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은하철도 999
2차 대전에서 항복한 일본은 농어업을 중심으로 제한될 뻔했지만, 급변하는 세계정세 덕에 기사회생하더니 1970년대에 들어 프랑스와 영국에 버금가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소니 워크맨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경제 도약은 자동차, 전자제품, 조선, 컴퓨터 등 웬만한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일본의 비약적인 성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여기 소개하는 은하철도 999도 만화로 시작하여 만화 영화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몇 년 후 한국에서 역시 큰 인기를 얻었는데 80년대에 많은 초등학생이 그 영향을 받아 과학자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증기기관이 영국에 산업혁명을 가져왔고 기차가 상용화되어 한꺼번에 많은 사람과 화물을 운송했다. 영국에서 시작한 철도는 곧 유럽에 퍼져서 대륙에 마치 거미줄처럼 철로가 깔렸다. 체코 출신인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은 기차 광이었는데 자기 고장의 기차역에 다니는 기차 모델과 시간표까지 몽땅 외웠다고 한다. 한번은 제자 중 한 사람을 기차역에 보내서 그날 들어올 기차 모델 번호를 알아 오라고 시켰는데 기차에 관심이 없던 이 친구가 엉뚱한 보고를 하자 자기 딸과 연인 사이였던 그 제자를 심하게 꾸짖고 딸에게 만나지도 말라고 했다. 제자는 그런 스승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결국 사위가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기차 이야기가 그 시작이다. 유대인이란 이유로 제대로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스위스 특허국에서 일하던 아인슈타인은 유독 기차 시간표에 관한 특허 신청이 많은 것이 궁금했다. 당시 유럽에는 국경을 넘어 기차가 운행되었는데 이상한 것은 어떤 도시에서 오후 1시에 떠난 기차가 몇 시간을 달려서 목적지 역에 도착했는데도 여전히 오후 1시였다. 표준시 개념이 없던 당시에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로 인한 기차의 충돌사고도 발생했다. 시간의 정체를 궁금해하던 아인슈타인은 그동안 절대적인 줄 알았던 시간이 속도와 중력에 의해 상대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만화에서 은하철도 999는 우리 은하 안의 행성을 잇는 철도다. 은하수라고도 부르는 우리 은하는 끝에서 끝까지 빛의 속도로 약 10만 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은하수 안에는 대략 2천억에서 4천억 개의 별이 있다고 추측하는데 태양도 그 중 하나고 그런 별과 별 사이의 평균 거리는 약 5광년쯤 된다. 참고로 우리 별인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라는 별까지 빛이 약 4.3년 걸려서 도착한다. 48년 전에 지구를 출발한 보이저호는 지금 막 태양을 벗어났다. 자기가 속한 별을 떠나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는 말이다. 그런 속도로 계속 날아서 은하수 안의 가장 가까운 이웃 별까지 가려면 약 7만 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은하수 안에 그런 별들이 무려 4천억 개나 있다. 은하와 은하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은하까지는 좀 먼 편으로 약 250만 광년이라고 한다. 물론 빛의 속도로 따져서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공간에는 은하수와 안드로메다은하를 포함해서 약 2조 개나 되는 은하가 퍼져 있다. 은하철도 999로는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규모다. 아무리 만화 영화라지만 우리 은하 바깥을 여행하려면 은하철도보다 훨씬 빠른 이동 수단이 필요한 것 같다. (작가) 박종진은하철도 박종진 은하철도 999 기차 이야기 기차 시간표
2025.08.29. 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