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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명연주와 눈물이 만나는 순간들

요새는 음악감상도 유튜브로 하게 된다. 집에 제대로 된 음향기기도 없고, 가지고 있는 음반도 빈약하고, 음악감상을 할 공간도 마땅하게 없는 형편이니, 만만하고 편리한 유튜브에 기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음악에게 미안할 때가 참 많다. 음악의 본질인 소리를 충실하게 듣지 못하는 미안함이다. 고전 문학작품을 다이제스트로 읽거나, 그림을 작게 축소된 도판으로 보는 그런 아쉬움과 미안함….   하지만, 뜻밖의 선물도 있다. 지휘자나 연주자, 청중의 생생한 표정을 보면서 입체적인 울림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가령 눈물을 흘리면서 연주하는 모습, 울음을 참지 못하는 청중의 얼굴 말이다.   노장 호로비츠가 눈물을 글썽이며 연주하는 영상을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이런 것은 음반으로 감상할 때는 얻을 수 없고, 연주회장에서도 먼 뒷자리에 앉아서는 맛볼 수 없는 감동이다.   음악을 들으며 울어본 경험이 있으신지? 음악과 눈물의 영상 몇 가지를 소개한다. 유튜브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장면 1. 거장 호로비츠의 눈물   20세기 피아노의 전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가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비엔나 골든홀에서 열린 마지막 리사이틀. 그의 손끝에서 슈만의 ‘어린이 정경’ 제13곡 선율이 흐른다. 연주가 끝난 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객석을 바라본다.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을 눈에 담는 듯한 그 시선 속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축축하게 흐른다.   또 하나의 감동적 영상은 호로비츠가 1985년에 모스크바에서 연주하는 장면이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러시아 혁명을 피해 탈출한 뒤 미국에서 활동하던 호로비츠는 조국을 떠난 지 무려 61년 만에 82세 노인이 되어 모스크바에서 콘서트를 가졌고, 앙코르곡으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했다. 카메라가 조용히 건반 위 호로비츠 손을 떠나 객석에 앉아 있는 한 러시아 청중 얼굴로 옮겨갔다. 중년 남자의 뺨에는 한 줄기 더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국을 떠나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야 했던 노년의 피아니스트는 어떤 마음으로 연주했을까? 그 음악을 듣는 모스크바의 청중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장면 2. 마음의 눈으로 흘린 눈물   선천적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츠지이 노부유키는 연주회에서 앙코르곡으로 ‘비가’를 연주하며 눈물을 펑펑 흘리는 모습으로 세계인의 공감을 샀다. 츠지이 자신이 작곡한 이 작품은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곡이다. 비록 앞이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눈으로 통감한 조국의 아픔이 눈물로 흘러내린 것이다.   #장면 3. 빗방울 전주곡과 눈물   올해 제19회 쇼팽 콩쿠르에 출전한 나카가와 유메카(24)의 연주는 오래 기억에 남을 한 장면으로 꼽힌다. 뒤셀도르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음악을 공부한 나카가와는 2차 예선에서 쇼팽의 24개 전주곡 전곡을 연주했다. 전주곡 15번, 이른바 ‘빗방울 전주곡’을 칠 때 나카가와의 안경 너머로 눈물이 비쳤다. 감정이 북받친 표정이었다. 곡에 담긴 감정을 체험하며 쳤던 것일까?   ‘빗방울 전주곡’은 쇼팽이 연인 조르주 상드와 마요르카섬에서 지내던 때, 어느 날 상드가 아들과 함께 외출했는데, 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곧 폭우로 변하자, 연인을 걱정하는 쇼팽의 사랑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곡이다.   나카가와는 3라운드에 오르지 못했지만, 현장과 인터넷으로 지켜본 청중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선물했다. 눈물 흘리며 아름다운 연주를 이어간 피아니스트의 모습….     음악에 완전히 몰입한 그 순간 그녀의 눈물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삶 전체가 만든 결과였을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눈물 음악과 눈물 연주자 청중 빗방울 전주곡

2025.11.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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