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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떡의 나라, 한국

한국인에게 떡은 음식문화의 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종 서양의 빵을 떡으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이는 부정확한 번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빵의 역할과 떡의 역할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돌로 떡을 만들어 보라든지,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라는 말은 어색한 표현입니다. 우리가 떡으로만 살지 않기 때문입니다. 떡은 일상적인 음식이 아니라 오히려 특별한 날의 음식을 의미합니다.   떡은 일종의 통과제의 음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기의 백일에 하는 떡이나 돌에 하는 떡이 있습니다. 제사에도 떡을 놓고, 굿을 할 때도 떡이 있습니다. 이승과 저승, 하늘과 땅, 조상과 후손을 잇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물론 잔치에 떡이 빠지지 않습니다. 떡은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중요한 행사에서 특별한 날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 속담이나 비유에 떡에 관한 표현이 많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표현이 나오는 옛이야기에서도 떡이 귀한 음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라는 표현에서도 떡의 중요성을 살필 수 있습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도 떡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보여줍니다. 이 밖에도 떡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속담이 많습니다. 한편 시험 볼 때 찰떡을 선물하는 것도 붙으라는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떡의 특별함이 기원과 맞닿았음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날은 떡을 먹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추석 때 먹는 송편을 들 수 있습니다. 설날은 떡국을 먹는데, 우리 음식 문화의 대표인 떡과 국이 만나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동지에는 팥죽을 먹는데, 그 안에 떡이라고 할 수 있는 새알심이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새알심을 떡이라고 본다면, 수제비도 떡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사를 가면 떡을 돌리는 풍습도 매우 독특합니다. 다른 음식도 아니고 떡이 이웃 간의 소통에 매개 역할을 한 겁니다. 떡만 돌려도 이웃 간의 서먹함이 사라집니다. 떡 돌리기는 사라지고, 서먹함만 남은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앞에서 잔치에 떡이 빠질 수 없다고 했는데, 떡은 자기 식구만 먹기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집집마다 특이한 떡이 있기도 하고, 종갓집에서는 전통적인 떡을 하기도 합니다. 집안 어른의 생일에는 음식을 넉넉하게 하여 일하러 온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줍니다. 부잣집의 잔치가 원망이나 질시에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화합과 나눔의 현장이 됩니다. 잔치 음식을 만들 때 마당을 뛰어다니며 음식을 얻어먹은 아이들의 모습이 잔치의 흥겨움을 보여줍니다.     한편 떡의 범위가 혼동될 때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빈대떡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떡과는 좀 다릅니다. 우리는 보통 떡은 시루에 찐다고 생각하는데, 빈대떡은 전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장떡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전과 떡의 경계가 불분명한 점이 보입니다. ‘전(煎)’이 한자어라는 점에서 볼 때 떡의 범위가 점차 전으로 확대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순우리말로는 지짐, 부침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지지다’와 ‘부치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이 음식명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먹는다고 이야기합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표현하는 것도 떡국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떡국은 중요한 의미를 나타냅니다. 설은 어휘적으로는 나이를 나타내는 살과 관계가 있습니다. 설날을 맞아 떡과 살을 기억하시는 시간이 되기 바랍니다. 이왕이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과 함께하는 떡국 한 그릇을 기대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한국 잔치 음식 우리 음식 떡국과 관련

2026.02.15. 17:27

[아름다운 우리말] 맛나게 먹다

맛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생각은 어떨까요? 어떤 게 맛있는 음식일까요? 우리말은 맛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맛은 없을 수도 있고, 있을 수도 있지만,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좋은 겁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표현이 바로 ‘맛있다’입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맛은 있으면 무조건 좋은 겁니다. 그래서 우리말에 ‘맛이 좋다’는 표현은 있지만, 맛이 나쁘다는 표현은 없습니다. 맛은 있으면 좋은 것이고, 맛이 좋지 않으면 우리는 ‘맛이 없다’고 표현했습니다.   왜 맛은 있으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을까요? 저는 그것은 맛의 다양함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맛은 단맛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음식은 써도 맛있고, 짜도 맛있습니다. 물론 시어도 맛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말하자면 달아도 맛이 없을 수 있고, 써도 맛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묘하지요. 그렇게 보면 맛은 맛을 보는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맛은 달라집니다.   저는 맛에 관한 우리말 감각 표현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예를 들어 짠맛도 아주 다양한 표현이 있습니다. 우선 간은 짠맛에 해당합니다. 간이 맞았다는 말도 짠맛이 적당하다는 의미입니다. 간간하다는 말은 짜기는 한데 괜찮은 느낌입니다. ‘간이 세다’라든지, ‘간이 부족하다’는 말도 대부분 짠맛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음식의 짠맛을 결정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간장’입니다. 간장은 짠맛을 조절합니다.   또한 ‘짜다’라는 말은 다양한 변신을 합니다. 사실 짜다는 말 자체는 약간 부정적입니다. 그런데 짜다가 반복이 되면 느낌이 좋아집니다. 짭짤하다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짭조름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역시 좋은 짠맛입니다. ‘짭조름’이 변하면 ‘찝찌름’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달다’도 비슷합니다. 달다는 말 자체로는 부정적인 경우도 있습니다만, ‘달달하다, 달콤하다, 달짝지근하다’는 좋은 느낌을 줍니다. ‘시다’는 겹쳐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만, 모양을 바꾸어 나타납니다. 바로 ‘새콤하다’입니다. 시큼 보다 새콤은 좋은 신맛의 느낌입니다. ‘새콤’은 그래서 ‘달콤’과 짝을 이루기도 합니다. ‘새콤달콤’은 맛있는 맛의 예쁜 표현으로 보입니다. ‘쓰다’의 경우에 ‘씁쓸하다’는 약간 어두운 느낌입니다. 그래서 좋은 느낌을 나타내고자 할 때는 ‘쌉쌀하다’로 바뀝니다. ‘새콤’이나 ‘쌉쌀’은 밝은 모음으로 바꾸어 맛도 밝게 만든 겁니다.   한편 맛은 먹는 사람의 태도에 따라 결정이 되기도 합니다. 즉 먹는 마음 자세에 따라 맛이 음식에서 나오게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음식은 맛있어집니다. 그럴 때 쓰는 표현이 바로 ‘맛나게 먹다’입니다. 맛이 나오게 먹는다는 의미입니다. 음식을 아주 맛나게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복스럽게 먹는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똑같은 음식도 맛없게 깨작거리며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말 맛이 없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음식을 가장 맛나게 먹는 방법은 좋은 사람과 먹는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가족과 먹으면 음식은 맛이 더 생겨납니다. 우리말에서는 이런 관계를 식구(食口)라고 합니다. 먹는 입이라는 의미로 가족과는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나랑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식구입니다. 식구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행복한 겁니다. 보통 사이가 안 좋은 사람에게 ‘밥맛이 떨어지다’, ‘밥맛이 없다’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러니 역으로 밥맛이 나는 사람은 좋은 관계인 겁니다.     저는 요즘 산에서 도시락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귀찮을 수는 있지만 정성이 가득하여서 좋습니다. 오늘도 산에 올라 좋은 사람과 함께,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면서 생각했습니다. ‘맛이 참 좋다, 정말 맛나게 먹었다.’라고 말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우리 음식 대부분 짠맛과 우리말 감각

2023.06.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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