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필요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봤어도 “시간이 요구돼”라고 말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시간이 요구돼”라고 하면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어색해할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시간이 요구돼’라고 표현한 글은 제법 봤다. 말로 할 때와 글로 쓸 때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이렇게 쓰는 예가 적지 않다. ‘관심이 필요하다’ 또는 ‘관심이 있어야 한다’도 ‘관심이 요구된다’라고 적는다. ‘~이 요구된다’는 영어(be required for)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나온 방식이다. 어쩌다 보니 글을 쓸 때 도처에서 가져다 쓰는 문체가 됐다.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기술력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요구되다’는 이렇게 낯익은 풍경이 됐다. 그럼에도 편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경각심이 필요하다’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처럼 자연스럽지 않다. ‘~이 필요하다’처럼 직접적이지 않고 에두르는 것 같아 보인다. “유연하고 겸손한 자세가 요구된다”도 그렇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요구된다’가 어설퍼 보인다. 일상에서처럼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으면 더 자연스러웠겠다. ‘요구된다’를 빼도 된다. “유연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하면 간결하고 전달력도 높아진다. “신중함이 요구된다”에서도 ‘요구되다’보다 ‘필요하다’가 나아 보인다. 그리고 ‘신중함이 필요하다’보다 ‘신중해야 한다’가 쉽다.우리말 바루기 요구
2024.09.02. 18:00
팬데믹 때 대입시험(SAT·ACT) 점수 제출을 면제했던 대학들이 SAT 점수를 다시 요구하면서 시험을 치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다른 주까지 가는 케이스도 나오고 있다. LA타임스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학생이 지난 1일 실시된 SAT에 응시하기 위해 1800마일이나 떨어진 텍사스 댈러스까지 갔다고 보도했다. 근처에서 시험장소를 찾지 못해 타주로 원정을 떠나는 것이다. 이는 팬데믹 이후 SAT 시험장소는 줄어들었지만, 대학들이 SAT 점수 제출 의무화를 다시 도입하자 시험을 치르려는 학생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신문은 최고의 인기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것보다 대입시험 등록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인 학생들도 SAT 시험을 치르기 위해 수십 마일이 넘는 도시를 찾아가고 있다. 노스할리우드고교에 재학 중인 김모(17)양은 “6월 시험에 신청하기 위해 등록일 첫날 웹사이트를 접속했지만 집 근처 시험장은 찾을 수 없었다”며 “결국 시험을 치르기 위해 80마일이 넘게 떨어진 곳으로 가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시험에 응시했다는 다른 학생(크레센타밸리고교)도 “시험 장소가 없어서 집에서 40마일 넘게 떨어진 곳에 갔는데 시험장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학생 줄이 500피트는 족히 넘게 이어져 있어 놀랐다”며 “팬데믹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전했다. 한편 뉴욕에 있는 공정시험센터에 따르면 2025년도 대입 심사 항목에서 SAT 점수를 보지 않겠다고 밝힌 4년제 대학은 전체 대학 중 4%에 불과했으며, 87%는 선택사항으로 지정해 지원자의 점수 제출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점수 제출을 요구하는 대학은 9%로 파악됐다. 특히 명문대학 중에서 SAT 점수 제출을 의무화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추세다.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시험등록 요구 시험등록 전쟁 sat 요구 sat 시험
2024.06.03. 20:19
#. 배달 앱 도어대시로 음식을 주문하려던 한인 김 모씨(33)는 쓴웃음을 지었다. 항상 음식이 배달된 후에 팁을 지급해왔던 그가 ‘팁 없이 계속하기’ 버튼을 눌렀는데, ‘팁 없이 주문할 경우 배송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경고 화면이 떴기 때문이다. 김씨는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된 후 마음에 든 만큼 지불하는 것이 팁 아니냐”며 “배달 전부터 당연히 팁을 요구하는 행태 때문에 신물이 난다”고 말했다. #. 직장인 한인 이 모씨는 한 식당에서 받은 영수증을 보고 격분했다. 처음에는 2%, 3%, 5%로 돼 있어서 참 착한 업소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팁에다 추가로 팁을 더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팁에 대한 요구가 선을 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과도해지는 팁 문화에 한인들의 불만도 날로 커지고 있다. 