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욱’이라는 표현은 노랫말에 자주 나온다. 사랑의 발자욱, 너와 나의 발자욱, 하얀 발자욱, 슬픈 발자욱 등 곡명으로도 많이 쓰인다. “흰 눈 위에 곧은 발자욱”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등 시어로도 애용되는 ‘발자욱’은 표준말이 아니다.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을 이르는 말은 현재 ‘발자국’만 표준어로 인정한다. 북한에서 ‘발자욱’을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다. ‘자욱’도 마찬가지다. ‘자국’만 표준말로 삼고 있다. ‘발자욱’과 같이 문학작품에서 주로 쓰이는 표현들이 일상에서 세를 확장하며 2011년 별도 표준어로 추가된 바 있다. ‘내음’이 대표적이다. 코로 맡을 수 있는 나쁘지 않거나 향기로운 기운이란 의미로 국어사전에 올랐다. 좋건 나쁘건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을 말하는 ‘냄새’와는 뜻 차이가 있다. 나래와 뜨락도 별도 표준어가 됐다. ‘나래’는 ‘날개’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문학적 표현에 주로 쓰인다. ‘뜨락’은 집 안에 있는 빈터를 일컫는 ‘뜰’ 외에 “영혼의 뜨락”처럼 추상적 공간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도 사용한다. 2015년엔 잎사귀의 방언으로 묶여 있던 ‘잎새’가 표준어 대열에 합류했다. 이와 달리 ‘발자욱’은 비표준어로 남아 있다.우리말 바루기 발자국 발자욱 발자욱 자리 표준어 대열 별도 표준어
2023.04.16. 15:26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전성기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내가 (한참때/ 한창때)는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나도 (한참때/ 한창때)는 어마어마하게 잘나갔다” 등과 같은 표현이다. 그렇다면 괄호 안에는 어떤 단어가 적절한 말일까? 기운이나 의욕이 가장 왕성한 때를 가리키는 경우 이처럼 ‘한참때’나 ‘한창때’ 어느 것이 맞는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한참’과 ‘한창’은 각각 의미가 다른 단어이므로 문맥에 따라 정확한 것을 골라 사용해야 한다.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 오랫동안, 한동안’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너를 한참 동안 기다렸다” “강물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한참 뒤에 도착했다” 등과 같이 쓰인다. ‘한창’은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무르익은 때를 뜻한다. ‘한참’은 시간의 흐름에, ‘한창’은 특정한 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두의 예문에서는 두 문장 모두 기운이나 의욕이 가장 왕성하고 활발한 때를 뜻하므로 ‘한참때’가 아니라 ‘한창때’가 맞는 말이다. 기운이 한창인 젊은 나이를 표현할 때도 “한참나이에 놀기만 해서야 되겠느냐”에서와 같이 ‘한참나이’라고 쓰는 경우를 볼 수 있으나 이 역시 ‘한창나이’가 바른말이다.우리말 바루기 한참때 한창때 문장 모두
2023.04.14. 19:10
“사달이 나게 된 데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등과 같은 내용의 문구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방심이 이러한 사단을 가져왔다”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처럼 ‘사달’ 대신 ‘사단’이란 낱말을 쓰기도 한다.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사달’과 ‘사단’은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이므로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우선 ‘사달’은 사고나 탈을 뜻하는 낱말이다. 