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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복ㆍ커피숍 성지 '키칠라노'의 숨겨진 과거

 밴쿠버를 상징하는 '키칠라노(Kitsilano)'는 요가복 매장과 개성 있는 커피숍, 진보적인 분위기로 도시 이미지를 대표한다. 그러나 해변과 카페 문화로 상징되는 이 이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와 기록이 켜켜이 쌓여 있다. 키칠라노는 밴쿠버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도,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도 아니지만 이름의 유래부터 세계적인 음료의 탄생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키칠라노는 1901년 전차 노선이 깔리며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그전까지 정착민들은 이곳을 그리어스 비치라고 불렀다. 현재 키칠라노 비치 인근에서 농장을 운영했던 샘 그리어의 이름을 땄다. 샘 그리어는 캐나다 태평양철도(CPR)와 법적 분쟁을 벌인 끝에 농장을 잃었지만 이름은 수십 년간 지역 명칭으로 남았다. 1901년 7월 16일자 밴쿠버 '프로빈스'지는 새 이름이 과거 밴쿠버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의 이름을 대신하게 됐다고 전했다. 웨스트 4번가를 따라 전차 노선이 계획되면서 정류장과 동네 이름이 필요해졌고 당시 우체국장이 새로운 명칭을 제안했다. 키칠라노라는 이름은 스콰미시 네이션의 지역 추장을 기리기 위해 붙였다.   이민 역사에서도 키칠라노는 상징적인 장소다. 1908년 웨스트 2번가에 세워진 '세컨드 애비뉴 구르드와'라는 밴쿠버 최초의 시크 사원이다. 인근 랫 포티지 제재소에서 일하던 시크 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건립했다. 최근 연구 결과 BC주 골든에 더 이른 시기의 사원이 세워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사원으로 정리됐다. 이 사원은 밴쿠버 시크 공동체 형성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제적 격동기였던 1930년대에는 버라드 브리지 남쪽 끝 인근에 대규모 무허가 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했다. '베넷빌'로 불린 이 마을은 1930년대 초 총리를 지낸 R. B. 베넷의 이름을 따왔다. 이 공동체는 최소 10년가량 존속하며 도시 빈곤층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됐다. 울창한 숲이었던 지역이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겪은 성장통의 단면이다.   전 세계 카페 메뉴로 자리 잡은 '런던 포그'도 키칠라노에서 처음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 웨스트 4번가의 벅위트 카페를 찾은 마리아 로리아가 임신 중 커피 대신 마실 음료를 찾다가 얼그레이 티에 저지방 우유를 넣어 달라고 요청했다. 뜨겁게 데운 우유를 더하면 차와 잘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조합은 다른 카페로 퍼졌고 하나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키칠라노라는 이름은 해외에서도 쓰인다. 멕시코 마사틀란에는 키칠라노 버거 바가 있다. 브리오슈 번에 치즈버거를 변형한 키칠라노 메뉴와 딸기를 올린 초콜릿 케이크 키치 케이크 등을 판매한다. 750g 패티에 베이컨과 치즈를 얹어 팬에 담아 내는 빅 키치도 있다. 한때 영국 런던에도 웨스트 4번가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었으나 2023년 문을 닫았다.     밴쿠버중앙일보편집국요가복 커피숍 요가복 매장 밴쿠버 시크 웨스트 4번가

2026.03.0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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