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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그리운 사람들은 별이 된다

은하수를 본 것이 얼마만인가? 복극성이 그리는 큰곰자리의 일곱 별들은? 눈물 속에서 마지막 보았던 물망초 꽃들은? 금빛 조약돌에 부딪혀 흩어지던 찬란한 청춘의 빛들은? 눈물 모르던 날의 따뜻한 감꽃 목걸이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그리워하던 시간보다, 보이는 것들 속에 세월이 멈춘 풍경 속으로 돌아간 짧은 시간들이 가슴 저미는 추억으로 살아있다. 그 짧은 만남을 위하여 긴 헤어짐의 날들이 필요했던 것일까?   드러내고 흐느낄 수 없었던 폭풍우 치는 저녁과, 잠 못 이루는 어두운 밤을 지나 새벽별을 가슴 깊이 안을 때까지, 삶은 살아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고와 절망을 딛고 세월의 깊고 먼 강을 도도히 흘러온 얼굴들, 간혹 잊힌듯 흔들리지만, 시간의 허리를 파먹으며 저문 날의 창가를 기웃거린다.   고향이나 조국이 그리운 것은 그 땅이나 하늘과 산이 아니라, 그 곳에서 숨쉬고 사는 정겨운 얼굴들이 있어 아득한 그리움으로 남는다. 익숙한 자음과 모음들이 모닥불 지피며 다가오는 땅, 엄마 젖가슴처럼 부드럽고 푸석푸석한 흙이 있는 곳, 그리운 사람들의 눈망울 속으로 달려간다.   오래된 동창들을 만났다. 허둥대는 삶의 고삐 멈추고, 마른 꽃잎의 책갈피 속 유년의 뜨락으로 돌아갔다. 우리들이 함께 나누었던 시간들이 강물처럼 흘러갔다 해도 남은 시간 따스한 강물되어 서로의 가슴을 데펴주지 않을까?   바람이였을까? 찰나와 영원 사이, 세월의 골목마다 숨어있다가 할퀴고 지나간 것은 눈물이었을까? 가슴 헤집고 모질게 흩어지던 꽃잎들의 흐느낌은 외로움과 상처를 견디지 못한 꽃들의 아우성이었을까?   꽃잎들이 빛 바래져, 인고의 날들로 실강을 만들며, 눈가에 잔 주름으로 퍼질 때, 우리는 나목처럼 당당하게 서 있어야 한다. 사랑이 이별로 무너져도, 사랑을 다시 하고, 무너진 사랑을 견뎌내야 한다. 청춘은 버릴 것 없는 축복이였다.   ‘소년은 한 옴큼 꽃을 꺾어와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하나도 버리지 말어” 산마루께로 올라갔다’ -황순원 ‘소나기’ 중에서   꿈이 부서져 낙엽처럼 저문 거리를 나부껴도, 미련 버릴 수 없는 오늘과 포기할 수 없는 내일 있어, 달무리는 달을 껴안고 희미한 빛의 둥근 테를 두른다.   그리운 사람들이여! 어둠 속에서도 촛불을 켜 주세요. 영혼의 어둠을 밝힐 날들 위해, 꺼지지 않는 심장의 등불 켜고 청춘의 촛불을 밝혀 주세요.   보고 싶은 사람이여! 그대 슬픔이 내 것이 되지 못하고, 나의 아픔 속으로 그대가 들어오지 못한다 해도, 별들이 모여 찬란하게 반짝이듯 당신은 나의 별이 돼 주셔야 합니다. 가장 소중하고 빛나는 별로 내 곁에서 반짝여 주세요.   알지 못할 슬픔이 밀려오는 날에는, 가슴에 손을 얹고 ‘사랑이 있었기에 그래도 살 만한 인생이였다고’ 사랑의 독백을 주술처럼 외워주세요.   그대 곁에 늘 별자리로 남아있겠어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대가 내 곁에 있듯이, 북극성 멀리 떠나 있어도,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나를 잊지 말고 기억해 주세요.   세월이 흘러도,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별로 내곁을 밝혀 주세요.   그리운 사람들은 별이 된다. 떠나도 그대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곁에 있듯이,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엔 별이 뜬다.  (작가, Q7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엄마 젖가슴 가슴 저미 금빛 조약돌

2025.12.2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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