따라서 위의 예문 모두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달’이 들어가는 게 맞다. 마지막 두 개의 예문 역시 “방심이 이러한 사달을 가져왔다”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로 고쳐야 한다. ‘사단(事端)’은 사건의 단서나 일의 실마리를 뜻하는 낱말이다. “무분별한 개발이 사단이 되어 지역 일대의 환경오염을 초래했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사단’은 ‘단초(端初)’나 ‘실마리’로 바꿔 사용할 수도 있다. ‘사달’은 주로 ‘나다’와 어울려 쓰인다. ‘사고가 났다’ ‘탈이 났다’처럼 ‘사달이 났다’가 의미가 잘 통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단’은 ‘나다’와는 어울리기 어렵다.‘사단’이 일의 실마리를 뜻하므로 ‘실마리가 났다’는 의미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단’은 주로 ‘사단이 됐다’ ‘사단을 찾았다’ ‘사단을 제공했다’ ‘사단을 구했다’ 등과 같이 ‘되다, 찾다, 제공하다, 구하다’ 등과 어울려 쓰인다.우리말 바루기 사단 사달 지역 일대 예문 모두
2023.04.13. 18:45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끄는 것을 ‘꾀다’라고 한다. “대출금리를 낮춰 주겠다며 꾀어 돈을 가로챈 일당” 등처럼 쓰인다. ‘꾀다’를 대신할 수 있는 동사가 또 있다. ‘꼬이다’로 표현해도 된다. “투자만 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꼬여 돈만 가로채는 유사수신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와 같이 사용한다. ‘꾀다’와 ‘꼬이다’는 복수표준어다. 어느 것을 써도 무방하다. 이런 유형의 복수표준어에는 ‘괴다/고이다, 쐬다/쏘이다, 죄다/조이다쬐다/쪼이다’ 등이 있다. ‘꼬드기다’도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어떠한 일을 하도록 남의 마음을 꾀어 부추기다는 뜻이다. “금연한 지 두 달째인데 꼬드기지 마”처럼 사용한다. 입말에서 세를 넓힌 ‘꼬시다’는 뒤늦게 표준어가 됐다. ‘꾀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랐다. 원래는 ‘고소하다’의 강원·경상·전라도 사투리였다. 이성과 사귀려고 수작을 부리다 등의 의미로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면서 2014년 표준말이 됐다. ‘꾀다’와 어감상 차이가 있다고 판단해 별도 표준어로 추가한 경우다. “먹는 걸로 꼬시는 거야?”와 같이 사용한다. ‘꾀다/꼬이다, 꼬드기다, 꼬시다’는 말맛 차이가 있으나 상대의 마음을 꾀어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끄는 것을 뜻한다.우리말 바루기 별도 표준어 어감상 차이 자기 생각
2023.04.12. 18:23
어떤 장소를 가득 채우다는 의미로 ‘메우다’ 대신 ‘메꾸다’를 써도 될까? “광장을 가득 메꾼 인파”와 같이 표현하면 안 된다. ‘메운’이라고 해야 바르다. “공연장을 꽉 메운 팬들의 환호”도 ‘메꾼’으로 바꿀 수 없다. ‘메꾸다’가 표준말이 아니기 때문일까? 과거에는 그랬다. ‘메우다’만 사전에 올라 있었으나 언어 현실을 반영해 2011년 8월 별도의 표준어로 추가됐다. 표준말이 됐지만 ‘메우다’와 뜻이 똑같지 않고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메꾸다’는 세 가지 의미로 쓰인다. “흙으로 구덩이를 메꿔라” “빈틈없이 공란을 메꾸느라 혼났다”처럼 뚫리거나 비어 있는 곳을 막거나 채우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이를 ‘구덩이를 메워라’ ‘공란을 메우느라’로 바꿔도 된다. 시간을 적당히 또는 그럭저럭 보내다는 의미도 있다. “영화관에서 빈 시간을 메꿨다” “무료한 시간을 메꾸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와 같이 쓰인다. 이 역시 ‘빈 시간을 메웠다’ ‘시간을 메우려고’처럼 표현할 수 있다. 부족하거나 모자라는 것을 채우다고 할 때도 ‘메꾸다’를 사용한다. “적자를 메꾸기 위해 애썼다” “업체들이 손실을 메꾸려고 노력했지만 큰 효과를 못 거뒀다”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메우기 위해’ ‘메우려고’로 바꿔도 무방하다.우리말 바루기 가지 의미 언어 현실