팁 금액도 문제지만 팁을 당연히 줘야 하는 것처럼 자리 잡은 팁 문화에 대한 반발이 더 크다. 이로 인해서 소비자들은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8월 성인 1만194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7명꼴인 72%는 5년 전과 비교해 더 많은 곳에서 팁을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이 같은 답변은 지역을 불문하고 전국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많은 비즈니스가 매장에 설치하는 POS시스템을 팁 요구가 늘어난 주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디지털 결제 키오스크 설치만으로도 손님에게 자연스레 팁을 요구할 수 있어서 다수의 업주가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를 통한 팁 문화가 일반적으로 팁을 주지 않아도 되는 카페, 투고 전문점, 패스트푸드 업체까지 번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잦은 팁 요구에 팁을 줘야 하는 곳과 주지 않아도 되는 곳의 구분도 어려워졌다.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오직 3명 중 1명인 셈인 34%만이 팁을 언제 주는지 명확히 안다고 답했다. 서비스에 맞춰 내야 할 팁의 금액에 대해 잘 안다고 한 이들의 비율은 33%에 그쳤다. 특히 적게는 10%, 많게는 18~25%까지 권장(suggested) 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10명 중 4명은 결제 화면에서 일정 비율의 팁을 요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봤을 땐, 65세 이상 시니어 소비자 중 47%가 권장 팁 표시를 반대했다. 30세 미만 중에서는 찬성(31%), 반대(33%), 무반응(32%)이 고르게 분포해 세대별 새로운 팁 문화에 대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음식값을 기준으로 권장 팁이 계산되지 않고 음식값에다 세금이 포함된 가격에 권장 팁이 매겨지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팁이라는 게 직원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세금에 팁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훈식·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요구 배달 배달 지연 직원 서비스 직장인 한인
2023.11.14. 23:43
소비자들의 팁에 대한 극도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직원의 대면 서비스를 받지 않는 셀프계산대에서도 최대 20%까지 팁을 요구해 소비자들 사이 팁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셀프계산대 설치가 공항, 경기장, 카페 등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비대면 결제시스템인 키오스크 시스템 사용으로 팁을 늘리고 직원 급여를 올리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실제로 결제시스템 아이패드 POS 기계를 지원하는 스퀘어는 지난해 4분기 팁 거래가 풀 서비스 레스토랑에서 전년 대비 17%, 퀵 서비스 레스토랑에서 16%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팁 연구단체와 노동자권익단체들이 “고용주가 임금 인상 대신 직원 급여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고객들이 셀프계산대에서 요구하는 팁이 정확히 누구를 위한 것인지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D.C.에 있는 아메리칸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시타 자마르는 “자주 가는 식당들에서 셀프 체크아웃 시스템이 증가하고 있다”며 “셀프 체크아웃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데 팁을 요구하는 이유와 팁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코리 개리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맥주를 셀프 체크아웃으로 계산하다 팁을 요구받았다. 개리는 누구에게 팁을 주고 있는지 혼란스러웠지만, 여전히 20% 팁을 남겼다. 최근 셀프 체크아웃 관련 소비자들의 공분을 가장 많이 사고 있는 곳은 공항이다. 여행객들은 이미 과자 한봉지에 값비싼 돈을 내고 있는데 셀프 체크아웃에서 1~2달러를 더 요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가렛 베밀러는 몇 주 전 뉴저지 뉴워크 리버티 국제공항의 OTG 매장에서 물 한병을 샀다. 셀프 체크아웃 화면에서 6달러짜리 물병에 10~20% 팁 요구 옵션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뉴욕시에서 홍보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베밀러는 “직원 서비스를 전혀 받지 않는데 셀프계산대에서 팁을 요구하는 것은 감정적 협박”이라며 “이를 이기고 노팁을 눌렀다”고 말했다. 워렌 윌리엄스도 지난 3월 휴스턴의 부시 인터콘티넨탈 공항 OTG 매장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공항에서 식당 및 편의시설을 운영하는 OTG 대변인은 “팁으로 계산된 모든 돈은 직원에게 지급되며 셀프계산대 팁은 해당 교대 근무 직원들의 팁에 합산된다”며 “팁을 남길 수 있는 옵션을 통해 직원을 돌보면서 고객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레스토랑 및 비즈니스는 지난 수년 동안 팁 관련 소송에 직면했다. 