차게 달리던 차가 갑자기 급정거하면 그 반동으로 킥 쓰러지는 현상일까? 아니라면 매일 반복적으로 하던 일을 놓는 허전함일까? 그럴지도 모르지. 에스크로 회사에 가서 사인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허전했지만, 시원했었다. 많은 것을 하고 싶던 지난날들, 좋아하는 소설도 읽고, 촉촉이 봄비 나리는 날, 추녀 끝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세면서 향기로운 커피잔에 모차르트를 담가 보는 낭만을 미루고 살아왔다. 한적한 시간 사업체에 앉아 눈을 감으면 모처럼 이어지는 영감(靈感))의 줄을 툭툭 끊어버리던 손님들, 지나간 추억 속에서나 만나 봐야겠지. 오늘 아침 한국서 보내오는 월간 문학잡지가 도착했다. 첫 장을 여니 파란 신록의 사진과 함께 미당의 시 한 수가 실려 있다. 백양나무가 뻗어있는 오솔길과 연녹색 나뭇잎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아- 난 이제 자유랍니다. 삶의 무서운 경쟁을 끝냈답니다. 애지중지 사랑하는 자식들도 잘 키워서 저희가 원하는 세상으로 내보냈습니다. 마음껏 저 오솔길을 걸어도 시간이 날 속박할 수 없을 터, 백양나무 껍질에 시를 써놓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끝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다가 흩날리는 길 먼지를 뒤집어써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보며 오랫동안 못 보던 친구를 찾아 점심을 함께해도 시간에 쫓길 일도 없을 것입니다. 스케줄이라는 강박관념조차 힘을 못 쓸 것이니까….’ ‘Retirement’ 라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은퇴, 은거, 퇴직, 은거하는 것, 외딴곳, 벽촌이라고 되어 있다. 그래, 나는 이제 은거하는 삶을 살 것이다. 흐드러지게 단풍이 진 산록에서, 청풍명월 산정에서, 펄펄 끓는 열대 사막 온천에서 나만의 삶을 산들 그 누가 탓할까. 겁날 게 없다. 돌이켜 보면 감사한 세월이었다. 역병에 시달림도 안 받았고, 식구들 모두 건강하게 제할 일 다 하고, 부자는 못돼도 그럭저럭 잘 살았다. 그런데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왜? 나는 그대 떠난 강가에 홀로 남겨진 빈 배처럼 끝없는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제3의 삶이 시작되는 것에 대한 불안인가? 지난날들이 아득한 전생이라면, 지금은 고요한 아침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남아있는 날들을 더 알차게 보람되게 살기 위하여, 언덕에 서서 저문 하늘에 떠오르는 달빛도 바라보고,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동 가숙 서 가숙 자유를 누리며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도록 살아야겠다. 김명선 / 소설가수필 언덕 은퇴 시간 사업체 자리 마음 백양나무 껍질
2023.05.11. 20:22
샌클레멘티의 메트로링크역 북쪽 언덕에서 발생한 사태로 사적지인 카사 로만티카 문화센터가 일부 지반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메트로링크 측에 따르면 사태는 지난달 27일 발생했다. 당국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샌클레멘티를 지나는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카사 로만티카 출입은 금지됐으며, 인근 아파트 주민 수백 명도 임시 거처로 옮겼다.언덕 사태 언덕 사태 메트로링크역 북쪽 인근 아파트
2023.05.01. 17:31
오렌지 카운티의 사적지 건물 지반이 일부 무너져 내리면서 통근 열차의 통행도 금지됐다. 메트로링크 측은 27일 사적지 건물인 카사 로만티카 문화센터 주변에서 일부 지반이 무너지면서 그 영향으로 인근을 지나는 철로에까지 토사가 흘러내렸다고 밝혔다. 토사는 메트로링크 샌클레멘트 피어 역의 북쪽 언덕에서 흘러내렸고 이에 따라 이날 오후 1시11분부터 해당 구간의 열차 운행을 중지했다고 메트로링크 관계자는 설명했다. 열차 운행 중지 조처는 위험 예방 차원에서 시행됐고 안전이 확인되면 열차 운행은 바로 재개될 예정이라고 메트로링크 측은 덧붙였다. 열차 운행이 중지된 구간은 라구나 니겔-미션 비에호 역 남쪽이 모두 해당한다. 통근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목적지까지 우버를 이용해 갈 수 있도록 바우처가 제공된다. 액수는 최대 50달러까지다. 한편 철로에까지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메트로링크 통근 열차 외에 어바인부터 샌디에이고에 이르는 구간의 퍼시픽 서프라이너 열차 운행도 중단됐다. 이 구간을 이용하는 철도 이용객은 무료 전화 800-USA-RAIL(872-7245)로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병일 기자언덕 철로 열차 운행 운행 중단 통근 열차
2023.04.27. 16:54
