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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리 가족의 첫 월드컵

월드컵. 그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뛴다. 주말 새벽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유럽 축구를 챙겨보는 나에게 월드컵을 직접 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2002년 이후로 처음 내가 사는 곳에서 월드컵이 열린다고 하니 오래전부터 기대를 가져왔다. 올해 초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는 아이와 함께 월드컵 경기장을 찾는 것이 꿈이었다.     지난 10월, 친구가 가르쳐준 사전 추첨 소식에 큰 기대 없이 응모했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릴 건데 과연 이게 될까 하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첨의 기쁨을 맛봤다. 그것도 한국 대표팀 조별예선 3경기 패키지였다. 가격은 상당했지만, 평생 몇 번 없을 기회라는 생각에 과감히 결제했다. 미래의 걱정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어느 도시에서 경기가 열리는지도 모른 채 티켓을 구매했다. 사실 상대 팀도, 경기장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한국 응원석에서 목청껏 응원하고 싶었을 뿐이다. 친구들과 가족에게 자랑하며 이미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한국에 사는 친구들이 부럽다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우쭐했다.     하지만 조 추첨일이 다가올수록 현실적 걱정이 앞섰다. 대부분 축구 팬들이 조 편성과 32강 진출 가능성을 논할 때, 나는 다른 고민에 빠져 있었다. 도대체 어느 도시로 가게 될까 하는 실질적인 문제였다. 미국 내 어디든 환영이지만, 만약 멕시코나 캐나다라면 여러 준비가 필요할 터였다. 안 그래도 부담스러운 티켓 값에 여행경비가 더해지는 것은 물론, 돌이 조금 지난 아이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 것 또한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었다.     12월 5일, 드디어 조 추첨 날이 왔다. 긴장한 채 중계를 지켜봤다. 전설적 농구선수 샤킬 오닐이 커다란 손으로 공을 뽑자마자 바로 A조에 한국이 편성됐다. 멕시코와 같은 조였고 한국은 세 경기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게 됐다.     한국의 축구 커뮤니티는 이동 거리 단축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조에서 3위를 해도 성적에 따라 32강에 진출할 수 있는 월드컵 특성상 무조건 올라갈 수 있다고 자부하는 목소리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최근 경기가 열리는 몬터레이 지역에서 신원미상의 유골이 수백개 발굴되는 등의 사건을 보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제 아버지가 된 입장에서 가족을 생각하면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민이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용기를 내어 멕시코로 떠날 것인가 아쉽지만, 티켓을 양도할 것인가. 만약 티켓을 양도하게 된다면 미국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려고 한다. 특히 보고 싶은 것은 한국이 조 2위로 32강에 진출했을 때 LA에서 열리는 경기다.     한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을 것이다. 경기가 열리는 잉글우드의 소파이 스타디움은 태극기가 물결칠 것이다. 안정성과 접근성 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에게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다. 제발 좋은 성적을 거둬서 LA로 와달라고. 대표팀의 핵심 손흥민 선수가 자리 잡고 있는 LA에서 경기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월드컵은 누구에게나 인생에 몇 번 없는 특별한 축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항공료와 숙박비, 그리고 현실적 제약들을 고려해야 하는 치밀한 계획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설렌다. 경기가 펼쳐지는 순간, 어느 곳이든 한국 응원단의 붉은 함성은 뜨겁게 울려 퍼질 테니까.   정말이지, 이 모든 것이 선수들의 발끝에 달려 있다. 그날 아이와 함께 외치고 싶다. 이것이 바로 우리 가족의 첫 월드컵이라고.  조원희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월드컵 가족 월드컵 경기장 월드컵 특성상 한국 대표팀

2025.12.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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