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지키며 생활비 인출 4%→4.7% 올려
은퇴 자금 마련의 복잡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주는 원칙으로 지난 30년간 널리 알려졌던 '4% 규칙'을 제시했던 재정 설계사 빌 벤젠이 새롭게 '4.7% 규칙'을 내놓았다. 은퇴 자산 인출 전략 연구로 유명한 벤젠은 1994년 미국재무설계사협회(FPA)가 발행하는 '재무설계저널'에 은퇴 후 자산을 매년 일정 비율로 인출하면 30년 이상 자산이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후 수십년간 은퇴 재정의 표준처럼 활용됐다. 벤젠은 지난 8월 신간 '더 풍요로운 은퇴: 4% 규칙 업그레이드로 더 쓰고 더 즐기기'를 발간했다. 책에서 벤젠은 새로운 안전 인출률로 4.7%를 내놓았다. '4% 규칙'은 은퇴 첫해에 자산의 4%를 인출하고, 이후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조금 더 많은 금액을 꺼내 쓰는 방식이다. 이 간단한 공식은 복잡한 은퇴 자금 관리 문제를 풀어주며 빠르게 대중화됐다. 찰스 슈왑의 롭 윌리엄스 금융기획담당 이사는 "기억하기 쉽고 매우 복잡한 문제를 훨씬 더 관리하기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오랫동안 널리 쓰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단순함도 한계가 있었다. 벤젠이 규칙을 처음 만들 당시에는 자산의 절반을 주식, 나머지를 채권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가정했지만 오늘날 전문가들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현금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벤젠은 1994년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4% 인출률을 적용하면 은퇴 자금이 30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실제 계산치는 4.15%였으나 보수적으로 4%로 제시했다. 이후 이 규칙은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었다. 벤젠은 지난 30년 동안 연구를 계속 보완해왔다. 초기에는 미국 국채와 대형주를 중심으로 했으나 지금은 대형·중형·소형주, 해외 주식, 채권, 국채 등 7개 자산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여기에 최근 주식 시장의 호조가 더해지면서 그는 새로운 '4.7% 규칙'을 제시했다. 실제로 벤젠은 2013년 은퇴 당시 4.5%를 인출했고, 현재는 시장 상승에 힘입어 4.9%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4% 규칙'은 여전히 재정 설계에서 중요한 지침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유효성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인베스토피디아의 칼렙 실버 편집장은 "4%는 어디까지나 일반적 지침일 뿐, 은퇴 후 실제 생활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이사도 "4% 규칙은 시작점으로는 유용하다"면서도 "현대의 은퇴 계획은 해마다 삶의 변화, 투자 수익률,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조정해야 하는 살아 있는 문서와 같다"고 강조했다. 4% 규칙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함뿐 아니라, 은퇴 후 돈이 바닥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앨리안츠 생명보험에서 발표한 2025년 연례 은퇴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죽음보다 은퇴 후 돈이 떨어지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려움은 인플레이션과 세금, 사회보장제도의 불안정성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은퇴가 임박한 X세대의 70%가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다만 이 규칙은 모든 은퇴자에게 똑같이 적용되기 어렵다. 2022년 소비자 금융 조사에 따르면 55~65세 가구의 평균 은퇴 자금은 약 18만 5000달러다. 4% 규칙을 적용하면 연간 7400달러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자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 법칙은 인출액이 생활비에 미치지 못할 때도 은퇴 자산을 어디까지 유지하면서 얼마나 인출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 벤젠의 규칙은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도 은퇴 자금이 바닥나지 않도록 설계된 만큼 매우 보수적인 접근법이다. 그는 "이 규칙은 지난 100년간 은퇴자 가운데 최악의 상황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라며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실제로 더 많이 써도 된다"고 조언했다. 안유회 객원기자생활비 원금 은퇴 자산 안전 인출률 은퇴 자금
2025.10.19.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