지난 주말에 내린 폭우로 라카냐다 플린트리지 소재 주택 3채가 언덕에서 흘러내린 토사에 파묻히거나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LA 카운티 소방국에 따르면 26일 오후 4시 11분경 400블록 폴레트 플레이스에서 언덕으로부터 토사가 흘러내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사태로 집 한 채가 다른 두 채보다 더 많은 피해를 입었고 이 집에 거주하던 3명의 가족은 다른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다른 두 채의 집은 비교적 피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이번 사태로 인한 부상 등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라카냐다 지역은 지난 수일에 걸쳐 9인치 이상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앞으로도 며칠 동안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주민들은 추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김병일 기자언덕 토사 소재 주택 추가 피해 비교적 피해
2023.02.27. 16:39
온 사방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참으로 열심히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수고했다, 신통하다, 스스로 칭찬해 주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희미하고 까마득한 깊은 골짜기가 내려다보입니다. 하얀 안개 속에 지나간 나의 삶이 손짓하면서 나를 부릅니다. 와락 그리워집니다. ‘다시는 내려갈 수 없는 저 험한 길을 잊어라!’ 멀리서 들려옵니다. 누가 나를 부를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저 뒤에 내가 이제부터 가야 할 똑바르고 평평한 하얀 길이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저 길 끝은 어디쯤이나 될까? 감이 없었습니다. 겁이 덜컥 나서 시선을 돌렸습니다. 이쪽은 동쪽입니다. 저 수평선에서 늘 고맙고 웅장한 붉은 해님이 나를 부릅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손을 모아 잠깐 고마움에 기도를 올렸습니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저 하얀 구름 사이로 늘 대화를 나누고 싶은 쟁반같이 둥근 달님이 또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잠시 어디엔가 주저앉아 다시 사방을 둘러봅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아, 여기가 어디던가? 처음 와보는 신기한 자리! 내 자리가 아닌 듯 낯설었습니다. 지나간 날들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곳! 잠시 뒤를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달라졌던가? 물어봅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이곳이 바로 순리를 따라 왔던 종착역이었던가? 묻고 또 묻습니다. 다시 뒤를 돌아봅니다. 저 하얗고 깨끗하게 보이는 저 길은 이제부터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를 말해주듯 쓸모 있게 보였습니다. 저 길을 그저 생각 없이 무의미하게 걷기보다는 보다 예쁘게 단장한 보다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고 싶구나 혼자서 중얼거려 보았습니다. 이렇게 칠십과 팔십이 다르다고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몸이 말해 줍니다. 마음도 머리도 하루가 다르게 신호를 보냅니다. 단어와 이름들이 희미해집니다. 멍청이가 되라 하는 것 같습니다. 걱정도 집어치워 버리라고 합니다. 걱정해서 되는 것이 없다나요? 그럼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할까요! 이 또한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는 없다네요? 세끼 밥에 청소에 빨래 이러다 보면 하루가 갑니다. 그런대요! 내 속 심사가 ‘너 그렇게 살지 마라’ 점잖게 훈계 한마디를 던지고 지나갔습니다. 팔십이 되기까지 과연 너는 열심히 살았던가? 다시 나에게 물었습니다. 후회와 잘못과 어리석었던 등등이 지금 나에게 무엇을 남겼던가? 얼마나 많은 말실수를 했던가? 이렇게 끄집어 내어보니 머리가 어지러워집니다.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 길만이 나를 다스립니다.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자. 죄 사함은 오직 높으신 님께 드리는 기도임을 깨닫습니다. 80 언덕에 한참을 앉아 많은 생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지금부터는 네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라! 너 자신이 누구인가를… 더도 덜도 아닌 너를 사랑하는 것이 너의 책임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공부하라! 노래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네 주위에서 가능한 일을 찾아라! 건강을 지켜라. 이런 명령들을 나 스스로 명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나의 한 가지 재주 아니면 나의 취미, 나의 자신감을 존중하며 꽃꽂이 강습을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노인 학생들이 좋아하며 즐기는지요! 이것이 바로 나의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늘 하고 싶었던 내가 사랑하는 꽃들과의 대화가 나의 건강과 생을 지켜주리라 다시 다짐했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팔십이란 언덕 팔십이란 언덕 꽃꽂이 강습 노인 학생들