2023.04.11. 19:00
많이 쓰면서도 헷갈리는 단어가 ‘원활/원할’이다. 바른 표현은 ‘원활’이다. ‘원활(圓滑)’은 거침이 없이 잘되어 나감을 뜻하는 한자어다. ‘둥글 원(圓)’ 자와 ‘미끄러울 활(滑)’ 자로 이루어져 있다. ‘활(滑)’은 거침없이 매끄럽게 일이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윤활유(潤滑油)’의 ‘활’ 자를 생각하면 ‘원활’도 바르게 적는 데 도움이 된다. ‘원할’은 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은 낱말, 즉 존재하지 않는 단어다. ‘원활’은 모난 데가 없고 원만한 것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인간 상호 관계의 원활은 상대와의 충돌이 없음을 의미한다”처럼 사용된다. ‘활’을 써야 할지, ‘할’을 써야 할지 망설여지는 단어로는 ‘역활’과 ‘역할’도 있다. 이때는 ‘역할’이 바른 말이다. ‘역할(役割)’은 ‘부릴 역(役)’ 자와 ‘나눌 할(割)’ 자가 만나 이루어진 단어다. ‘역활’은 없는 낱말이다. ‘원활’과 같은 모양의 ‘역활’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활인’‘할인’ 역시 헷갈리는 단어 가운데 하나다. “활인/할인 행사가 어제 시작됐다”처럼 나올 때 어느 것으로 적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나눌 할(割)’ 자와 ‘끌 인(引)’ 자를 쓴 ‘할인’이 바른 말이다.우리말 바루기 원활 할인 행사 단어 가운데
2023.04.10. 17:58
분명 화낼 사람은 따로 있는데 오히려 잘못한 당사자가 펄쩍 뛰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이 닥친다면 “잘못은 네가 해 놓고 되레 나한테 화를 내면 어떡해!” “잘못한 놈이 외려 큰소리야!” 등과 같이 말하게 된다. 이처럼 예상·기대와는 다르게 되는 경우 ‘되레’나 ‘외려’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도와주려고 한 일이 되려 폐만 끼쳤다” “자기가 잘못하고선 외레 큰소리친다” 등처럼 ‘되레’ 대신 ‘되려’, ‘외려’ 대신 ‘외레’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각각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우선 ‘되레’는 ‘도리어’의 준말이다. ‘도리어’가 줄어들면 ‘되려’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되레’가 맞는 말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되려’보다 ‘되레’가 많이 쓰인다는 판단 아래 ‘되레’가 표준어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외려’도 ‘외레’가 맞는 말일까? 이 경우에는 반대다. ‘오히려’의 준말로 ‘외레’가 쓰이기도 하지만 ‘외려’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슷한 경우이지만 모양이 다른 ‘되레’와 ‘외려’가 각각 표준어다. ‘도리어’의 ‘어’와 ‘오히려’의 ‘려’가 준말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기억하면 ‘되레’와 ‘외려’로 바르게 쓰는 데 도움이 된다.우리말 바루기
2023.04.09. 21:19
질리도록 자주 들었다는 뜻으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는 말을 많이 쓴다. 문제가 없는 표현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써도 되는 표현이다. 관용구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은 이렇다. 비슷한 표현으로 ‘손에 못이 박이다’가 있다. 여기에서의 ‘못’은 굳은살을 가리킨다. 그래서 ‘못(굳은살)’이 ‘박이다’와 어울려 ‘손에 못이 박이다’ 형태로 쓰인다. 