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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자유의 여신님께 아뢰옵나이다

어이쿠! 자유의 여신 마마, 그동안 기체후일양만강하옵신지요? 불초소생 엎드려 문안드리옵나이다.   이처럼 직접 만나 뵈옵다니 가문의 큰 영광이올시다. 소생, 이 나라에 산 지 그럭저럭 50년이 넘었는데도 문안 여쭙지 못하고 이제야 이렇게…. 황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요, 워낙 멀리 떨어져 계신지라….   아이고, 실물을 뵈니 사진보다 훨씬 미인이시네요. 그런데, 많이 피곤해보이시네요. 그 팔 좀 내리고 쉬시면 안 되나요? 그렇게 줄곧 무거운 횃불을 들고 계시니 팔이 얼마나 아프시겠어요? 벌 서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안 보는 한밤중에는 좀 내리고 쉬세요. 포도주라도 한잔 하시면서 푹 쉬세요.   그나저나, 무척 바쁘시죠? 독립기념일 무렵이라 정신이 한 개도 없으시겠어요. 네? 그런 것보다 세상이 워낙 어지럽고 요란하게 돌아가는 통에 많이 피곤하시다고요? 정말 그러시겠어요.   그건 그렇고, 소생이 좀 조사를 해봤더니, 자유의 여신 마마께서는 1876년 미국 독립기념 1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에서 바다 건너오셨더군요. 그렇죠?   아니 뭐 대단한 뒷조사는 아니고요, 그냥 인공지능에 물어본 거예요. 요즘은 컴퓨터 몇 번 두드리거나 AI 시키면 좌르르 다 나옵니다. 그러니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반상식입죠. 정보랄 것도 없어요.   에, 그러니까, 키가 93.5m, 무게는 204톤이고, 머리에는 7개의 대륙을 나타내는 뿔 달린 왕관을 쓰고 있고, 오른손은 횃불을 치켜들고, 왼손으로는 독립선언서를 안고 있고, 발로는 끊어진 사슬과 족쇄를 밟고 있으시죠?   그러니까, 우파는 횃불을 휘두르고, 좌파는 책을 들고 공부하고 뭐 그런 겁니까? 에이, 설마 그런 건 아니겠죠?   알겠습니다. 바쁘실 테니, 간단하게 3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딱 3가지만!   먼저 여신 마마께서는 프랑스에서 바다 건너오셨으니, 이민인 셈이죠? 그래요, 안 그래요? 그런데, 이민자들을 마구잡이로 쫓아내는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불법이민자 잡겠다고 총 든 군대를 동원하는 이 현실을? 이민의 나라가 이민을 내치다니, 이것이야말로 백인우월주의요 인종차별이라는 항변의 목소리가 높은데, 여신 마마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또, 이 나라는 신(神)의 나라지요? 그래서 지폐을 비롯해 사방에 ‘우리는 신을 믿는다(In God We Trust)’라고 선명하고 크게 써놓았지요. 그런데 그것이 지금은 ‘우리는 돈을 믿는다(In Money We Trust)’로 바뀌었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500만 달러짜리 영주권 골드카드 신청한 사람이 7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게 말하자면 돈 받고 방 빌려주는 여인숙 주인과 뭐가 다릅니까? 안 그래요? 돈이면 단가요, 뭐! 어찌 생각하시는지? 말 좀 해보세요.   끝으로, 여신 마마께서는 왕조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해 어떤 고견을 가지고 계신지요? 자기 생일날에 군대 동원해서 열병식 벌이고, 국민들이 아무리 항의해도 들은 척도 않고….   아, 물론 압니다. 이 모든 것이 한 사람 때문만은 아니라는 건 잘 알아요. 부를 미덕으로 여기고, 쇼를 진실로 아는 세상이 문제라는 거…. 그러니, 이런 세상을 바로잡을 지혜를 듣고 싶어서 이렇게 빌며 사정하는 거 아닙니까!   아, 말씀 좀 해주세요! 뭐라고요? 좀 크게 말하세요, 크게!   뭐요? 저 강물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니, 잠시만 견디라? 에이, 여보시오! 그런 소리 누가 못해! 알고 보니 이 양반 순 엉터리네!   에이, 그러지 마시고, 제발 손 좀 써주세요, 이렇게 빌겠습니다. 여신 마마는 신이니까 왕보다 높으시잖아요. 그러니 한 말씀만 해주세요, 한 말씀만!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자유 여신 여신 마마 독립기념일 무렵 독립기념 100주년

2025.07.0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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