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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도 신분 위협에 신고 못해”

10월은 가정폭력 예방의 달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많은 피해자들이 이민 단속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경찰이나 지원 기관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피해자들이 가정폭력의 위험 속에서 점차 고립되고 있다.   “말 안 들으면 이민국에 신고하겠다”   뉴욕가정상담소(KAFSC) 이지혜 소장은 “이민 단속이 강화된 이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가해자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인 경우, 신분이 불안정한 피해자에게 ‘말 안 들으면 이민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고통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현실은 절망감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 피해자들도 침묵   안정적인 신분이 있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소장은 “뉴스를 보면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들도 각종 이유들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잡혀가지 않냐. 그렇다 보니 부부 사이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때, 배우자를 신고했다가 이민 단속 대상이 돼 자녀 양육 문제나 가족 해체로 이어질까 두려워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도움을 청하는 것조차 두려운 현실   이민 단속이 강화된 뒤로 피해자들은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조차 꺼리게 됐다. 이 소장은 “원래도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를 결심하기까지는 큰 용기와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요즘은 맞더라도 참고 견디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우려했다. 또 그는 “기관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권유하기 모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1994년 제정된 연방법인 가정폭력방지법(VAWA)에 따라 피해자는 이민 신분에 관계 없이 독립적으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이민 단속이 강화된 이후 이를 신청했다가 거절될 경우 이민 당국이 신청 정보를 바탕으로 단속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은 그저 집안의 작은 싸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 행사에서 “가정폭력 사건을 범죄 통계에서 제외하면 범죄율이 크게 줄었을 것”이라며, 가정폭력은 ‘경미한 범죄’라고 언급했다. 이 소장은 “이런 내용이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며 “미디어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접한 피해자들은 ‘역시 도움을 요청해봐야 소용없다’며 더 깊은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마약중독, 그리고 노인학대   과거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가정폭력 패턴도 존재했다. KAFSC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사이 한인 노인 대상 신체적·정서적 학대는 35%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지혜 소장은 “이전에는 보고된 가정폭력 사례 대부분이 부부 사이 문제였다면, 이제 마약에 중독된 자녀들이 약을 구하기 위해 돈을 달라며 노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며 “한 노인 남성은 이같은 이유로 자식이 점거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팔이 부러진 상태로 한 달 동안 차에서 생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소장은 “노인학대는 대부분 해결되지 않고 학대로 남는다”고 했다. 신고했다가 자식이 범죄자가 될까 걱정되는 마음, 자식을 끝까지 잘 살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신분 위협 연방법인 가정폭력방지법 이민 신분 원래도 가정폭력

2025.10.0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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