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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은사님의 특별한 구순잔치

카톡 초청장을 받고 LA의 다운타운 빌딩 숲을 찾아간다. 발레 파킹만 허락되는 리츠 칼튼 호텔. 나의 대학시절 삼십대였던 김봉소 은사님의 구순 생일 잔치다.     은사님과 사범대학 제자인 나의 특별한 인연은 유네스코(KUSA)동아리에서 시작됐다. 온화하신 성품으로 참여 열정이 대단하셨기에 수십 년이 지났지만 제자들과 여태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     ‘혼자서는 독서, 둘이서는 대화, 셋이 모이면 노래를’ 이라는 ‘새 물결 운동’에 매혹되어 회원이 되었다. 동아리에서 만난 다른 학과 학생들과 여름방학에는 시골로 봉사활동을 나갔다. 낮에는 땀을 흘렸고 잠자리는 각자 들고 온 이불을 교실바닥에 펼쳐 놓고 잤다.     은사님은 제자들이 청해 올 때마다 멋진 주례사를 선물했다. 그 당시 동아리에서 등산을 가거나 특별한 행사 때면 아버지를 따라오던 꼬맹이가 오늘의 생신잔치 주최자인 따님이다. 미국에 유학 왔다가 의대에서 만난 과학도와 결혼하여 지금은 부부 사업가다.     은사님의 손자인 알렉스 러셀은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어느 날 할리우드 동네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더니 지난해인가 넷플릭스에 방송된 드라마 ‘Beef(성난 사람들)’의 작가 및 프로듀서로 에이미상을 받았다. 올해 초 유타주에서 열린 국제영화제 ‘선댄스(Sundance Festival)’에 출품한 그의 첫 감독 영화 ‘Lurker’가 우수영화로 선정되었고, 베를린 영화제에도 출품했다. 구순 잔치의 비용은 그 손자가 맡았다.     이날 은사님이 경주에서 고등학생 때부터 연애 결혼해 65년간 살아온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은사님의 사모님은 초등학교 교사였다고 한다.     따님은 기타를 치면서 ‘푸른 하늘 은하수’ 노래를 불렀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마당에서 아버지가 손가락으로 하늘의 별을 가리키면서 하나하나 별 이름을 말해주셨기에, 그 추억을 되새기고자 먼지가 쌓인 기타를 들고 나왔다고 했다.     지성적인 아버지와 딸이 함께하던 영화 같은 장면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얼마나 그립고 정겨운 우리들의 어린 시절인가.     딸은 미국으로 유학 가던 날 공항에서 아버지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고 말했다. 당시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긴 세월 지나 자식을 낳아 길러보니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사모님과 함께 해마다 귀국하시어 지인들을 만나고 동아리의 제자들을 만나는 은사님. 연구실에서 함께했던 교육학과의 제자가 시카고에서 날아왔고, 다른 후배(공대졸, 전자회사 사장)도 왔다. 다니는 성당의 식구들도 함께 참석해 축하했다.   나는 은사님의 글이 들어 있는 수필집을 오신 분들께 선물로 드렸다. 대학에서 고학생활로 힘들었던 나. 유네스코 동아리에서 선후배와 친구들로부터 위로받으면서 웃고 울던 그날들.     그날 밤은 나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물들었다. 은사님도 우리들이 불러드린 ‘스승의 은혜’를 반추하시며 행복한 밤이 되셨을까. 최미자 / 수필가이 아침에 은사 김봉소 은사님 이날 은사님 유네스코 동아리

2025.11.05.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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