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이 20일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 참석,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대량살상무기(WMD) 능력 강화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을 얻게 된다면, 러시아와 북한 군사 거래는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와 평화를 직접 겨냥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과 동맹, 우방국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 평화의 최종 수호자여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러시아)이 다른 주권국가(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무기와 군수품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한 정권(북한)으로부터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모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안보리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전례없는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모든 분야에서 국가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개발격차, 기후격차, 디지털격차 등 세 가지 분야의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지원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2030 세계 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위한 지지도 호소했다. 그는 “부산은 공산세력의 무력침공 당시 자유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한 도시이자, ‘한강의 기적’을 이끈 도시”라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군사거래 좌시 군사거래 좌시 개발격차 기후격차 유엔 안보리
2023.09.20. 19:44
부시 행정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할 때 나는 중국이 미국과 지정학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지만 북한 문제, 테러와의 전쟁 같은 도전들엔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고, 중국 역시 협력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9·11 테러 후 장쩌민 당시 국가 주석은 미국 요청에 응해 국제 테러 문제를 논의하는 APEC 회의를 주최했고, 2006년 이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엔 동참했다. 중국이 도우면 북한의 핵확산 같은 문제가 한결 쉽게 해결되리라는 그 전제를 바이든 행정부는 포기한 듯하다. 미국이 지난 2월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미·중의 공통 관심 분야 협력에 대한 비전이 빠져 있어 놀라웠는데, 이는 중국이 북한 문제를 인권 및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양보와 연계하는 새로운 협상 패턴을 보인데서 비롯된 것이다. 부시 행정부 때만 해도 미·중은 서로 다른 사안을 연계하지 않으려 매우 조심했다. 중요한 국제문제를 놓고 중국과 협력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이후 중국의 태도를 보자.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차원에서 상호 주고받는 타협을 추구했던 중국은 지금, 위험한 행위자들이 더 수위를 높이는 걸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에 물자를 공급하지 말라고 경고했을 때만 해도 유럽은 이런 미국의 시각에 회의적이었고 중국의 중재 역할까지 기대했다. 하지만 판단은 곧 바뀌었다. 유럽 정상들은 중국에 대러 압박을 촉구하고, 러시아를 원조하면 EU와의 관계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이 실패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중국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시진핑 주석의 세계관으로 보면 이미 중국은 서방 세계와 거대한 충돌을 하고 있다.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사용함에 있어 전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2017년 북한이 화성 15형을 발사하고 한 달 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결의안에 동참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북한이 미사일 도발지수를 계속 높이는데도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보리 규탄 성명을 거부했다. 북한은 안보리 이사국의 유대는 깨졌으며, 추가 도발을 해도 2017년만큼 심각한 벌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현재 국제 전선은 이상 없다고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긴장을 더 고조시킬 어떤 행동도 피해야 한다”며 “신중”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국제관계 긴장이 고조될수록 유엔 안보리는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부당한 행위자를 응징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는, 말이 안 되는 논리다. 북한엔 또 도발하라는 격려인 셈이다. 2017년 안보리 대북 결의안 채택까지 몇 주가 걸린 만큼 그사이 중국이 태도를 바꿀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적다. 훗날 미국과 중국이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문제를 놓고 협력할 가능성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현재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과 풀어가는 외교방식이 초래하는 결과가 어떤지를 깨달은 뒤에야 가능해 보인다.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을 지지할수록, 민주주의 국가 간의 협력은 한층 단단해질 것이다. 마이클 그린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시론 중국 선택 유엔 안보리 문제 테러 안보리 이사국
2022.04.13. 20:06
지난달 중국의 강경한 입장 표명으로 북한이 함부로 도발할 수 없게 된 상황에 주목하고, 곤경에 처한 북한이 9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남한에 손을 내밀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정말 그렇게 되었다. 9월 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가”는 남한 당국의 태도에 달렸다고 했고, 남북 통신연락선을 이달 초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중한 정지 작업이 있었다. 9월 24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남한이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바꾼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이 “좋은 발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화에 열려있다고 시사하면서도 관계 회복을 위해선 남한이 “남북선언을 무게 있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 남북은 판문점 및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경제협력을 통한 대북 지원 등 과거 모든 합의를 이행하기로 했었다. 남북 간 ‘밀월’은 곧 깨졌는데, 남한의 지원이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서였다. 이번엔 다를 수 있었다. 호주 사례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호주가 미국·영국의 협력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어느 시점엔가 핵물질이나 원자로 혹은 둘 다 호주에 이전돼야 한다는 뜻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남한이 호주 예를 들며 미국을 설득한다면, 북한에 대한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재 완화의 기회는 사라졌다. 김 위원장의 연설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핵보유국이 아닌 호주가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할 수 있는데 왜 북한·이란 등은 안 되는가”라며 “조속히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제 제재 완화를 하면 중국의 압력에 대한 굴복으로 보이거나, 호주와 북한 사례가 유사하다고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셈이 됐다. 미국으로선 절대 용납하지 않는 일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것을 염려해 교묘한 수법으로 남북 간 화해 분위기에 제동을 걸려 한 걸까. 북한의 내부 상황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7월에 이미 부족했던 식량 공급은 홍수와 흉작으로 더욱 열악해졌을 것이다. 북한 관료들이 자국에 주재했던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요원들에게 북한을 후원한 국가들을 알려달라고 이미 요청했다는데, 이들 국가가 북한의 직접 지원에 나설지 미지수다. 중국이 대북 지원을 늘릴 가능성도 적다. 남한의 원조를 받아 문제를 해결하려던 북한의 노력도 저지당했다. 북한에 원조를 제공할 만한 국가는 둘밖에 없다. 하나는 일본이다. 납북 일본인 송환과 국교 정상화가 되면 북한에 배상금을 지불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협상엔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나머지는 미국인데, 북한 내 강경파들이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의 굴욕을 상기시키면서 맹렬히 반대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연설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을 조롱한 일도 있다. 북한 정권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러나 정권 안정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경제가 나빠진다면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 아니면 어디에 의지할 수 있겠나.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2021.10.13.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