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면 밤하늘을 빼곡히 채운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것이 보인다. 그 많은 별은 우리 은하 안에 있는 별이다. 우리 은하 말고 외부 은하에도 각각 그만큼의 별이 있다는데 허블 딥필드가 관찰된 후 과학적 추정으로 우주에는 우리 은하수 같은 은하가 천문학적 숫자만큼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별, 그 별에 속한 행성과 위성, 성간에 산재한 수소나 헬륨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합해도 우주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우주에는 원자로 이루어진, 우리가 소위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의 총량이 고작 5%가 안 된다는 말이다. 그 나머지는 아직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리가 우주를 안다고는 하지만 극히 일부를 더듬었다. 이것이 우주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다. 우리가 아는 5%밖에 안 되는 물질을 제외하면 우주에는 암흑물질이 27%, 암흑에너지가 68%쯤 존재한다고 한다.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는 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름 앞에 암흑이란 말이 붙기는 했는데 사실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분명히 무엇인가는 있는데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니 그냥 암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는 했지만 옳은 표현은 아니다. 굳이 그런 의미의 접두어라면 오히려 알 수 없다는 뜻의 '미지(未知)'가 더 맞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 우주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뉴턴이 발견한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낸 아인슈타인마저도 정적인 우주론자였다. 그런데 그의 우주 방정식을 보면 우주는 중력 때문에 결국 수축하게 된다. 이에 아인슈타인은 우주 상수라는 기가 막힌 항목을 방정식에 추가하여 우주가 쪼그라들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런데 벨기에의 성직자였던 조르주 르메트르 신부가 우주는 팽창한다고 대들자 이 젊은 신부를 만난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그를 질책했다고 한다. "신부님의 수학은 훌륭하지만, 물리학은 끔찍합니다." 몇 년이 지난 후 미국 윌슨산 천문대에서 에드윈 허블이란 천문학자가 적색편이 현상으로 우주가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우주 팽창의 증거를 내놓자 아인슈타인은 그제야 자신의 방정식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우주를 수축시키는 중력을 훨씬 능가하는 어떤 팽창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 힘을 규명하지 못하자 학계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암흑에너지라고 불렀다.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여덟 개의 행성이 공전하는데 은하도 그 중심을 기준으로 모든 별이 공전한다. 태양은 은하수의 중심을 2억2천5백만 년에 한 바퀴씩 공전한다. 케플러 법칙에 의하면 중심에서 멀수록 공전 속도가 늦어야 하는데 은하 외곽에 있는 별들도 은하 중심에 가까운 별에 비해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별이 무거워야 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추측하건대 멀리 있는 별 주위에 우리가 모르는 무거운 물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일단 그것을 암흑물질이라고 이름 지었다.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은 빛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관찰할 수가 없어서 아직은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 그래도 온 우주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그 무엇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실수라며 추가했던 우주 상수가 그 실마리를 풀 단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긴다더니 아인슈타인은 죽어서도 우주론을 새로 쓸 업적을 남길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우주 방정식 우주 팽창 우주 상수
2025.12.05. 13:12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영원불변이며 정적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우주는 처음부터 영원히 그 모양 그대로 유지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허블이 외계 은하의 존재를 발견하고 나아가서는 은하끼리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자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자기가 만든 방정식에 우주 상수라는 항목을 추가하여 이론상 우주가 중력에 의해서 찌그러들지 않게 수정했다. 하지만 최근에 밝혀진 관찰에 따르면 우주는 일정한 속도로 멀어질 뿐 아니라 점점 빠르게 팽창한다는 것이다. 우주 전체의 중력을 이기고 가속 팽창을 하려면 중력보다 훨씬 강한 척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알 수 없어서 우선 그 모르는 힘을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고 이름 지었지만, 엄밀히 따지면 '미지의 에너지'가 맞는 표현이다. 우주는 일반적인 물질이 약 5%, 그리고 알지 못하는 물질인 암흑물질이 약 25%, 그리고 미지의 에너지인 암흑에너지가 약 70%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나마 5% 정도 되는 보통물질도 우리 맨눈에 보이는 것은 고작 1%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우리가 우주를 어느 정도 안다고는 하지만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치는 우주를 간신히 더듬는 중이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우주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는 입자이지만 그전에는 원자라고 배웠다. 원자는 중앙에 큼지막한 원자핵이 자리하고 그 주위를 아주 멀리서 핵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전자가 돌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원자핵과 전자를 포함하는 전체 공간은 진공이다. 이야기를 쉽게 하려고 원자 하나를 잠실운동장에 비교하면, 가운데 위치한 핵은 탁구공만 하고 관중석 끝에서 좁쌀보다 작은 전자가 돌고 있는 모습이다. 그 사이의 공간은 진공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태양계에서 태양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 사이의 공간도 진공이고, 태양과 같은 별과 별의 사이도 진공이며, 나아가서는 은하와 은하 사이도 진공이다. 그러므로 우주 공간은 온통 진공 상태다. 그 속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에너지가 있어서 중력을 이기고 은하끼리 서로 멀리 떨어지게 하는 미지의 힘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 정체불명의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태초에 빅뱅으로 시작된 우주의 진공 속에는 이미 엄청난 에너지가 존재했었다.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그런 에너지를 진공에너지라고 하는데 먼저 이야기한 암흑에너지와 같은 것인지, 서로 다른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게다가 초거대 블랙홀과의 관계도 의심하는 사람이 있지만, 모두 과학적인 추측일 뿐이다. 그나마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중력장방정식에 억지로 끼워 넣은 우주 상수가 암흑에너지 정체의 첫 번째 경우다. 공명이 죽은 후에도 중달을 이긴 것처럼 아인슈타인 역시 죽고 나서 100년이 지난 후 자신이 예측했던 중력파가 발견되었고, 어쩌면 암흑에너지도 그가 실수라고 무릎을 꿇었던 우주 상수의 연장선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이 활동하던 때는 천체물리학이 지금처럼 발달한 시절도 아니었고 관측 장비도 구닥다리 시대였지만, 아인슈타인은 그 당시에 이미 중력파를 예측하고 우주 상수를 넣었다 뺐다 할 정도의 천재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상수 우주 상수 우주 공간 이론상 우주
2024.05.17.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