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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감사의 달

11월은 감사의 달이자 ‘네이티브 아메리칸 헤리티지의 달(Native American Heritage Month)’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이름에는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원주민들의 숨결이 깃들어 있다.     남가주의 바닷가 도시 말리부(Malibu)에는 츄마쉬(Chumash)족이 살았으며,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코행가(Cahuenga), 칼라바서스(Calabasas), 쿠카몽가(Cucamonga), 모롱고(Morongo), 오하이(Ojai), 파코이마(Pacoima), 패서디나(Pasadena), 피스모(Pismo), 테미큘라(Temecula), 요세미티(Yosemite) 등은 모두 네이티브 아메리칸 언어에서 유래했다.   가주의 도시와 거리 이름에는 스페인어, 영어, 그리고 원주민 언어가 함께 녹아 있어 이 땅의 다층적인 역사를 조용히 전하고 있다.   감사에 관한 명언을 떠올려보면 더욱 마음이 따뜻해진다. “감사하는 마음보다 더 명예로운 일은 없다”는 말처럼, 감사는 인간이 지닌 가장 고귀한 감정이다. 또 “추수감사절은 오직 미국인만의 순수한 명절이다”는 표현은, 이 명절이 가진 특별한 의미를 일깨워준다.     나는 여러 명절 가운데서도 추수감사절을 가장 좋아한다. 11월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축복을 되돌아보게 하는 달이다. 교육전문가로, 칼럼니스트로 분주히 지내다 보면 늘 시간에 쫓기지만, 이 시기만큼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무엇에 감사하고 있는가.”   은퇴 후에도 여전히 배우고, 가르치고, 나눌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한다. 또, 다른 교육자들과 교류하고 책을 읽고, 학회와 콘퍼런스에 참석하면서 새로운 교육 연구와 흐름을 배울 수 있는 기회에도 감사한다.   좋은 책을 만날 때도 감사한다. 책은 나에게 세상을 넓히는 창이자 마음을 어루만지는 정신적 치유며 내 삶의 에너지원이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My November Guest(나의 11월의 손님)’는 11월의 정취를 담담히 그려낸다. 시인은 쓸쓸함조차도 아름다움으로 바라보며, 비와 낙엽이 스며든 회색빛 계절을 사랑한다.   시의 도입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My sorrow, when she is here with me,/   Thinks these dark days of autumn rain/Are beautiful as days can be…(나의 슬픔이 나와 함께 있을 때면/   이 음울한 가을비의 날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라 말한다…)   시인의 시선은 11월의 풍경과 닮았다. 낙엽이 떨어지고 하늘이 낮아지는 계절, 사람들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다가올 시간을 준비한다. 어쩌면 이 계절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다시 희망을 품기에 가장 어울리는 때인지도 모른다.   11월, 감사와 성찰의 달.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과 자연, 그리고 이 땅의 역사에 잠시 고개 숙여보자.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감사의 시작이다. 수지 오 / 교육학박사·교육전문가오픈 업 감사 네이티브 아메리칸 원주민 언어 회색빛 계절

2025.11.2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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