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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트렌드] 은퇴, 끝이 아닌 소명의 시작

은퇴라는 단어는 모두의 희망이다. 보통 직장을 떠나는 순간, 일을 마무리하는 때, 더 이상 사회적 역할이 끝나는 시점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은퇴는 흔히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이제 나는 필요 없는 존재인가”라는 질문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앙의 관점에서 은퇴는 단순한 ‘종료’가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주신 새로운 소명의 시작일 수 있다.   얼마 전 필자는 캐나다 원주민 마을을 섬기는 한 장로님을 탐방하고 왔다. IT 창업한 회사를 성공시키고 거액에 회사를 마치신 뒤, 은퇴 이후를 단순히 여유로운 시간으로 두지 않으셨다. 그는 은퇴 후의 삶을 내 인생의 마지막 장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새로운 부르심의 장으로 쓰고 계셨다.   캐나다의 원주민 마을은 여전히 상처와 고통 속에 있었다. 역사적으로 강제 이주와 문화적 소외를 겪은 그들에게는 깊은 아픔이 남아 있었다. 그 속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알코올 중독, 정체성 혼란, 그리고 무기력으로 방황하고 있었다.   장로님은 예전에 단기선교로 간 지역의 추장의 부탁으로 그곳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곳에서 커뮤니티에 버섯, 고사리 채취 등의 바이어로 그 지역 주민들에게 활력을 넣어주고 계셨다. 고기가 아닌 고기를 잡아주고 있었다. Business as Mission (BAM)의 좋은 사례를 만들어 가고 계셨다. 장로님은 단지 복음을 전하는 사람으로만 서지 않았다. 때로는 인생을 함께 나누는 상담자로, 때로는 할아버지처럼 손을 잡아주는 위로자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은퇴란 단순히 일을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자리로 옮겨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을. 은퇴 후에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인생의 지혜와 믿음을 나누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세상이 줄 수 없는 소명이고, 신앙 안에서만 발견되는 값진 삶의 의미이다.   현대 사회는 은퇴 후의 삶을 주로 나를 위한 시간으로 설계한다. 여행, 취미, 재테크, 건강 관리 등 물론 이런 것들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은퇴의 의미를 다 채울 수 있을까. 우리가 ‘나’를 넘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은퇴를 준비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장로님의 삶은 그 좋은 예다. 송이와 고사리 철인 일 년의 반은 캐나다 원주민 지역에 머문다. 비수기일 때는 다시 미국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신다. 미국 자기 집에 가면 너무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하신다. 원주민 지역에 조그만 제재소와 버섯 가공시설, 수매창고 등을 손수 지으시며 육체노동도 즐기신다. 우리 인생의 마지막 장은 공허한 휴식이 아니라, 더 깊은 섬김으로 채워질 수 있다. 사실 미주 한인 사회에서 은퇴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이민 생활을 하며 열심히 일해온 1세대는 은퇴 후 갑작스러운 공허감과 고립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가족과도, 교회와도, 사회와도 거리가 생기면서 “나는 이제 어디에 속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젊은 세대가 혼란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할 때, 은퇴한 세대의 삶은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될 것이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은퇴 소명 은퇴 이후 원주민 지역 캐나다 원주민

2025.08.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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