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중앙도서관 계단에 용비어천가 첫 구절이
LA다운타운 중앙도서관 정문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한글 문장이 새겨져 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뒤, 이를 시험하기 위해 권제·정인지·안지 등에게 명해 세종 29년(1447)에 펴낸 ‘용비어천가’에 수록된 문장으로,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구절이 새겨진 공간은 1993년 조각가 저드 파인이 제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스파인’의 일부다. 도서관과 마귀어 가든을 연결하는 이 예술 계단은 인류 언어와 문자의 발전사를 주제로 설계됐다. 계단의 각 단에는 한글을 비롯해 아랍어, 산스크리트어, 라틴어 등 19개 언어의 문자와 기호가 새겨져 있다. 한글이 포함된 구간은 ‘인쇄와 계몽의 시대’를 상징하는 층으로, 검은 바탕에 흰 글자가 선명하게 대비되어 있다. 한글 구절은 ‘언어의 보편성과 인간 의사소통의 진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의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중앙도서관 복원과 함께 완성된 ‘스파인’은 오늘날까지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다양한 언어가 품은 문화적 상징성을 전하고 있다. 한글은 이 도시의 수많은 언어 속에서 한국어의 문화적 깊이와 조형미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 그 글자를 기리는 한글날이 다시 밝았다. 김상진 기자중앙도서관 용비어천가 la다운타운 중앙도서관 중앙도서관 복원 la 중앙도서관
2025.10.08.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