하지만 이 ‘못’은 ‘귀에 못이 박히다’에서 사용되는 ‘못’과는 의미상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귀에 못이 박히다’는 표현을 그대로 관용구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아무리 자주 듣는 얘기를 나타냈다 해도 ‘귀에 못이 박혔다’는 표현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못’ 역시 쇠가 아니라 굳은살을 나타내는 ‘못’이라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자주 닿는 곳에 굳은살이 박이듯 너무 자주 들어 귀에 굳은살이 생길 정도라는 의미이므로 똑같이 ‘귀에 못이 박이다’ 형태로 쓰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다. 표준국어대사전이 관용구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귀에 못이 박히다’를 틀린 표현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귀에 못이 박이다’가 적절하지 않느냐는 의견에도 수긍 가는 면이 있다.우리말 바루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의미상 연관성
2023.04.07. 18:55
당부를 전할 때 주의할 표현이 있다. ‘주십시요’가 아니라 ‘주십시오’로 써야 바르다. 문장을 끝내는 종결어미는 ‘-요’가 아니라 ‘-오’이기 때문이다. 앞 모음 ‘이’의 영향을 받아 마지막 어미가 [요]로 소리 나더라도 그 원형을 밝혀 ‘-오’로 적는다. 하십시오체뿐 아니라 “도와주시오” 같은 하오체 문장도 ‘-오’로 끝난다. -요‘는 어떤 사물·사실 등을 열거할 때 쓰이는 연결어미다. “이건 두통약이요, 저건 감기약이다”처럼 사용한다.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너무 늦었어요” “그러는 게 좋지요”에서의 ’요‘는 무엇일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어미 뒤에 덧붙은 것이다. 연결어미 ’-요‘나 종결어미 ’-오‘는 생략할 수 없지만 보조사 ’요‘는 떼어 내도 말이 된다. “너무 늦었어” “그러는 게 좋지”라고 해도 무방하다. ’-오‘와 ’-요‘를 헷갈리게 하는 요소는 또 있다. 바로 해요체다. 하십시오체와 하오체 자리에 두루 쓰이면서 혼란을 부른다. “말씀하세요”에서 ’-세요‘는 ’-시어요‘의 준말이다. ’-시-‘는 선어말어미고 ’-어‘는 종결어미다. 이들 어미 뒤에 붙은 ’요‘는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다. “말씀하셔요”도 마찬가지다. 어미에 보조사 ’요‘가 결합한 말이다. “말씀하십시오”와는 구별해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보조사로 어미
2023.04.06. 20:06
코로나19로 운동량이 감소함으로써 급격히 살이 찐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아침마다 얼굴이 붓는다 싶더니 붓기가 이내 살이 됐다” “줄어든 운동량 때문인지 붓기가 빠지지 않는다” 등과 같이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부종으로 인해 부어 있는 상태를 나타낼 때 이처럼 ‘붓기’라고 표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른다는 뜻을 지닌 ‘붓다’의 어간 ‘붓-’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기’가 붙어 ‘붓기’가 됐다고 생각해 이 말을 쓰는 듯하다. 그러나 부종을 나타내는 단어는 ‘붓기’가 아니라 ‘부기’로 써야 바르다. 이 ‘부기(浮氣)’는 한자 ‘뜰 부(浮)’ 자에 ‘기운 기(氣)’ 자가 만나 만들어진 단어다. 맞춤법에 따르면 한자어와 한자어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에는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고 돼 있다. ‘부기’ 역시 한자어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넣지 않는다. 따라서 서두의 예문에 나오는 ‘붓기’는 모두 ‘부기’로 고쳐야 한다. ‘붓기’는 부종을 나타내는 명사로는 쓸 수 없다. 다만 ‘붓다’를 활용한 형태로 동작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사용할 수 있다. “벌레에 물린 곳이 붓기 시작했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붓기
