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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AI시대, ‘왜’라고 묻는 능력이 가치

“우리 강아지가 간식 기다리는 애틋함을 발라드로 써줘.” 5초 후, 그럴듯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거리에는 운전석이 텅 빈 웨이모(Waymo) 차량이 유유히 달리고, 코코(Coco) 무인 카트가 건널목을 건넌다. 30년 전 인터넷이 그랬듯, 인공지능(AI)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자 일상이 되었다.     문제는 이 유능하고 친절한 ‘유령 비서’가 진실과 그럴듯한 허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ChatGPT는 나의 개인 비서처럼 24시간 대기하며 월급도 없이 업무를 거들고, 연인 간 다툼이나 가사 스트레스까지 다정하게 위로한다. “AI가 남편보다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가 내놓는 답은 방대한 온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통계적 확률일 뿐, 검증된 진리가 아니다. AI의 답변은 언제나 출처 확인과 교차 검증이라는 비판적 필터를 거쳐야 한다. 그럴듯함에 속는 순간, 우리는 진실에서 멀어진다.   며칠 전, 역사를 가르치는 한 외국인 교수가 물었다. “역사를 모르면 미래도 없다고들 하죠. 그런데 어떻게 데이터의 조합인 AI가 미래를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그의 통찰은 교육의 미래가 가야 할 길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특정 직업의 소멸을 넘어, 우리가 ‘배움’이라 불러온 패러다임 자체의 종언을 예고한다. 교과서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은 이제 AI의 하위 호환일 뿐이다. 4년 배울 지식을 4시간 만에 습득하는 시대, 교육기관은 인성과 윤리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공감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혁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지각 변동은 창작의 영역에도 거대한 파도를 몰고 온다. 한때 극장 영화들이 넷플릭스를 두려워했듯, 이제 인간 크리에이터들은 AI의 잠재력 앞에서 경계심을 늦추지 못한다. 하지만 주요 국제영화제들은 이미 AI 부문을 신설했고, AI 영화만을 다루는 영화제까지 등장했다. AI는 위협인 동시에, 시간을 단축하고 예산을 절감하는 강력한 ‘창작 도구’가 될 수 있다.   결국 AI 시대의 생존은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AI를 도구 삼아 자신만의 독창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더 큰 기회를 얻을 것이다. 반면, 단순히 지시받은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자리는 점점 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기술의 진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윤리적 책임감을 갖고 AI와 협력하며 평생 학습하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머지않아 AI는 쇼핑, 여행, 결제까지 처리하는 원스톱 에이전트가 될 것이다. 우리는 AI에게 모든 것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AI야,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라는 질문에 AI가 내려야 할 궁극의 답은 어쩌면 이것일지 모른다. “그것은 당신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결국 AI는 ‘무엇을(what)’과 ‘어떻게(how)’에 대한 최적의 답을 내놓을 뿐, ‘왜(why)’라는 질문에 대한 갈망과 최종적인 선택은 오롯이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그 질문에 답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AI 시대에 우리가 붙잡아야 할 인간 고유의 가치이자 마지막 밧줄이다.   크리스토퍼 이 / 다큐영화 감독열린광장 ai시대 능력 공감 능력 주요 국제영화제들 온라인 데이터

2025.07.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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