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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음모론

음모론은 매혹적일 때가 많다. 사건의 원인·배경이 분명하지 않을 때, 배후에 ‘권력 또는 비밀단체’가 있다고 손짓해주기 때문이다. 음모론을 처음 접하면 겉으로는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속으로는 ‘혹시 또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9·11테러에 미국 정부가 개입했다거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이 세트장에서 연출됐다는 주장을 듣는다면 처음에는 누구나 귀가 솔깃해진다.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특정 지역의 인종을 몰살시키기 위해 고의로 에이즈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이런 음모론은 보통 개연성에 근거해 가정과 비약이 덧대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건이 우연히 일어나는 게 아니라 배후와 목적이 있을 거라고 믿는 인간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사건의 배후로 정적을 지목할 때 음모론은 진영논리에 복무한다. 세월호 참사 때 일부 진보단체를 중심으로 퍼졌던 ‘인신공양설’, 천안함 피격 당시 퍼진 ‘좌초설’ ‘잠수함 충돌설’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탈진실(Post-truth) 시대와 맞물려 결국 정치를 종교화하는 데 일조했다. 진실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음모론이 “세상의 일을 자세히 알려고 할 때 그걸 방해하고자 하는 사람이 들이대는 지적인 욕설”(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 이라고 비판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음모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진실이 굳건해질 때도 있다. 천안함은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법원 등으로부터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공인받았다.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같은 경우 처음에는 ‘정치공작 음모론’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2009~2012년 조직적인 여론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케이스다. 시간과 노력이 들어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헛되지는 않다는 방증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이태원참사는 마약과의 전쟁 때문’이라는 주장을 한 야당 의원을 향해 “직업적인 음모론자. 정치 장사를 한다”고 비판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여당에서조차 “품격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장관이 음모론을 좀더 진지하게 대하길 바란다. 그게 음모론인지 진실인지 판단하는 건 한 장관이 아니라 국민이기 때문이다. 한영익 / 한국 정치에디터분수대 음모론 정치공작 음모론 국정원 여론조작 천안함 피격

2022.11.09. 20:56

"전기차 늘리려 개스값 상승 조장"

  개스값이 연일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상승세가 전기차  확대를 위한 의도적인 것이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개스값의 갤런당 평균 가격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4달러를 돌파하면서 이 같은 음모론을 주장하는 게시물 및 동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증하고 있다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음모론을 펼치고 있는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치솟는 유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팬데믹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공급망 문제, 소비 증가 때문이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가 더 많은 미국인을 전기차로 이끌기 위해 개스값을 인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음모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일 개스값 인상을 초래하겠지만, 푸틴 대통령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직후 급속히 확산됐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밈(Meme)은 ‘갤런당 6달러의 개스값은 사람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게 하는 방법($6.00 a gallon gas is how you get people to buy electric cars)’이라는 내용으로 8일 이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수천번 공유되고 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정보분석업체 지그널랩스(Zignal Labs)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와 ‘정부’에 대한 언급이 지난 나흘 동안 소셜미디어 계정, 뉴스 웹사이트, TV 뉴스에서 400%나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음모론으로는 정부가 사람들에게 전기차 사용을 강요하면서 필요에 따라 차량 주행을 중단시키는 등 통제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 운전자의 80%가 집에서 충전하고 있어 은행 계좌를 동결시키는 것처럼 정부가 개개인의 전기차 운행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피트 브티지지 교통부 장관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7일 한 행사에서 바이든 인프라법에 따라 전기차와 대중교통에 대한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촉구한 내용을 다룬 보수파 소셜미디어 계정도 음모론 확산에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티지지 장관은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5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기 때문에 전국 모든 사람이 전기차 운전으로 개스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에서는 브티지지 장관이 전기차를 사라고 말함으로써 최근 개스값 상승에 대응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오도되고 있으며 심지어 개스값 상승에 대해 부티지지가 “5만 달러짜리 전기차 구입”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퍼지고 있다.   “부티지지가 개스값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는 포스트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수천번 공유되자 부티지지 장관은 2만7400달러부터 18만1450달러 가격대의 전기차 리스트 링크를 트위터 공유하며 “전기차 가격에 대한 이상한 주장이 보인다”며 반박에 나섰다. 박낙희 기자전기차 개스값 개스값 인상 음모론 Auto News NAKI 박낙희

2022.03.1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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