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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캘리포니아에서 이민자로 산다는 것

캘리포니아는 이민자의 주다. 전체 인구의 약 27%가 외국 출생자다. 농업 노동자 중심이던 캘리포니아의 이민은 난민 유입을 거쳐 기술 이민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오늘날 이민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과거와 다르다. 법적 지위 불안과 경제적 취약성, 차별과 서비스 접근 제약 등으로 기본적 삶조차 힘들어졌다.       40여년 전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 LA는 지금보다 훨씬 조용하고 안정적인 곳이었다. 무엇보다 이웃 간에 온기가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안부를 살피는 묵직한 유대감이 존재했다. 적어도 1992년 4월 29일, 도시가 불길에 휩싸이기 전까지 내게 LA는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미국’이었다.     캘리포니아는 오랫동안 약속의 땅이었다. 온화한 기후에 경제적 번영, 그리고 노력하면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공유되었다. 실리콘밸리는 혁신의 중심이었고, 센트럴밸리는 풍요로운 농업 지대였으며, 남가주는 영화, 음악, 항공, 우주 산업이 집약된 활기찬 공간이었다. 수많은 이민자가 이곳에서 일하며 세금을 냈다. 이민 가정의 자녀들은 문화적 뿌리를 지키면서도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40년간 캘리포니아는 빠르게 변했다. 인구는 2600만 명에서 4000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었고, 주택 가격과 생활비는 중산층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높은 세금과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과 가뭄이 반복되고 있다.     전국 홈리스의 약 28%가 캘리포니아에 거주한다. 더 나은 삶을 찾아 타 주로 떠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적 부담은 이민자들에게 더욱 가혹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가장 뼈아픈 변화는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미국 사회에는 오래전부터 인종 차별과 공권력 남용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더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듯하다. 지난해 6월부터 ICE(이민세관단속국)와 CBP(세관국경보호국) 무장 요원들은 불법체류자 단속을 명분으로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람들을 체포하고 있다. 마치 4·29 폭동 당시 LA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폭동 때는 공권력 부재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과도한 공권력이 문제다. 단속 요원들은 막대한 예산과 면책특권은 물론 안면 인식, 데이터 공유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투명성과 책임은 부족하다.     그 결과, 이민자 사회의 동요는 물론 오인 체포와 과잉 단속으로 인해 시민의 기본권 침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급습 단속이 잇따르면서 지역 경제 위축 현상도 나타난다.       이제는 합법 체류자나 시민권자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법원마저 마구잡이 체포와 구금, 그리고 인종적 배경을 근거로 한 단속에 사실상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는 공권력 행사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미국의 이민 역사는 반복됐다. 1920년대 배척 이민법 시대가 있었고, 1965년 이민 개혁 이후엔 15년간의 황금기가 있었다.     국경은 당연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를 명분으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4·29 폭동의 도화선이 된 영상 하나가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듯, 오늘날에는 시민들의 휴대폰 카메라가 진실을 전해주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여전히 가장 포용적인 주 가운데 하나다. 다른 주들이 이민자 배척법을 강화하는 동안, 캘리포니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민자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지역 기관의 창업 지원과 다중언어 공교육이 그 좋은 사례다. 인종적 다양성과 다문화에 대한 관용은 캘리포니아의 주요 성장동력이다.     정치적 흐름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다만 공권력은 부재도, 남용도 공동체를 위태롭게 한다. 이 균형을 지켜낼 수 있을지의 여부가 캘리포니아 주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레지나 정 / LA독자열린광장 캘리포니아 이민자 오늘날 이민자들 캘리포니아 전역 공권력 부재

2026.02.0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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