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만성통증과 우울증, 그리고 걷기의 힘
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면 통증과 우울증을 함께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 증상이 시작되고, 2개월을 넘기면 우울증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아픈 몸 때문에 마음이 무너지고, 무너진 마음이 다시 몸을 무겁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작년 호주에서 온 70대 부부의 사례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심한 허리 통증과 우울증으로 보행기에 의지해야 했고, 얼굴에는 미소 한 점 없는 무표정과 무기력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6차례의 신경차단술 치료를 받은 후 통증이 눈에 띄게 완화되었고, 마지막 내원 일에 처음으로 환한 웃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가 다시 생긴 것입니다. 수년 만에 본 아내의 웃음에 남편도 함께 환하게 웃으시던 장면은 아직도 제 마음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 순간 통증 치료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성 통증과 우울증은 약으로만 해결되지 않습니다. 몸을 움직이며 근육을 사용해야 신경 전달체계가 깨어나고, 그 속에서 활력이 되살아납니다. 주말 내내 누워 있으면 더 무기력해지지만, 억지로라도 일어나 잠시 걷고 나면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늘 강조하는 처방은 단 하나, “평지 걷기”입니다. 어려운 등산이나 격한 달리기가 아니라 하루 1시간 평지를 걷는 것만으로도 근육은 조금씩 회복하고 인대는 강해집니다. 반복 속에서 결국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몸이 만들어집니다. 물론 지금 허리나 다리 통증이 너무 심하면 걷는 것조차 버거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신경차단술 같은 전문 치료로 먼저 통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후 걷기 운동을 시작한다면 치료와 운동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일석이조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치료가 첫걸음을 열어주고, 걷기라는 생활 속 실천이 완치를 향한 길을 이어주는 것입니다. 저는 환자들께 늘 말씀드립니다. “걷기는 약보다 강합니다. 우리 삶을 끝까지 지탱해 줄 최고의 무기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걸어도 좋고, 혼자 음악을 들으며 걸어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내일부터가 아니라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시작하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통증이 마음을 병들게 하고, 우울은 다시 몸을 더 아프게 만듭니다. 그래서 만성통증과 우울증은 따로가 아니라 함께 다루어야 할 질환입니다. 걷기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회복시킬 수 있는 가장 간단하지만 강력한 처방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통증이 있더라도, 아니 통증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지금이 시작할 때입니다. 걷기야말로 스스로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지금 이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평지 걷기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떠세요? 걷기 운동이 여러분의 내일을 바꾸고, 언젠가는 웃음을 되찾은 또 다른 환자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문의: 82-32-349-2345, ▶유튜브: ‘연세안마취통증의학과’ 검색 조남룡 원장 / 연세 안 마취통증과의원건강 칼럼 만성통증 우울증 만성통증과 우울증 우울증 치료 걷기 운동
2025.08.26.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