2023.04.05. 19:13
‘갱신율’이란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이때 ‘비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률(率)’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통합 갱신률이 직전 1년 평균을 웃돌았다”처럼 사용하면 안 된다. ‘갱신율’이 바른 표기다. ‘-률’과 ‘-율’의 구분법은 간단하다. ‘-율’은 모음으로 끝나거나 ㄴ받침을 가진 일부 명사 뒤, ‘-률’은 ㄴ을 제외한 받침 있는 일부 명사 뒤에 붙는다. 받침이 없는 명사에는 무조건 ‘-율’을 붙이면 된다. 감소율, 분배율, 점유율, 참가율, 흡수율 등과 같이 쓰인다. 받침이 있는 명사 뒤에선 ㄴ받침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ㄴ받침일 때에는 ‘-율’을 붙인다. 백분율, 생산율, 전환율, 충전율, 할인율로 사용한다. ㄴ을 제외한 받침 있는 명사 뒤에선 ‘-률’로 적는다. 경쟁률, 실업률, 유출률, 증감률, 청약률 등처럼 쓰인다. 이 법칙은 ‘열’과 ‘렬’에도 적용된다. 모음으로 끝나거나 ㄴ받침 뒤에선 ‘열’로 표기한다. 나열, 분열로 사용하는 게 바르다. ㄴ을 제외한 받침 뒤에선 결렬, 맹렬 등과 같이 ‘렬’로 쓴다. 단어의 첫머리가 아닌 경우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지만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 이어지는 ‘률(律·率·栗·慄)’ ‘렬(列·烈·裂·劣)’은 발음을 반영해 ‘율’ ‘열’로 적는다.우리말 바루기 갱신율 함정 일부 명사 충전율 할인율 참가율 흡수율
2023.04.04. 19:38
부고 기사 등에서 “2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운명을 달리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등과 같이 ‘운명을 달리했다’고 쓴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말은 맞는 표현일까? ‘운명(殞命)’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이 죽었음을 뜻할 때는 ‘운명을 달리했다’가 아니라 ‘운명했다’고 써야 바르다. 이전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됐다는 의미로 ‘운명이 달라졌다’고 표현할 수는 있다. 이때의 ‘운명’은 ‘운명(殞命)’이 아닌 ‘운명(運命)’이다. ‘운명(運命)’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이나 그것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가리킨다. 누군가의 죽음을 나타낼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은 ‘유명을 달리하다’이다. ‘유명(幽明)’은 어둠과 밝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저승과 이승을 나타내기도 한다. ‘유명을 달리하다’는 이승의 밝은 세상을 떠나 저승의 어두운 곳으로 갔다는 의미로 ‘죽다’를 완곡하게 표현한 말이다. 우리말에는 이 밖에도 죽음을 완곡하게 나타내는 표현이 많다. “세상을 떠나다” “한 줌의 재가 되다” “잠들다” “돌아가다” “고동을 멈추다” 등과 같은 표현이 있다. “별세(別世)하다” “타계(他界)하다” “영면(永眠)하다” “작고(作故)하다”와 같은 한자어식 표현도 있다.우리말 바루기 한자어식 표현 투병 생활
2023.04.03. 18:04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이 있다. 실수한 뒤 미안해하면서 웃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냥 괜찮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쑥스럽거나 미안해 어색하게 웃는 웃음을 표현할 때 ‘겸연쩍다’고 해야 할까? ‘계면쩍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겸연쩍다’가 맞는 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둘 다 맞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하나의 어휘가 음 변화 등으로 어형이 변해 두 가지 형태로 공존하고, 이들이 동시에 많은 사람에게 쓰이는 경우 이들을 원말과 변한말의 관계로 보고 사전에 등재한다. ‘겸연쩍다’와 ‘계면쩍다’가 바로 그러한 경우다. ‘계면쩍다’의 원말은 ‘겸연쩍다’이다. 