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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과 예술, 심장의 불꽃은 타오른다

빈자리에 누군가 있을 때와 없을 때는 천지차이(天地差異)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 광기다. 천둥과 비비람이 몰아쳐도 함께 있는 순간은 따스하고 평화롭다.   이탈리아 고대 도시 폼페이 베스비오 화산이 폭발하기 전 벽면에 시민들이 남긴 비문과 그림 79건이 새롭게 발견됐다. 벽면에는 검투사 두 명이 맞붙어 싸우는 장면과 ‘에라토 사랑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누구를 사랑하는지 목적어 없는 고백이지만 사랑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우주를 떠돈다.   사랑은 광야에 몰아치는 모래 바람이다. 형체도 없이 경계를 허물고 세월의 강을 건너 국적을 초월해 사랑없는 모든 것들에게 생명의 환희를 새긴다.   제25회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대회가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화려하게 개막됐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아르모니아(Armonia)’. 영어로는 하모니, 즉 조화와 균형을 말한다. 복잡다난하고 전쟁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21세기, 세계 정세와 세대-계층과 균열이 심각한 사회 분위기를 아우르는 시의적절한 주제다.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아리아 ‘네순 도르마(Nessun Dorma), 잠들지 말라’를 열창할 때는 가슴이 저렸다.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개회식 무대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가 부른 ‘Nessun Dorma’는 내 생애 잊지 못할 가장 아름다운 아리아다.   추억은 왜 하릴없이 시공을 뛰어넘고, 사랑했던 순간들은 축지법을 쓰며 세월의 흔적을 무자비하게 허무는가? 예술이 없었다면 사랑도 없고, 사랑이 없었다면 예술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지막지한 고통 속에서 가슴 떨리는 선율이 없었다면 높고 낮은 절망의 순간들을 어찌 참고 견딜 수 있었을까?   베토벤은 청력을 잃는 극한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열정으로 절망 속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불굴의 상징으로 칭송받는다. 제자가 교향곡 제5번 ‘운명’ 1악장 서두의 주제를 물었을 때 베토벤이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들긴다”라고 해서 제목이 붙여 졌다고 전해진다.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비켜가는 수밖에 없다. ‘운명’ 교향곡으로 생의 고통과 좌절을 견디며, 모닝 커피를 마시며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를 듣는다. 살아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심장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할 것이다.   여린 풀잎에 입맞추고, 늙어 껍질이 벗겨진 고목을 껴안고 사랑을 고백하겠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오직 예술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말을 남긴다.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 앞에서 피처럼 붉은 하늘의 아픔을 삼키고, 봄이 오면 모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처럼 뒷마당에서 이웃들과 조촐한 파티를 하겠다.   사랑은 견딜 수 없는 인생의 하루 하루를 아름답게 채색한다.   ‘살아가는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한다. 살아가야 할 인생의 목표는 여태 남아있다.   인생의 완벽한 그림은 없다. 구도도 없이 불시착해서 미완성으로 끝이 난다.   사는 것이 바람개비의 펄럭임이라 해도 꼭 붙잡고 살기로 한다. 심장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한 예술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각자의 색깔로 생을 채색한다.   뿌리 없는 나무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심장의 불꽃은 사랑으로 타오른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 하늘 예술 심장 이탈리아 밀라노 올림픽 스타디움

2026.02.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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