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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남긴 약속, 2026 남가주 야생화 순례

2026년 초, 남가주에는 유난히 많은 겨울비가 내렸다. 메마른 대지 깊숙이 잠들어 있던 씨앗들이 깨어날 조건이 갖추어진 해이다. 2023년의 장관을 떠올리며, 2026년 봄 우리가 주목해 볼 만한 야생화 여정을 달별로 정리해 본다. 자연은 해마다 다른 표정을 보여주지만, 강우량은 늘 가장 정직한 예고편이다.     ━   2월       프레즈노 블로솜 트레일-2월이 되면 중가주 곡창지대는 연분홍과 설백의 물결로 변한다. 베이커스필드에서 프레즈노까지 이어지는 과수원 지대에는 사과 배 자두 복숭아등 온갖 과일나무의 꽃이 피어 오르지만 주인공은 단연 아몬드 꽃이다. 눈이 내린 듯 하얗게 펼쳐진 풍경은 한국의 벚꽃길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이다.   Fresno Blossom Trail은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이어지며, 특히 2월 말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다. 공식 지도를 따라 이동하면 파머스 마켓과 길가 좌판에서 신선한 농산물을 만나는 재미도 더해진다. 두세 시간 드라이브로 봄의 문을 여는 코스이다.   포인트 듐 주립해변-산타모니카 해안선에 위치한 Point Dume State Beach는 2월이 되면 노란색의 코레옵시스가 절벽을 물들인다. 바다와 꽃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오는 곳으로 완만한 트레일을 따라 한 시간 남짓 걷다 보면 물개가 쉬는 모습과, 운이 좋다면 고래의 이동 장면까지 만날 수 있다. 방문 적기는 2월 중순부터 3월 말이다. 바다 위의 푸른 수평선과 노란 꽃의 대비가 유난히 선명한 곳이다.     ━   3월       치노 힐스 주립공원-Chino Hills State Park은 14,000에이커 규모의 구릉을 품은 도시 인근의 자연 쉼터이다. 봄이면 노란 머스타드가 능선을 뒤덮고, 그 사이사이 오렌지 파피와 보라색 루핀이 어우러진다.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가 방문 시기이다. 도심에서 가까우면서도 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워커 캐년-레이크 엘시노어 인근의 Walker Canyon은 비가 많은 해에만 붉은 파피의 물결을 허락하는 장소이다. 2019년 수퍼 블룸 당시 산등성이를 뒤덮은 오렌지색 장관은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다만 교통과 안전 문제로 출입이 통제된 전례가 있어, 2026년 방문 전 개방 여부 확인이 필수이다. 입장이 허용된다면 3월 초에서 4월 초순이 적기이다.     카리조 평원-남가주 수퍼 블룸의 상징과도 같은 Carrizo Plain National Monument은 25만 에이커에 달하는 광활한 초원 지대이다. 평소에는 황량하지만 수퍼 블룸이 오면 골드필즈, 파피, 루핀이 들판과 능선을 수놓는다.   일반 승용차는 소다 레이크 로드를 따라 길가로 피어오른 야생화를 즐길 수 있다. 바닥이 높은 SUV 차량이나 트럭이 있다면 엘크혼 로드(Elkhorn Road) 와 칼리엔테 마운틴(Caliente Mountain)을 지나면서 더욱 다양한 캘리포니아 토종 야생화들을 감상 할 수 있다.   평원 중앙의 소다 레이크는 강우량이 많은 해에 물을 머금고 푸른빛을 띠며, 그 주변이 가장 화려한 무대가 된다. 방문 적기는 2월 중순부터 3월말이다.     앤텔롭 밸리 파피 보호구역-랭캐스터에 위치한 Antelope Valley California Poppy Reserve은 캘리포니아 양귀비꽃의 대표적 성지이다. 수퍼블룸이오면 온 들판이 불타는 듯한 주황색으로 물든 장관을 보여준다.   7마일 트레일을 따라 걷다 보면 꽃향기가 진동하는데 파피와 함께 블루 딕스, 루핀, 피들넥이 들판을 장식한다. 방문 시기는 3월 초부터 4월 중순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파피의 물결은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한다.     ━   4월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Malibu Creek State Park은 한때 영화 세트장이었던 공간이다. 완만한 구릉과 오크 숲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루핀과 파피가 피어난다.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가 시즌이다. 꽃이 적은 해라도 한국의 시골과 같은 풍경 자체가 충분한 위로가 되는 장소이다.   솔스티스 캐년-말리부에 위치한 Solstice Canyon은 노란 머스타드 꽃이 능선을 덮는 곳이다. 3마일 코스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두 시간이 소요 되지만, 입구 인근에서도 충분히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야생화 시즌은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이다. 한국의 유채꽃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정서가 떠오르는 공간이다.       사막의 가능성   안자 보레고 주립공원(Anza-Borrego Desert State Park),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Joshua Tree National Park), 데스밸리 국립공원 (Death Valley National Park) 역시 강우량에 따라 극적인 야생화를 선사하는 곳이다. 다만 지역이 광범위해 개화 정보와 장소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수이다.   겨울비는 약속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 약속이 꽃으로 피어나는 순간, 우리는 대지의 호흡을 가장 선명하게 체감하게 된다. 산과 들을 메운 야생화처럼 우리의 마음도 환해지는 계절이다. 2026년 남가주의 봄은 그렇게 다시 한 번 기록될 준비를 마친 풍경이다.   ━       김인호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 있다.야생화 남가주 야생화 여정 남가주 수퍼 오렌지색 장관

2026.02.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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