즉 ‘겸연쩍다’가 변화해 ‘계면쩍다’가 됐다. 사전은 이들이 모두 쓰이는 점을 감안해 둘 다 표준어로 등재했다. 따라서 ‘겸연쩍다’와 ‘계면쩍다’ 어느 것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겸연쩍다’ ‘계면쩍다’를 ‘겸연적다’ ‘계면적다’로 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것을 느끼게 하는 데가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는 ‘-적다’가 아닌 ‘-쩍다’이다. ‘미안해 볼 낯이 없다’ ‘쑥스럽고 어색하다’는 뜻을 지닌 ‘겸연하다’의 어간에 ‘-쩍다’가 붙어 ‘겸연쩍다’가 됐다. 그러므로 ‘겸연적다’ ‘계면적다’로 적으면 틀린 말이 된다.우리말 바루기
2023.04.02. 15:40
“희망의 닻을 올렸다” “재도약의 닻을 올렸다”처럼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 ‘닻을 올리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희망의 돛을 올렸다”와 같이 ‘닻’ 대신 ‘돛’이란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둘의 빈도가 비슷할 정도다.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닻’과 ‘돛’은 표기가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 단어다. ‘닻’은 배를 한 곳에 멈춰 있게 하는 기구다. 보통 갈고리 모양을 한 쇳덩이 구조이며, 이것을 줄에 매어 물 밑바닥으로 가라앉히면 갈고리가 흙바닥에 박혀 배가 움직이지 않게 된다. 닻을 내리면 배가 멈춰 서고 반대로 닻을 올리면 배가 출발하게 된다. 그래서 ‘닻을 올린다’가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관용적 표현으로 쓰이게 됐다. ‘돛’은 배 바닥에 세운 기둥에 매어 펴 올리고 내리고 할 수 있게 만든 넓은 천이다. 배가 출항하려면 일반적으로 접혀 있는 돛을 잡아 올려 편다. 그래야 바람을 받아 배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돛을 올린다’는 표현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돛은 출항할 때만 펴는 것이 아니라 운항 중에도 올렸다 내렸다 한다. 그래서 ‘돛을 올리다’가 ‘시작하다’는 의미의 관용구로 지정되진 않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닻을 올리다’만 관용구로 올려 놓고 있다.우리말 바루기 갈고리가 흙바닥 관용적 표현 표현 자체
2023.03.31. 19:46
요즘 입말은 물론이고 ‘그쵸’로 표기하는 일도 잦아졌다. 한편에선 이 말을 두고 갑론을박이다. “그쵸가 아니라 그죠로 써야죠!” “그쵸가 어법에 맞지 않나요!” 누구의 주장이 옳은 걸까? 이 말이 어디서 왔는지 알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죠’든 ‘그쵸’든 ‘그렇죠’를 줄여 쓴 말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의 어간 ‘그렇-’에 ‘-지요’의 준말인 ‘-죠’가 붙은 구조다. ‘-지요’는 종결어미 ‘-지’에 존대를 나타내는 보조사 ‘요’가 결합한 말이다. ‘그렇다’의 본딧말은 ‘그러하다’이다. 정리하면 ‘그러하지요→그렇지요→그렇죠’가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죠/그쵸’로 줄었다는 주장이지만 둘 다 현행 문법상 허용하지 않는 말이다. ‘그렇죠’에서 더 줄어들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는 ㅎ불규칙용언이다. ‘그렇고, 그렇게, 그렇지, 그러니, 그런, 그러면, 그렇소’ 등과 같이 활용된다. ㅎ불규칙용언은 받침 ㅎ이 불규칙하게 탈락하면서 활용되지만 다른 어간의 형태는 안 변한다. ‘그죠’는 어간 ‘-렇-’ 부분이 통째 탈락한 형태다. ‘그쵸’는 어간의 ‘러’가 탈락하고 받침 ‘ㅎ’이 ‘-죠’와 결합해 거센소리로 바뀌었다. 모두 ㅎ불규칙용언의 활용형에서 벗어나 있다. ‘그렇죠’를 ‘그죠/그쵸’로 줄이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죠’로 써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현행 문법상