고용주는 근로자에게 팁을 줄 법적 의무가 있다. 팁 관련 서적 공동저자인 리하이대학교 호로나 오크스 부교수는 “셀프 체크아웃 서비스 관행이 회사에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연방 공정노동 기준법에서 팁을 받는 근로자에 대한 보호가 기계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기계에 제공되는 팁은 직원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UC버클리 식품노동연구센터 사루 제이아라만 소장도 “일부 고용주가 직원 임금을 더 지불하지 않는 방법으로 팁 인상을 이용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영 기자셀프계산대도 요구 셀프계산대 설치 셀프 체크아웃 직원 서비스
2023.05.08. 20:42
산을 좋아해 매주 한 번씩 산을 찾는다. 큰 산악회도 다녔지만 지금은 60,70대 7~8명이 매주 같은 산을 오른다. 이 산을 6.5마일가량 올라가면 바로 볼디산의 정상이 보이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목적지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점심시간이 된다. 취사 준비를 하고 준비해온 고기를 굽고 다양한 야채를 내놓는다. 커피에 디저트까지 일행과 나눈다.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고, 커피물까지 끓여 주는 것은 항상 K이다. 그는 솜씨가 좋고, 식사를 준비해 나누어 주는 것도 좋아한다. 취사 장비도 그가 가장 많이 가져온다. 당연히 그의 백팩이 가장 무겁다. 항상 웃으며 고기를 나누어 주고, 밥을 볶아 나누어준다. 하지만 정작 그는 많이 먹지 않았다. 왜 그렇게 적게 먹느냐고 묻자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했다. 웃으며 장비를 정리하는 그를 보며 ‘저런 귀한 성품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노력해서 얻은 것일까?’ 생각해 본다. 만약 나도 솜씨가 좋다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저런 성품으로 태어나지도,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뉴욕에 있을 때는 가끔 대여섯명이 큰 병원에 위문을 가야 할 때가 있었다. 병원에는 특유의 냄새와 무거운 분위기가 있었다. 나는 병원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았고,병상의 수척한 환자 모습을 보는 일도 편치않았다. 그래서 늘 뒤편에 서 있었다. 죽음 가까이에 있는 환자의 손을 잡고,얼굴을 만지며 위로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부러웠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C는 멕시코 봉사활동 등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솜씨 좋은 그는 이용 기술을 배워 몇 달은 이발을 하지 못한 것 같은 아이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손을 잡고 기도해 준다.말은 서툴러도 손의 온기가 그들의 마음을 열리게 했다. 깨끗해진 그들의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의 마음이 전해져 굳은 얼굴도 웃음을 띠게 만든다. 아예 일찍 은퇴하고 현지에 머물며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자신만을 위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 일부를 헌신하고 있다. 그들에게 다가가 손을 잡아 주는 사람들은 모두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이다. 오늘 내가 만난 사람들도 모두 본인이 잘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세상 풍파의 파편들이 그들을 감싸고 있어서 겉모습에서는 재능을 알아 볼 수 없어도 그들 모두는 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내가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겸손해지면 남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인간의 감정 중에 ‘연민’이 가장 귀하다고 하는데, 요즈음은 ‘겸손’이 더 요구되는 것 같다. 국가나 이웃 간에 서로 자신만 옳다고 주장하며 극단적으로 나누어진다면 미래사회는 불안하게 된다. 겸손해지면 생각에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서로 편 가르지 않고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꾸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겸손 요구 병원 분위기 취사 장비 멕시코 봉사활동
2023.04.11. 19:01
