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즐겁고 행복한 노년의 삶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매주 토요일 새벽 레돈도비치 바닷가를 한 시간 넘도록 달렸다. 숨은 찼지만 몸은 가볍고 즐거웠다. 건강과 삶의 활력을 주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를 핑계로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이 바닷가 길은 여전히 내 마음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마음속에 밀려오지만 파도 소리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은 세상의 무게를 내려놓게 한다. 바다 앞에서는 누구나 마음이 넓어지나 보다. 달리는 대신 걷다 보니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지난 토요일 새벽엔 바닷가를 걸으며 문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이 질문은 바다처럼 넓게, 파도처럼 내 마음속에서 출렁였다. 사람에게는 세 가지 나이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연대적 나이(Chronological Age)다. 출생일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나이로, 누구도 통제할 수 없으며, 결국 받아들일 뿐이다. 둘째는 생물학적 나이(Biological Age)다.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그리고 긍정적인 생활 습관을 통해 관리되는 나이다. 같은 나이라도 누구는 젊게 살아가고, 누군가는 더 빨리 지치기도 한다. 몸이란 결국 삶의 태도에 반응한다. 셋째는 심리적 나이(Psychological Age)다. 우리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나이다. 연대적 나이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주어지는 것이지만, 생물학적 그리고 심리적 나이는 본인의 노력과 지혜, 통찰 속에서 얼마든지 더 젊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노년의 삶은 단순히 ‘늙어가는 과정’이 아니라 지혜와 통찰 속에서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다. 이러한 삶이 육체와 정신이 맑은 ‘젊은 노년’이라 생각한다. 네덜란드 틸버그(Tilburg)대학 교수이며 조직심리학, 리더십 전문가인 마논 반 스헤핑겐(Manon van Scheppingen)박사는 9110명을 대상으로 ‘사회생활과 직장 생활에서 만족도를 유지하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을 조사했다. 스레핑겐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섯 가지의 특정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행복을 더 많이 느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외향적인 사람, 양심적 인 사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 유쾌한 사람, 그리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지혜(Wisdom)와 신중함(Prudence) 같은 지적 능력을 향상해야 하며, 또한 용기, 절제, 정의와 같은 덕목을 단련해 바람직한 행동을 지속함으로써 생활이 안정되고 행복한 삶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아침에 눈을 뜰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즐기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이다.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웃고 기쁨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가족과의 따뜻한 시간, 친구와 나누는 대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들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고고, 마음도 한층 성숙해진다. 삶 속의 모든 일에 감사할 때, 마음 깊은 곳에서 진정한 행복이 피어난다. 우리 마음은 하나의 정원이다. 그리고 생각은 씨앗이다. 우리는 꽃을 키울 수도 있고, 잡초를 키울 수도 있다. 우리에게 행복은 환경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성격, 그리고 생활 습관 속에서 자란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천재 물리학자인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사람이나 물건에 인생을 묶지 말고, 목표에 묶어라.(If you want to live happy life, tie it to a goal, not to people or objects)”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노년의 삶에 특히 중요한 의미를 준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잃는 것이 많아지고, 몸은 예전 같지 않으며,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한다. 그럴수록 삶의 중심은 잃지 말아야 한다. 그 중심이 바로 스스로 선택한 삶의 목표이며, 의미이며, 삶의 방향이다. 노년의 생활에서 가장 좋은 점은 여유로운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그 시간 속에서 취미를 갖고 배우며 살아간다면 삶은 더욱 깊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 하이킹, 걷기, 요리, 독서, 춤, 정원 가꾸기, 골프 같은 활동도 좋고, 그림 그리기나 서예처럼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취미도 노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취미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순수한 기쁨을 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성취감과 평온함을 선물한다. 배움에는 정년이 없고, 취미는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얻는다. 문득 이런 말이 떠오른다. “지성과 애정을 간직하는 한, 늙지 않는다.(As long as we keep intellect and affection, we do not grow old.)” 레돈도비치의 바닷가를 걸으며 노년의 행복은 거창한 성공이나 큰 소유가 아니라, 하루를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의미 있는 목표, 그리고 작은 기쁨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을 간직한 삶 속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명렬 / 경영학박사문예마당 행복 노년 취미도 노년 생물학적 나이 연대적 나이
2026.02.26.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