2023.03.30. 20:13
유튜브를 보다 보면 많이 듣는 용어가 ‘드립’이다. ‘드립’ 이야기를 하면 아마도 “그래, 드립 커피가 최고지!”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드립’이 아니다. ‘개드립’이니 ‘막장드립’이니 하면서 쓰이는 ‘드립’ 얘기다. 이 ‘드립’은 ‘애드립(ad lib, 정확한 외래어표기는 ’애드리브‘)’에서 온 말이다. ‘애드립’은 원래 방송 출연자가 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다. 이 ‘애드립’을 줄인 말이 ‘드립’으로, 인터넷에서 일종의 은어(隱語)로 쓰이고 있다. 주로 부정적 의미의 즉흥적 발언을 가리킨다. ‘드립’은 ‘○드립’ 형태로 수많은 말을 만들어 낸다. ‘개드립’ ‘막장드립’ ‘패드립’에서 ‘뻥드립’ ‘섹드립’ ‘지랄드립’에 이르기까지 온갖 말이 붙는다. 황당한 말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두루 쓰인다. “개드립 치고 있네”처럼 다소 거친 어감의 ‘치다’와 어울려 쓰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드립’이 들어간 말은 부정적이거나 거칠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드립’이란 말엔 정확성과 구체성을 담보하지 않고도 얼렁뚱땅 상대를 깎아내리는 마법과 범용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이 말에 유혹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드립’은 점잖은 사람이 쓸 수 있는 표현은 아니다. 우리말 바루기 드립 드립 커피 즉흥적 발언 부정적 의미
2023.03.29. 18:57
요즘 세대는 길면 부담스러워한다. 그만큼 소비자의 눈길을 빼앗을 시간이 짧아졌다. 요새 다른 영상으로 넘어갈 때 나오는 6초 광고가 대세인 이유다. ‘요새’는 ‘요사이’의 준말이다. 이제까지의 매우 짧은 동안이란 의미다. ‘그새’란 말도 있다. ‘그사이’가 줄어든 것으로, 조금 멀어진 어느 때부터 다른 어느 때까지의 매우 짧은 동안을 이른다. 밤이 지나는 동안을 일컫는 ‘밤새’도 마찬가지다. ‘밤사이’가 줄어들었다. 이들 단어의 ‘새’는 모두 ‘사이’를 줄여 쓴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지금 바로’를 이르는 말로 ‘금새’가 옳다고 생각하기 쉽다. 바로, 곧을 뜻하는 ‘금(今)’과 사이가 줄어든 말인 ‘새’가 결합한 구조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금새 광고 효과가 나타났다” “입소문이 금새 퍼졌다”와 같이 흔히 사용한다. 한때로부터 다른 때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말 ‘새’에 이끌려 ‘금새’로 쓰기 쉽지만 모두 ‘금세’로 바루어야 한다. 의미상으로도 ‘바로 지금의 사이’가 돼 말이 안 된다. ‘금새’는 시간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단어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물건의 값 또는 물건 값의 비싸고 싼 정도를 나타낸다. “금새만 잘 쳐 주면 당장 이곳에 넘기겠습니다”처럼 쓰인다. 시간과 관계있는 말은 ‘금세’다. 우리말 바루기 관계 금새 광고 이들 단어
2023.03.28. 18:37
모바일 대화에서는 신속성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맞춤법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줄여 쓰는 경향이 다분한데 이는 문장부호에서도 나타난다. 말을 줄이는 경우 ‘..’처럼 간단하게 두 개의 마침표를 찍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말줄임표의 바른 표기는 어떤 것일까? 언어 역시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변한다. 