2022.10.28. 20:20
온 사방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참으로 열심히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수고했다, 신통하다, 스스로 칭찬해 주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희미하고 까마득한 깊은 골짜기가 내려다보입니다. 하얀 안개 속에 지나간 나의 삶이 손짓하면서 나를 부릅니다. 와락 그리워집니다. ‘다시는 내려갈 수 없는 저 험한 길을 잊어라!’ 멀리서 들려옵니다. 누가 나를 부를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저 뒤에 내가 이제부터 가야 할 똑바르고 편편한 하얀 길이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저 길 끝은 어디쯤이나 될까? 감이 없었습니다. 겁이 덜컥 나서 시선을 돌렸습니다. 이쪽은 동쪽입니다. 저 수평선에서 늘 고맙고 웅장한 붉은 해님이 나를 부릅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손을 모아 잠깐 고마움에 기도를 올렸습니다. 다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저 하얀 구름 사이로 늘 대화를 나누고 싶은 쟁반같이 둥근 달님이 또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잠시 어디엔가 주저앉아 다시 사방을 둘러봅니다. 만감이 교체합니다. 아, 여기가 어디던가? 처음 와보는 신기한 자리! 내 자리가 아닌 듯 낯설었습니다. 지나간 날들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곳! 잠시 뒤를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몸도 마음도 달라졌던가? 물어봅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이곳이 바로 순리를 따라 왔던 종착역이었던가? 묻고 또 묻습니다. 다시 뒤를 돌아봅니다. 저 하얗고 깨끗하게 보이는 저 길은 이제부터 어떻게 걸어가야 하는지를말해주듯 쓸모 있게 보였습니다. 저 길을 그저 생각 없이 무의미하게 걷기보다는 보다 예쁘게 단장한 보다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고 싶구나 혼자서 중얼거려 보았습니다. 이렇게 칠십과 팔십이 다르다고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몸이 말해 줍니다. 마음도 머리도 하루가 다르게 신호를 보냅니다. 단어와 이름들이 희미해집니다. 날짜가 가물거립니다. 그 많은 생일날도 잊으라고 합니다. 멍청이가 되라 하는 것 같습니다. 운전도 그만두라 하네요! 걱정도 집어치워버리라고 합니다. 걱정해서 되는 것이 없다나요? 그럼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야 할까요! 이 또한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는 없다네요? 세끼 밥에 청소에 빨래 이러다 보면 하루가 갑니다. 그런대요! 내 속 심사가 ‘너 그렇게 살지 마라’ 점잖게 훈계 한마디를 던지고 지나갔습니다. 팔십이 되기까지 과연 너는 열심히 살았던가? 다시 나에게 물었습니다. 후회와 잘못과 어리석었던 등등이 지금 나에게 무엇을 남겼던가? 얼마나 많은 말실수를 했던가? 이렇게 끄집어 내어보니 머리가 어지러워집니다.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 길만이 나를 다스립니다. 지나간 일은 잊어버리자. 죄 사함은 오직 높으신 님께 드리는 기도임을 깨닫습니다. 80 언덕에 한참을 앉아 많은 생각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지금부터는 네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라! 너 자신이 누구인가를…더도 덜도 아닌 너를 사랑하는 것이 너의 책임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공부하라! 노래도 하고,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네 주위에서 가능한 일을 찾아라! 건강을 지켜라. 이런 명령들을 나 스스로 명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나의 한 가지 재주 아니면 나의 취미, 나의 자신감을 존중하며 꽃꽂이 강습을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노인 학생들이 좋아하며 즐기는지요! 이것이 바로 나의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늘 하고 싶었던 내가 사랑하는 꽃들과의 대화가 나의 건강과 생을 지켜주리라 다시 다짐했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팔십이란 언덕 팔십이란 언덕 꽃꽂이 강습 노인 학생들