LA통합교육구(LAUSD) 전산망을 해킹한 해커들이 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LAUSD는 지난 20일 정체를 공개하지 않은 해커들로부터 돈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얼마나 요구했는지,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알베르토 카발로 교육감은 “해커로부터 데이터 공개를 하지 않는 대신에 돈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협상에도 참여하지 않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발로 교육감은 또 “해커들은 학생 정보가 있는 시스템을 건드렸지만 민감한 정보에는 접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성적이나 징계 기록 등이 누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의 소셜시큐리티 번호(SSN)나 교직원들의 정보는 시스템에 아예 없어 누출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현재 LAUSD는 추가 피해를 막고 컴퓨터 시스템 보호를 위해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한 상태다. 한편 수사팀에 따르면 해커들은 당시 컴퓨터 데이터에 접근했을 뿐 아니라 LAUSD 산하 학교들의 컴퓨터를 먹통으로 만들려고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연화 기자해커 요구 컴퓨터 시스템 카발로 교육감 학생 정보
2022.09.21. 21:05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통화 공급 경고를 무시했고 경기 침체는 다가오고 있다. 몇 개월 동안 지속하고 있는 상상 이상의 고물가에 분노하거나 연준의 뒤늦은 대응에 대한 비판도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9.1%나 급등하며 다시 ‘물가 쇼크’로 출렁이고 있다. 9%대 물가 상승률은 1981년 11월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봄부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매달 40년 만에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높은 CPI에 연준이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80.9%까지 치솟았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예상치를 훌쩍 넘자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여겼던 이른바 ‘울트라 스텝 (금리를 한 번에 1.0%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바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달 FOMC 정례회의에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지만 6월 물가 상승세를 보면 아직도 역부족이다. 7월 FOMC에서 0.75%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 분위기고 1%포인트 인상 단행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방준비은행 총재들도 잇따라 1.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해도 소비 지출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더 큰 폭인 1.0%포인트의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 은행 총재도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상할 수 있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힘을 실었다. 반면 ‘울트라 스텝’에 대한 반론도 있다. 기준금리 1.0%포인트 인상이 쉽지 않다는 이유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연준이 발간한 경기 동향보고서인 ‘베이지북’에는 경기 침체에 대한 깊은 우려가 담겼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5월 중순 이후 몇몇 지역에서 수요 둔화 조짐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인타운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고물가·고금리 부담은 한인들 생활에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타운 소매업계의 세일은 사라지고 점심값 20달러 시대, 개솔린값은 갤런당 6달러가 훌쩍 넘은 지 오래다. 한인 소매업체, 식당, 마켓업계은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인들의 지출이 급감하며 ‘여름 특수’, ‘할러데이 특수’, ‘주말 특수’가 사라졌다. 특히 식품과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인한 생활 물가 타격은 깊다. 주말 한인마켓에서 가족이 카트에 한가득 식품을 넣고 장을 보거나 마켓에서 식품업체 기획 전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소매업체에서 일정 금액 이상 사면 사은품을 주거나 식당에 줄을 서는 것도 예전 일이다. 고물가 상황에 ‘필요한 것만 산다’에서 이제는 ‘세일하는 것만 산다’로 소비 패턴이 또다시 바뀌었다. 1970년대 이후 최대 실질 임금 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은 이중고다. 시간당 실질 평균 수입은 6월에만 1% 하락했고 지난 12개월 동안 3.6% 하락했다.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물가는 올라 한인들 소비 지출 역시 줄고 있다. 노동통계국이 산출하는 소비자 물가 지수는 미국 인구의 93% 소비 지출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일반 소비자의 인플레이션을 비교적 잘 나타내지만, 개별적 소비 지출은 상대적으로 잘 나타내지 못한다. 소셜연금 수령 연기, 차량 리스 구매, 쉬링크 플레이션 인지 등 인플레이션에 현명하게 대응한다면 ‘물가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 칼럼 소비 요구 소비자물가 상승폭 물가 쇼크 소비 지출