국립국어원은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아지는 등 표준어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이를 반영해 맞춤법을 개정하곤 한다. 2015년에는 문장부호 표기방식을 개정했다. 마침표의 경우 이전엔 여섯 개의 중점(……)을 찍어야 했지만 세 개의 중점(…)도 가능하도록 표기법을 개정했다. 더불어 가운데 찍었던 기존 줄임표 외에 ‘......’ ‘...’처럼 아래에 찍는 것도 바른 표기로 인정했다. 연필 등으로 종이에 적는 것보다 컴퓨터·휴대전화 등 키보드를 통한 문서 작성이 주를 이루다 보니 낫표와 화살괄호도 키보드에서 쉽게 쓸 수 있는 따옴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즉「한글맞춤법」→ ‘한글맞춤법’, 〈한글날〉 → ‘한글날’로 적을 수 있게 했다. 공통 성분을 하나로 묶을 때는 ‘금·은·동메달’과 같이 가운뎃점을 써야 했지만 ‘금, 은, 동메달’처럼 쉼표를 써도 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또한 특정한 날을 표시할 때 아라비아 숫자 사이에 ‘3·1운동’과 같이 가운뎃점을 써 왔지만 ‘3.1운동’처럼 마침표를 찍어도 되도록 했다.우리말 바루기 문장부호 맞춤법 문장부호 맞춤법 문장부호 표기방식 아라비아 숫자
2023.03.27. 18:36
“집주인이 매물을 걷어들이거나 거래 가능한 매물이 줄면서 거래가 감소세를 이어 왔다” 등과 같은 기사를 볼 수 있다. 이처럼 벌여 놓거나 내놓은 것을 다시 들여놓는다는 의미로 ‘거둬들이다’ 또는 ‘걷어들이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걷어들이다’가 아니라 ‘거둬들이다’가 맞는 말이다. ‘거둬들이다’를 ‘걷어들이다’로 잘못 쓰는 이유는 우선 발음 때문으로 보인다. 즉 ‘거둬들이다’의 발음은 [거둬드리다]이다. 하지만 이를 [거더드리다]로 발음하다 보니 소리를 따라 ‘걷어들이다’로 잘못 적는 것이다. ‘거둬들이다’를 ‘걷어들이다’로 잘못 쓰는 이유는 또 있다. ‘거둬들이다’는 ‘거두어들이다’의 준말이지만 ‘거두다’의 준말 ‘걷다’에 이끌려 ‘걷-+-어+들이다’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두어’를 줄인 표현인 ‘거둬’에 ‘들이다’를 붙인 형태인 ‘거둬들이다’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매물을 걷어들였다”는 “매물을 거둬들였다”로 바꾸어야 한다. “걷어들이는 보험료보다 지출이 많아 손해를 보고 있다” “정부가 걷어들인 세금이 많으면 그만큼 국민부담률이 높아지게 된다”에서 ‘걷어들이는’ ‘걷어들인’ 역시 ‘거둬들이는’ ‘거둬들인’으로 고쳐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발음 때문
2023.03.26. 18:00
세찬 비가 온 뒤엔 도로 곳곳이 깨지거나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폭우로 생긴 누더기 도로를 설명할 때 ‘패이다’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계속된 비에 차로 곳곳이 패여 운전자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야간 빗길엔 움푹 패인 부분이 잘 보이지 않아서 교통사고 위험이 그만큼 높다”와 같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패여’ ‘패인’은 잘못된 표현이다. ‘파여’ ‘파인’으로 고쳐야 한다. ‘파다’의 피동형을 ‘패이다’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구멍이나 구덩이가 만들어지다는 의미의 동사는 ‘파이다’이다. ‘파이고, 파여, 파인, 파였다’ 등과 같이 활용된다. ‘파이다’의 준말 형태인 ‘패다’를 써도 무방하다. 이때는 ‘패고, 패어, 팬, 패었다’로 활용하는 것이 바르다. ‘패이고, 패여, 패인, 패였다’는 잘못된 활용형이다. ‘채이다’란 말도 없다. 사귀던 남녀가 헤어졌을 때 “네가 찬 거니? 채인 거니?”라고 묻는 것은 바르지 못하다. ‘차인’이 올바른 표현이다. “네가 찼니? 아니면 채였니?”도 마찬가지다. ‘차였니’로 바루어야 한다. ‘채이고, 채여, 채인, 채였다’는 잘못된 활용이다. ‘차다’의 피동사는 ‘채이다’가 아니라 ‘차이다’이다. ‘차이고, 차여, 차인, 차였다’ 등과 같이 활용된다. 우리말 바루기 야간 빗길 교통사고 위험 누더기 도로
2023.03.24.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