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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7월은 역동적인 용양호박의 달

정월부터 섣달까지, 모든 달이 저마다 특징 있는 사건을 품지만, 특히 7월은 역동적인 ‘용양호박(龍攘虎搏)’의 달로 기록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기념해야 할 날은 단연 미국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이다.     ‘더 포스 오브 줄라이(the Fourth of July)’로 불리는 이날 외에도, 프랑스는 7월 14일을 바스티유 혁명 기념일로, 캐나다는 7월 1일을 캐나다 데이로, 필리핀은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지키는 등 여러 나라가 7월에 독립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러나 7월은 평화보다는 전쟁의 상흔으로 가득하다. 1863년 7월1일,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남북전쟁의 최후 결전이 벌어졌고, 1898년 같은 날, 미국이 샌 후안 힐을 점령한 스페인-아메리카 전쟁도 발발했다. 7월은 ‘용양호박’에 비견될 만한 큰 전쟁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하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1937년 7월 7일 중국군과 일본군이 충돌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평화로운 7월이 이토록 전쟁으로 얼룩졌다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7월은 파괴의 끝에서 새로운 시작을 잉태한 달이기도 하다. 1945년 7월 16일, 뉴멕시코주 앨러머고도에서 몇몇 과학자가 원자폭탄을 실험했고, 이후 8월 6일 히로시마와 8월 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짐으로써 마침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한국어에는 영어, 불어처럼 7월을 부르는 고유한 이름은 없지만, ‘칠팔월’이라는 별칭이 있다. 또한 “칠월 장마는 꾸어서라도 한다”(칠월에는 으레 장마가 있다는 뜻)는 격언과, “칠팔월 은어 곯듯”(수입이 줄어 살기 힘들다는 뜻)이라는 7월이 들어간 속담도 전해져 내려온다.   숫자 ‘7’이 들어간 훌륭한 격언이나 어휘도 제법 많다.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이 잘 섞여 있어 꽤 흥미롭다. ‘칠종칠금(七縱七擒)’은 마음대로 잡았다 놓아주는 비상한 재주를 일컫는 어휘이며, 사업이 계속 실패하거나 잇따른 불운으로 갈피를 못 잡는 마음을 일컫는 말은 ‘칠령팔락(七零八落)’이라 한다. 조선시대 관아에 매였던 일곱 가지 천한 구실을 ‘칠반천역(七般賤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7월 1일 프랑스에는 세 명의 유명인이 탄생했다. 1725년에는 미국 독립전쟁 때 조지 워싱턴을 돕기 위해 장병을 이끌고 미국으로 건너온 로샴보 장군이 태어났다. 또한, 1969년 7월20일에는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걸었다.   한국에서 일어난 큰 사건 가운데 잊히지 않는 것은 바로 군사정권 때인 1980년 7월 사형선고를 받은 뒤 미국의 도움으로 1982년 형집행 정지가 되어 살아난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이다.     한편, 북한이 남침한 지 3년 뒤인 1953년 7월 27일, 연합군과의 회담에서 한국전쟁 휴전이 성립되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룩된 것은 7월이라는 달에 더욱 깊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7월은 독립과 전쟁, 평화와 번영, 그리고 인간의 도전과 역경이 교차하는 다채로운 역사의 현장이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용양호박 역동 한국전쟁 휴전 전쟁 평화 아메리카 전쟁

2025.07.0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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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용양호박(龍攘虎搏)의 세상

아주 시끄럽던 8월이 지나갔다. 2024년 파리올림픽 때문에도 시끄러웠고 폭우와 광풍 때문에도 시끄러웠다. 미국에선 대선 후보가 바뀌는 일 때문에도 또한 시끄러웠다.   8월이 지나고 9월엔 조용할 줄 알았는데 첫 주부터 노동절 연휴로 북적였다. 역사적으로 9월을 살펴보면 첫날에 진짜 시끄러운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1939년 9월 1일 나치의 독일 군대가 폴란드를 침공,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2차 세계대전은 용양호박(龍攘虎搏)의 참상이었다. 용양호박은 비슷한 상대끼리 서로 맹렬히 다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용은 옛날 중국 사람들이 생각한 ‘신령한 짐승’이다. 머리에 뿔이 있고 몸통은 뱀과 같으며 네 다리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다. 그리고 춘분에는 하늘로 올라가고 추분에는 연못에 잠긴다는 짐승이다. 그래서 ‘용’이라는 글자는 신령한 뜻을 지녀 우수하고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나 사물을 일컫는 데 쓰이는 용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좋든 싫든 용양호박의 싸움터에서 삶을 시작하게 된다. 부모와 자식 간에, 형제자매끼리도 갈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전이 용양호박의 양상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문제는 한국과의 관계가 슬기롭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또 북한과의 접촉이 용이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도 생각해야만 한다.    ‘용’이라는 글자는 강하거나 슬기로운 사람뿐만 아니라 특이한 사건을 기술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그 좋은 보기로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를 들 수 있다. 용비어천가는 한글로 지은 최초의 문헌이다. 용비어천가는 세종대왕이 1445년(세종 27년)에 권지, 안지, 정인지에게 명하여 조선 건국의 위업과 선대 육조의 덕을 칭송한 서사시다.  한글로 된 서사시의 이름이 한문으로 된 것이 매우 이채롭다.   ‘용’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낱말은 수없이 많다. 심지어 맛이 썩 좋은 음식이란 뜻의 용미봉탕(龍味鳳湯)이란 말도 있다.      아무튼 한문 ‘용’자가 주는 교훈은 참으로 놀랍다. 한국에서 아직 한자의 영향력은 크다. 모든 사람의 성(姓)을 비롯해 중요한 문서에도 한자가 많이 사용된다. 한자는 글자마다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용반호거(龍盤虎距, 산세가 웅장하고 경치가 아름다움)의 환경에 건국된 미국은 1787년 9월 17일 헌법이 반포됐다. 용양호박의 싸움터에서 승리한 결과다. 올해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가 미국의 헌법기념일과 일치하니 이 또한 묘경(妙境)이 아닐 수 없다.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 광장 용양호박 대통령 선거전 조선 건국 대선 후보

2024.09.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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