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에서 온 국기에 '감사' 손글씨 빼곡…우크라 장병, 화랑 지원에 답례
전쟁터에서 건너온 한 통의 봉투에는 감사의 마음이 담긴 우크라이나 국기가 들어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싸우는 장병들이 사단법인 화랑인터내셔널(이사장 박윤숙)에 감사의 메시지를 적은 국기를 보내온 것이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의료키트·생필품 지원, 장학·교육 활동에 대한 답례다. 국기에는 제108여단, 제118여단, 제65여단, 제155·제99대대 장병들의 서명과 고향 도시명과 그들의 손글씨 메시지가 빼곡했다. 화랑의 지원 덕에 “전투 중에도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함께라는 사실 덕에 버틸 수 있었다”는 문구가 담겼다. 여러 메시지 가운데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화랑 출신 학생 병사들이 남긴 글이었다. 이들은 전쟁 전 우크라이나 대학생으로 화랑인터내셔널 UCF 지부에서 활동해 왔으며, 전쟁 발발 이후 일부가 군에 입대해 현재 전선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후방에 남은 학생들은 의료품 전달과 장학 모금 활동을 이어가며 “과거에는 도움을 받던 학생이었지만, 이제는 누군가를 지키는 군인이 됐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국기에는 우크라이나어로 “우크라이나에 영광을”, “함께 승리하겠습니다”, “우리는 함께라서 강하다” 등 전쟁의 한가운데서 전해진 짧지만 강한 문장들이 빼곡히 적혔다. 박윤숙 이사장이 이끄는 화랑청소년재단과 화랑인터내셔널은 2022년 전쟁 초기부터 전투병과 부상병, 청년 병사들을 대상으로 의료키트 1만 세트와 생필품을 지원해 왔다. 또 학비 납부가 어려워진 UCF 대학생 25명에게 매년 500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사랑의 라면과 감자 보내기' 식량 캠페인도 국제 연대 형태로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는 한국과 미국, 유럽, 중남미 등 각국 화랑 챕터의 청소년·청년들이 모금과 포장 및 전달에 직접 참여했다. 화랑 측은 “우리가 보낸 것은 작은 물품이지만, 그 안에는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진심이 담겨 있다”며 “함께 나누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전쟁으로 완전히 전소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고려인학교(디온수리)의 재건 역시 화랑이 맡았다. 전 세계에 단 두 곳만 남은 고려인학교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이 학교는 폐교 위기에 놓였으나, 남가주 한인사회와 화랑청소년재단·화랑인터내셔널의 긴급 모금을 통해 복구됐다. 현재는 재건된 학교 건물과 방공호에서 수업이 이어지고 있으며, 화랑인터내셔널은 한글 교육을, 화랑청소년재단은 영어와 코딩 수업을 매주 원격으로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물자 지원을 넘어 ‘배움의 불씨를 끊지 않는 국제 교육 연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윤숙 화랑인터내셔널 이사장은 “2023년 4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약 10만 달러의 지원금을 전달했다”며 “지원금은 고려인학교 재건과 교육 환경 복구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보낸 것은 물자가 아니라 희망과 책임의 메시지”라며 “청소년과 청년이 현장에서 인류애와 리더십을 배우는 교육의 연장선”이라고 덧붙였다. 화랑 측은 전쟁의 종식이 우선돼야 하며, 이후에도 회복과 재건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이사장은 “총성이 멈춘 뒤에도 아이들의 배움과 삶의 복구는 계속돼야 한다”며 “전쟁의 끝이 곧 우리 역할의 끝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한길 기자손글씨 우크라 우크라이나 국기 우크라이나 전선 우크라이나 대학생
2025.12.30.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