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원인 규명된 불가사리 떼죽음
북미 태평양 연안을 따라 2013년부터 시작된 불가사리 대량 폐사 현상의 원인이 12년 만에 규명됐다. 캐나다 BC 주 연구진은 최근 병든 불가사리에서만 검출된 특정 박테리아를 확인해, 그간 풀리지 않던 해양 생태계의 미스터리를 해결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불가사리 괴사병(Sea Star Wasting Disease)의 직접적인 원인은 ‘바이브리오 펙테니시다(Vibrio pectenicida)’라는 박테리아로 밝혀졌다. 해당 병원체는 조직 괴사, 팔다리 손실, 전신 융해 등 빠른 진행 속도의 증상을 유발하며, 감염된 불가사리는 일주일 내외에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박테리아는 기존에도 조개류 유생에 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불가사리 폐사와의 연관성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하카이연구소(Hakai Institute)와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가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4년에 걸친 실험 결과가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기존의 조직 분석 대신 불가사리 체내의 체액(coelomic fluid)을 중심으로 병원체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접근을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바이브리오 균이 반복적으로 검출되며 결정적 단서를 포착했다. 병든 개체에는 항상 해당 박테리아가 존재했고, 건강한 개체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불가사리 괴사병은 특히 해바라기불가사리(Sunflower sea star)에 큰 타격을 입혔다. 최대 24개의 팔을 가진 이 종은 북미 연안 생태계에서 핵심 포식자로 기능해왔으나, 이번 질병으로 약 60억 마리가 사망했다. 미국 본토 연안에서는 사실상 기능적 멸종 상태로 분류되며, 여전히 남아 있는 북부 지역에서도 개체 수는 87% 이상 급감했다. 해바라기불가사리는 성게 개체수를 조절함으로써 해조류 숲(Kelp Forest)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으나, 이들의 붕괴는 생태계 전반에 ‘성게 황무지(Urchin Barren)’라는 구조적 전환을 초래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단순한 원인 규명을 넘어, 기후 변화와 해양 온난화가 병원체의 확산과 질병 발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괴사병은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바닷물 온도가 병원체 활성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향후 수온 변화에 따른 병원균의 성장 속도와 불가사리의 면역 반응 간의 상관관계를 정밀 분석할 계획이다. 임영택 기자 [email protected]불가사리 떼죽음 불가사리 폐사 연구진 BC 박테리아
2025.08.12. 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