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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시장 분석] 과열의 끝인가, 구조적 전환의 시작인가

2025년 여름의 미국 자본시장을 설명하기 위해 단 하나의 단어를 고르라면 그것은 아마도 ‘편향된 낙관주의’일 것이다. 과거 2000년 닷컴버블이나 2021년 팬데믹 회복기의 과열도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빠르고 집약적으로 투자심리가 한 방향으로 쏠려 있다. 미국 주식 총액은 GDP 대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상위 50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2009년 저점 대비 4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평균 가계 자산 중 주식 비중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는 2021년의 기록을 초과했다. 여기에 레버리지 ETF 투자금 역시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단기 수익 중심의 투기 성향이 시장 전체에 확산되고 있다.   ▶ETF와 옵션, 투기 중독 확산   ETF는 더 이상 저비용 패시브 투자수단이 아니다. 변동성이 S&P500의 400%를 초과하는 초고위험 레버리지 ETF가 속속 출시되고 있고 AI, 퀀텀컴퓨팅, 크립토 등 ‘미래 테마’ 종목에 2~4배 레버리지를 건 상품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만 100개 이상의 레버리지 또는 인버스 ETF가 출시되었으며 이 중 3/4이 단일 종목 대상 상품이었다.   옵션 시장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전체 거래량의 약 2/3가 당일 만기 옵션(0DTE)에 집중되어 있고 이는 투자라기보다 단기 베팅에 가깝다.     ‘YOLO 투자’는 이제 문화처럼 자리 잡았고 개인들은 구조적 리스크보다는 심리적 확신에 더 기민하게 반응한다.   ▶기관투자자 올라탄 펀드   이 같은 과열은 개인 투자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6월 말 기준, 미국 내 주요 헤지펀드들은 금융주를 사상 최고 속도로 매입했다. 펀드매니저들의 리스크 선호 지표는 25년 만에 가장 빠르게 상승했다. 시장이 상승하는 동안 리스크를 회피했던 매니저들까지도 지금은 다시 위험자산에 대한 노출을 늘리고 있다.   이러한 전환이 기회를 찾는 낙관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금 놓치면 늦는다”는 집단적 압박감이 만들어낸 결정일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마지막 열차에 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포’가 펀드의 포지셔닝을 밀어붙이는 중이다.   ▶엔비디아 국가론과 착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4조 달러를 돌파하며 전 세계 GDP의 약 3.7%에 해당하는 규모로 평가된다. 만약 엔비디아가 국가였다면 세계 5위 경제 대국이 된다. 이 기업 하나가 S&P500의 8%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문제는 이처럼 특정 종목 중심의 지수 상승이 전체 시장의 건강성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S&P500 종목 중 97.8%는 연중 최고가를 경신하지 못했다. 지수는 상승하고 있지만 대다수 종목은 정체되어 있다. 이는 과거 닷컴버블 정점의 모습과 유사한 구조적 착시를 만들고 있다.   ▶부채와 크립토가 뿌린 열광   현재의 낙관을 떠받치는 또 다른 기둥은 ‘부채’다. 미국과 전 세계의 총부채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자산 가격 상승의 원천은 기업 실적이 아니라 레버리지 확대에 기반한 경우가 많다.   특히 크립토 시장은 과거와 다른 성격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었던 이 시장은 이제 ‘레버리지를 탑재한 주식형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크립토를 대량 보유해 상장하는 ‘크립토 트레저리 기업’이 등장하고 있고 리버스 IPO나 SPAC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부 밈코인 프로젝트는 수분 내에 수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이는 “오르기만 하면 정당화된다”는 믿음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조용한 퇴장자와 시장의 무시   이러한 광기 속에서도 조용히 퇴장하는 이들이 있다. 2011년 비트코인을 78센트에 매수했던 초기 투자자는 최근 전량을 매도했고 워런 버핏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은행주를 정리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들의 판단에 주목하지 않는다. 매도는 두려움으로 여겨지고 매수는 열망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명한 움직임은 묻히고 확신에 찬 외침만이 증폭되는 구조다.   이쯤 되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따라온다. “그렇다면 지금 모든 위험자산을 팔아야 하는가?” 하지만 정답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금이 시장의 정점인지는 누구도 확실히 알 수 없고 그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오히려 투자 전략의 본질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점이 아니라 현재 내 자산이 어떤 구조적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아는가다. 낙관의 흐름에 편승하되 그것이 만든 착시 속에 빠지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공포를 피하고 싶은 욕구 못지않게 탐욕을 점검할 수 있는 냉정함도 필요하다.   ▶균형 잡힌 대응 필요     지금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전면적 후퇴도 무비판적 낙관도 아니다. 우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한다. AI나 특정 테마 종목에 편중되어 있다면 분산의 원칙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현금 비중을 무조건 늘리는 것보다는 시장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 계획을 갖춰야 한다.   또한 정상 시나리오와 충격 시나리오를 병렬로 상정하고 두 경우 모두에서 대응 가능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복잡한 구조화 상품이나 고위험 ETF 대신 내실 있는 기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분석해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투자란 ‘예측’이 아니라 ‘준비’다. 그리고 준비란 눈앞의 수익률이 아닌 장기적 생존을 전제로 한 구조적 대응을 의미한다.   2025년 여름의 시장은 누가 보더라도 과열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 꼭 끝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은 늘 더 올라갈 수 있고 그만큼 더 깊이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점 자체보다도 그 주변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시장이 아닌 나 자신을 읽는 일에서 시작된다.     현명한 투자자는 시장의 사이클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타인의 탐욕을 관찰하고 자신만의 원칙을 유지하는 법을 배운다. 그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건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켄 최 아피스 자산관리 대표 [email protected]년 여름 시장 분석 구조 시작 구조적 리스크 개인 투자자들 옵션 시장

