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추' 김태용 감독] 말 안 통해도 낯선 이들이 마음 열 수 있나
가족의 탄생, 만추, 원더랜드 등을 연출한 김태용(사진) 영화감독은 LA한국문화원이 주관한 ‘K-시네마 투어링’ 행사차 LA를 찾았다. 지난달 28일~30일 열린 행사에서 그는 한국 영화를 소개하고 관객들과 소통했다. 특히, 행사는 본지 소개로 알려진 한인 이민사가 담긴 가디나 시네마〈본지 6월6일자 A-3면〉에서 시작해 의미를 더했다. 본지는 지난달 28일 상영작 ‘만추’와 그의 연출 철학에 관해 물었다. 관련기사 동네 영화관은 함께 울고, 웃는 공간…한인 운영 '가디나 시네마' 다음은 김 감독과 일문일답. - 한국 영화의 인기를 체감하나. “한국 영화의 인기는 전 세계 어디서든 느낄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시도나 시스템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극장에서만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변화가 배경이 된 것 같다.” - ‘만추’를 본 관객들 반응은. “16년 전에 만든 영화다. 개봉 당시에는 ‘길고 느리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금도 빠른 속도의 영화가 대세라 걱정했는데, 집중해서 재밌게 봐준 분들이 많아 다행이었다. 특히 장면의 기획 의도나 아이디어를 묻는 디테일한 질문이 많아, 영화를 깊이 보셨다는 걸 느꼈다.” - ‘만추’의 영감은 어디서 왔나. “1966년 원작이 있는데 필름이 유실됐다. 전설처럼 존재하던 이야기의 기본 설정, 즉 감옥에서 하루 외출한 여자가 남자를 만난다는 구도가 매력적이었다. 원본을 볼 순 없었지만, 그 구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시애틀이라는 공간, 중국 여성과 한국 남성의 조합으로 발전시켰다.” - 아내 탕웨이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나. “프로듀서가 미국에서 영화를 찍자고 제안하며 ‘말도 안 통하는 이방인 둘이 하루를 함께 보내는 순간’을 영화로 담자고 했다. 대사가 많은 영화가 아니었기에 배우 선택이 중요했다. 그때 프로듀서가 아내를 추천했고, 나 역시 그녀의 작품들을 좋아했기에 사진을 붙여놓고 ‘시애틀의 탕웨이’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썼다. 다행히 아내가 완성된 시나리오를 재밌게 봐주어 함께할 수 있었다.” - 연출 철학은. “내 시나리오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를 오가는 과정이다. 영화는 공부이자 나눔이다. 늘 고민하는 건 ‘내가 궁금해하는 걸 관객도 흥미롭게 느낄 수 있을까’다. ‘만추’도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이들이 마음을 열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담았고, 관객이 그 질문을 이어가길 원했다.” - 자신만의 색깔은 무엇인가. “특정 장르를 고집하기보다 이야기에 맞는 장르를 찾는다. 결국 내 경험에서 얻은 감정을 영화로 표현하다 보니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색깔은 관객이 판단할 부분이다.” - 아내 탕웨이와 향후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은. “탕웨이는 아내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다. 작품마다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언어와 캐릭터 제약이 있지만 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다.” - 한국 영화 산업이 위기라는데. “전 세계 영화계가 어려움에 있다. 특히 한국은 극장 관객 감소가 심하다. OTT를 지나 이제는 숏폼 영상 소비로 옮겨갔다. 관람 형태가 바뀐 만큼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 또 한국 영화 산업은 높아진 제작비를 적절히 조정하며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 - 최종 목표는. “계속 영화를 찍는 것이다. 크든 작든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게 꿈이다. 임권택 감독처럼 나이가 들어도 멈추지 않고 영화를 찍고 싶다.” 김경준 기자영화 만추 김태용 감독 마음 시나리오 한국 영화 세계 영화계 한국 콘텐츠
2025.10.02.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