2022.07.14. 18:57
코로나19팬데믹이 시작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감염률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입원율과 사망률 모두 줄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팬데믹은 조만간 엔데믹으로 바뀔 것이다. 정상적인 사회적, 경제적인 활동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낮은 감염률로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팬데믹이시작하기 전 매년 겨울에 미국에서만 독감으로 약 2~3만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다가오는 겨울철에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나올지 모르지만, 코로나19가 독감과 유사한 광범위한 전염병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은 지배적이다. 현재의 오미크론 파동은 얼마나 갈까? 다행히 백신 접종은 오미크론 예방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3회의 백신 접종을 받은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 비해, 입원 사례가 훨씬 적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하지 않고 있는 곳이 많아졌다. 오미크론이 대세로 남아 있는 한, 입원율은 계속 감소하겠지만, 늦가을과 추운 겨울에 나타나는 계절적 발병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지난 2년에 비하면 앞으로의 6개월은 좀 더 나아지리라는 전망을 해본다. 물론 아직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해 불확실한 것들이 많아 안심하기는 이르다. 첫째, 자연 면역과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미지수다. 그리고 부스터 샷은 얼마나 자주 접종해야 하는지, 그리고 오미크론 백신이 곧 출시된다고 해도, 그 효능과 작용 기간에 대한 세밀한 고찰이 필요하다. 여러 경구 치료제의 개발과 광범위한 사용이 중증사례의 정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도 희망적이긴 하지만, 아직 검증되어야 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 이렇게 팬데믹을 통해 우리는 불확실성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따라서 예측할 수 없는 이러한 혼돈에 대비해 우리는 어떠한 대책을 세워야 할까? 팬데믹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질병의 확산, 진단, 예방, 치료법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등장함에 따라 전략의 변화 또한 필요하다. 매일매일 전개되는 예측 불가의상황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의 전략들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으로 시나리오플래닝이 있다. 지금은 좋은 시기라 하더라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 안에서, 우리는 미래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한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즉 기존의 가정에 도전하여, 전략적으로 더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목표 아래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대응한계를 넘어서는 상황에 당면했을 때는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팬데믹을 통해 체험했듯이, 미국과 같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과 의학을 가진 나라도 기술적 노하우나 현존하는 해결 방식만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좀 더 넓은 시각을 갖고,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해석하고, 예상되는 요구에 대비하여,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0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에서 전염병 확산 최고 위험 등급인 팬데믹을 발령했지만, 세계 어느 나라의 정부는 물론 의학계에서도, 팬데믹이가져다줄 영향, 추세 그리고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수립은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이어지는 도전에 한동안은 무기력했다. 우리는 일상적인 문제에 대해, 미리 결정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술적인 측면의 리더십에는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결책은 팬데믹과 같이 갑자기 나타난 혼란 속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는 마음 자세를 갖고, 정직과 공감의 문화와 함께, 유연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도 놀라지 않고, 창의적이고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팬데믹은 현대사회에 필요한 리더십을 재조명한 훌륭한 사례이다. 