2025.07.29. 22:54

[소수의 경고성 전망] 올해 투자 어렵다…변동성 확대 리스크 관리 치중

2022년은 지난 2008년 이후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적어도 주식형 자산의 경험은 그랬다. 하지만 지난해 진짜 주목해야 할 ‘스토리라인’은 여전히 팽배한 낙관이다.     경제에 대한 낙관, 미래에 대한 낙관이다. 이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되레 부정적일 수도 있다. ‘낙관의 성’이 견고한 만큼 한 번 균열이 생기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기본분석에 근거한 다수의 경기 및 시장 전망에 대해 소개했다. 이번엔 기술분석에 근거한 상대적 소수의 경고성 전망을 정리한다.     ▶나스닥이 예고한 하락장   나스닥은 2021년 11월 19일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다우나 S&P500 등에 비해 한 달 반 정도 앞섰다.     블루칩 위주의 다우가 2022년 1월 초까지 상승을 지속한 후 고점을 찍었던 시점 나스닥은 이미 고점 대비 6%가 빠진 상태였다. 또한 52주 고점으로부터  50% 이상 빠진 종목이 나스닥 기업주 전체의 40%에 달했다. 아직 다우나 S&P가 하락으로 돌아서기 이전에 나스닥은 이미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2022년 하락장을 선도한 것은 나스닥이었다. 나스닥의 하락세는 강했고, 조정 반등은 약했다. 하지만 몇몇 인기 종목들에 대한 열광은 식지 않았다.  더불어 조정 반등이 있을 때마다 상승장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지속한 반등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블룸버그, 마켓워치 등 주요 금융 미디어들은 유명 분석가들을 인용, 상승장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사를 앞다퉈 기재했다. 그도 그럴 것이 12월 상반기에만 투자자들은 무려 2500억 달러를 시장에 쏟아부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재미있거나 유익한 일에서 나만 소외됐다는 두려움을 가리키는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 투자심리는 콜 옵션 시장으로도 돈이 몰리게 만들며 지난해 마지막 랠리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시장이 고대하던  ‘산타 랠리’는 없었다.   ▶스팩(SPAC)으로 보는 버블   SPACs은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ies’의 줄임말이다. 아직 투자할 곳이 정해지지 않은 인수합병 회사라고 볼 수 있다. SPACs 기업공개(IPO)의 인기를 투자시장의 과열, 마니아 상태를 나타내는 현상으로 읽는 이들이 있다. 어떤 분야, 어떤 회사에 투자할지도 모르는데 상장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린다. 혹자들은 이를 18세기 ‘South Sea’ 버블에 비교하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볼 때 SPACs의 만연은 금융시장의 버블을 경고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를 경고로 받아들인 이들은 소수였다. 얼마 안 되는 경고 메시지가 전달된 것도 사실 최근이라고 볼 수 있다. 블룸버그가 SPACs 시장의 붕괴와 그 여파에 대해 보도한 것은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12월 중순이었기 때문이다.     SPACs의 만연을 보고 ‘위기’를 감지하는 이들은 지금도 소수일 수 있다. SPACs 지수(IPOX SPAC Index)가 고점을 찍은 것은 지난 2021년 3월이었다. 이후 9개월이나 다우의 상승행진이 지속한 것을 보면 시장의 ‘리스크 불감증’ 수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SPACs 지수는 이미 지난 2년간 하락세를 지속해 현재 고점 대비 51%가 빠졌다.     ▶질서 있는 하락   현재 하락장은 나스닥이 앞장서고 있다. 나스닥은 기술주와 성장주 위주로 구성된 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상승장을 선도한다. 이는 곧 하락장도 선도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하락장에서 가장 강세를 보이는 것은 블루칩이다.     성장성보다는 기반이 잡힌 우량주 위주의 다우 조정 반등도 그래서 다른 지수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S&P500은 일종의 하이브리드 지수라고 볼 수 있다. 이른바 우량주와 성장주를 다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락 패턴도 나스닥과 다우의 중간 형태로 읽을 수 있다. 이들 대표적 지수들은 현재 다 하락장을 경험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구체적인 패턴에서는 조금씩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한 해 진행된 하락장은 그러나 ‘패닉’ 상태는 아니었다. 변동성은 높았지만,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며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질서정연한 하락 패턴은 단순 조정장으로 읽힐 수도 있다. 크레딧 스위스, 골드만 삭스, HSBC, JP모건체이스, 모건 스탠리 등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불황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다수의 소위 전문가들도 경기침체가 있을 것이지만 불황이라고 판단할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학자들도 상반기 경기 약세를 점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폭력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하락장세가 새해 이런 낙관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질서정연한 하락은 반대로 ‘폭풍전야’를 의미할 수도 있다. 공포지수도 비교적 안정적 수준을 유지한 채 하락장이 진행됐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까지는 전초전이었을 수 있다. 하락장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수 있는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시장이 지난해 10월 저점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하락이 가속화될 가능성은 커진다.   ▶연준에 대한 신뢰   낙관론의 배경에는 연준에 대한 신뢰가 있다. 금리 인상이 늦었고, 시작한 이후에는 과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연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내려간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나 연내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이 회자하는 것도 연준이 경제와 시장이 지나치게 경색되는 것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기억할 것이 있다. 지난 2007년 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도 금리 인하와 함께 시작됐다. 당시에도 금리 인하가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그리고 반짝 긍정 반응이 있었다. 그다음에 벌어진 상황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바대로다.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가 지금 시장의 기대처럼 만병통치약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그래서 미지수다. 반복하지만 지금은 아직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한 시기로 보인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email protected]소수의 경고성 전망 리스크 변동성 나스닥 기업주 시점 나스닥 옵션 시장

2023.01.1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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