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트렌드] 경쟁이 만든 위대한 창조
최근에 다녀온 이태리 휴가에서 피렌체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래 성당의 두오모 관람은 버킷 리스트 중에 하나였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태에 넋이 나갈 정도이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에서 주인공이 올라갔던 성당의 돔 꼭대기 장면은 인상깊게 남아 있다. 이러한 아름다운 성당이 그 당시에 어떻게 지어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거기에는 두 천재적인 예술가들의 경쟁이 있었다. 1401년, 피렌체는 유례없는 예술 공모전으로 들썩였다. 바로 피렌체 세례당의 청동 문을 장식할 작가를 뽑는 경쟁이었다. 주제는 구약의 ‘이삭의 희생’. 이 공모전에 두 명의 젊은 예술가가 이름을 올린다. 로렌초 기베르티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이 경쟁은 단순한 예술 대결이 아니었다. 르네상스라는 시대가 요구한 창조성과 도전 정신의 전환점이었다. 기베르티는 조각의 명인으로, 인간의 감정을 정교하게 묘사한 부조 작품으로 심사위원단의 선택을 받는다. 한편 브루넬레스키는 건축가도 원래 금세공사였으며 예술보다 기하학과 구조, 수학적 조형미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공모전 결과에 불복한 그는 “예술가는 조각에 갇히지 않는다”며 건축의 길로 방향을 튼다. 이 순간이 바로, 훗날 피렌체의 상징이 될 두오모 대성당의 돔이 탄생하게 되는 시발점이었다. 당시 대성당은 이미 오랫동안 지어지고 있었지만, 돔을 어떻게 올릴지에 대한 해법이 없었다. 기존 기술로는 너무 거대했고, 내부에 지지 구조를 세울 수도 없었다. 모두가 주저할 때, 브루넬레스키는 지지대 없는 돔, 즉 자중으로 버티는 혁신적 설계를 제안한다. 그는 실제로 기중기, 도르래, 타일 쌓는 순서, 인부 분업체계까지 모두 스스로 설계했다. 이는 예술가가 아니라 발명가, 공학자, 조직가, 리더의 역할까지 겸한 르네상스형 인재의 전형이었다. 1436년, 거대한 돔이 완공되자 피렌체 시민들은 감탄했고, 이는 서양 건축사상 가장 위대한 공공 건축물 중 하나로 남는다. 지금도 또 하나의 르네상스 시대이다. AI와 로봇의 등장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바뀌고 있다. 문제는 AI와 로봇으로 인해서 점점 인간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브루넬레스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시야로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과 창의성, 기술과 예술, 조직과 리더십을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 이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을 때 시작하는 도전정신이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무에서 유를 상상하는 창의성,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실천력은 사람만이 갖는다. 이 시대에도 똑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어떤 문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가’ 그리고 ‘나는 도전할 용기를 가졌는가’이다. 오늘날 우리는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점점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창의성’, ‘도전정신’, 마지막으로 인류를 섬길 수 있는 ‘사랑’을 가진 리더들을 키울때이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경쟁 창조 두오모 대성당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예술 공모전
2025.07.07.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