우리 모두 한순간에 수많은 생명을 뺏기는 예기치 못한 일들을 뼈아프게 경험했다. 팬데믹 만큼 파괴적이고 혼란스럽지는 않더라도,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우리는 이러한 모든 일을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아가면서 슬기롭게 대책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소스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예기치 못한 혼란스러운 사건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상황에 맞는 최적의 조처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리더십이 절실하다. ◆현철수 박사= 조지타운대병원 내과, 예일대병원 위장·간 내과 전문의 수료, 스토니브룩의대, 코넬의대 위장·간 내과 임상교수,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 재미한인의사협회 회장 역임.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와 바이러스 간염 센터 창설,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문화·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현철수 / 위장내과 전문의특별 기고 리더십 요구 백신 접종률 오미크론 백신 예측 불가의상황
2022.04.24. 17:24
“임대료 인상이 과하다고 반발하니까 인상 폭은 낮췄는데 대신 새로운 디파짓을 하랍니다. 조삼모사도 아니고….” 새로 바뀐 관리회사와 임대료 갈등을 빚고 있는 LA 한인타운 로데오 갤러리아 쇼핑몰의 업주 A씨는 4일 상가번영회 주최로 열린 긴급 모임에서 울분을 터뜨렸다. 이 쇼핑몰에는 20여 개 업소가 입주해 있으며 이날 모임에는 10여 명의 업주가 참석했다. A씨는 지난 9월 새 관리회사인 ‘퍼시픽 프라퍼티스매니지먼트’로부터 통보 받은 재계약 조건은 임대료 3배 인상과 지난해 팬데믹으로 쇼핑몰이 폐쇄된 동안 내지 않은 공동관리비(캠차지) 1만 달러였다고 밝혔다. 업주들의 반발에 상가번영회 측이 공동대응 등 강경하게 나서자 관리회사는 최근 일부 업주들에게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라며 새로운 제안을 해왔다. 업소마다 차이는 있지만 A씨의 경우 임대료 인상폭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임대료 4개월 치인 8000달러 상당의 새 디파짓과 캠차지 1만 달러를 요구했다. A 씨는 “임대료 인상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기존과 비교하면 50% 이상 올라 부담이 크다”며 “장사도 안 되는데 거액의 디파짓까지 다시 내라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 B 씨는 관리회사가 상인들의 조바심을 유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딱 일주일 말미를 주며 새로운 계약서에 사인하라고 했는데 기존보다 20% 가까이 높은 임대료를 제시했다”며 “이후 앞으로 매년 10%씩 임대료를 올린다는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관리회사가 바뀐 뒤 이미 쇼핑몰을 떠난 업소도 3곳이나 된다. 이 중 한 옷가게는 지난 6월 입점했다가 한 달 만에 새 관리회사가 임대료 인상을 예고하자 제대로 장사를 해보지도 못하고 가게를 접었다. 인근 업소 관계자는 “연세가 지긋한 업주였는데 투자비로 5만 달러를 들였지만 모두 날리고 떠났다”고 알렸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했다는 업주 C 씨도 “2800달러였던 임대료를 6500달러로 올린다는데 누가 감당할 수 있냐”며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기존 렌트비 내기도 빠듯한데 더 올린다니 곧 문 닫고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주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 씨는 “요구하는 내용이 너무 터무니없다”며 “소액만 내던지, 아예 내지 말고 상대편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관리회사 측은 지난 7월 이후 업소들이 낸 임대료를 인출하지 않고 있다고 업주들은 전했다. 이날 상가번영회 회의에서 업주들은 팬데믹과 물류난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고 과거 캠차지는 낼 수 없다는 입장을 우선 전달키로 했다. 상가번영회 회장인 권두안 법무사는 “이곳 모든 업소가 한국에서 상품을 받아 사업하는 곳인데 심각한 물류난으로 연말 대목은 물론, 당장 존립 자체도 불투명하다”며 “렌트비 인상 폭을 더욱 낮춰서 상인들이 살고 관리회사도 윈윈하도록 하고 인상률 역시 연 3%나 가주 물가 상승률에 맞추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주는 그나마 관리회사가 수정 제안을 해오는 등 추가 협상 가능성이 있는 점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관리회사인 퍼시픽 매니지먼트 측은 업주들이 가장 크게 반발하는 새 디파짓 요구에 대한 입장 요구에 “특별히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알려왔다. 류정일 기자Biz 포커스 로데오 갤러리아 갈등 임대료 요구 임대료 인상폭 임대료 갈등 관리회사가 상인들
2021.11.04.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