2022.10.27. 17:40
“햇살 가득한 무덤 위에 살아 있는 사람과 떠난 사람 사이에 부는 미풍을 느끼고 있을까 레테 강을 건넌 그는 우리의 기척도 체취까지도 이미 다 잊었을까” 지난달 주말 하루, 두 집 아이들과 시간을 맞춰서 모처럼 빠지는 얼굴 하나 없이 그린 힐 가는 길에 나섰다. 이 도시로 옮겨 오고 나서 그린 힐 가는 길이 사뭇 멀어졌다. 러시아워를 피해도 왕복 두 시간이 꼬박 걸리니 아침저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올여름의 살인적인 폭염과 찬 밤의 이슬과 별 시린 외로움을 견뎌낸 무덤가의 수국이 머물다 떠난 혼백의 흔적처럼 늦가을 바람에 희게 부서지고 있었다. 꽃병을 씻어서 들고 온 안개꽃을 꽂아 넣었다. 더위에 군데군데 말라버린 잔디에 아이들이 물을 주고 있는 동안, 그의 묘비에 멍하니 눈길을 주었다. 갑자기 주위가 소란해지며 바로 옆자리의 가족들이 나타났다. 비어있던 옆 가족묘지의 한 자리에 우리보다 1년쯤 후의 어느 날 처음으로 꽃이 놓여 있었다. 새로 입힌 뗏장 위엔 비석이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궁금했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그 가족과 마주쳤다. “애들 아빠 쉰둘에 심장마비로 갔어요. 그 댁 선생님보다 많이 일찍 갔지요?” 우리 비문을 보아 알고 있는 듯, 친근한 웃음을 띠며 말을 건네는 초로의 부인과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두 자녀에게 애석한 미소밖에는 돌려줄 것이 없었다. 문득 그곳의 두 사람은 이미 밤의 찬 이슬로 대작을 마쳤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시편 23편을 낭독하고 생명수 흐르는 시냇가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모두 입을 모아 ‘Jesus loves me’를 아카펠라의 하모니로 끝냈을 때, 손주들이 어느새 성급하게 두 차의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떠나는 기척을 알면 그가 섭섭해할 텐데. 그를 처음으로 이곳에 홀로 두고 떠나던 날의 기억이 차 문을 여닫는 금속성의 소리 사이로 아프게 밀려왔다. 아들과 딸은 모두 아버지가 떠난 후에 결혼해서 며느리나 손주들은 그를 본 적이 없다. 사위만은 예외로 딸과 결혼하고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생전의 아버지를 뵌 적이 있다고 털어놔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딸과 대학 동문인 사위는 딸의 졸업식에 참석한 좋아하던 선배의 아버지를 가까이 다가가 뵈었다고 했다. 1년여 투병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남편은 유머를 잃지 않아서 그의 병상 주위에는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왁자한 웃음소리에 병실에 들어오던 의료진이 자주 흠칫 놀라고는 했다. 딸을 몹시 아끼던 그는 병문안을 온 친구가 “자네는 스트라이크 하나(아들)와 볼 하나(딸)를 고루 두어서 복이 많다”라고 위로를 건넸는데 그는 대번에 머리를 저었다. “원 스트라이크 원 볼이 아니라 투 스트라이크스”라고 반박했다. 동부의 대학에 입학한 딸을 학교에 두고 오던 날, 그는 딸에게 ‘AFC’를 주문했다. ‘Aim For C’, 성적은 C만 받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음성을 잃은 그는 아침마다 병실에 들어서는 내게 ‘I love you’라고 입술로 인사를 했는데 5월의 화창한 그 날은 ‘I love ~’ 한 후 더 이어가지 못했다. 창문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비쳐드는 오후 3시, 그는 둘러선 10여 명의 친지들 얼굴에 일일이 눈길을 주고 밤에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다.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노년의 쓸쓸함과 외로움은 온통 남은 내게 떠맡기고 그는 인생의 정점에서 담담하게 삶을 마감했다. 리서치 보조로 한 달에 250달러를 받아 살던 학생 시절, 그에게 공부가 끝나면 어디서 살고 싶으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는 처음 들어 보는 지명을 말했다. 팔로스버디스라는. 그는 지금 샌페드로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팔로스버디스의 그린 힐 언덕에 누워있다. 지금 햇살 가득한 무덤 위에 살아 있는 사람과 떠난 사람 사이에 부는 미풍을 그는 느끼고 있을까. 이미 레테 강을 건넌 그는 우리의 기척도 체취까지도 다 잊었을까. 박 유니스 / 수필가수필 언덕 기척도 체취 jesus loves 모두 아버지
2021.12.30.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