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한인타운의 한글 간판들은 한인에게 민족적 동질감을 안겨준다. 한인 노숙자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8가와 사우스 카탈리나 스트리트 인근 한 골목에는 윤애복(65) 씨가 맨 바닥을 매트리스 삼아 살고 있다. 햇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외진 골목이 그녀의 거주지다. 악취가 가득하다. 페트병, 폐지, 버린 가구 등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대변 때문에 걸음을 떼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역설적이지만 이 골목은 그녀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이다. LA시 공무원들은 몇 번이나 셸터 이주를 권유했다. 한번은 윤 씨가 공무원들에게 이주할 의사를 밝혔다. 공무원들은 그 말에 즉시 그녀의 옷과 소지품을 챙겼다. 멍하게 있던 윤 씨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가 옮기게 될 셸터가 어디에 있죠?” “여기서 6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요.” 그녀는 갑자기 격앙된 목소리로 거절 의사를 밝혔다. 노숙자가 원하지 않으면 강제로 이주시킬 수 없다. 시정부 규정 때문이다. 윤 씨는 쓰레기 가득한 그 골목길에 다시 혼자 남아야 했다. 답답한 마음에 왜 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냥 여기가 좋아요. 다른 곳은 싫어요.” 쓰레기가 널려 있고 악취가 나는 골목인데도 그곳을 벗어나는 게 싫은 듯했다.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한 이질감 때문일까. 타인종이 많은 한인타운 밖으로 나가는 건 두려움이다. 가장 익숙하다고 느끼는 그 골목에서 정작 그녀는 누구도 반기지 않는 존재다. 주변 업주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업주 입장에서 노숙자는 껄끄러운 이방인이다. 참을 만큼 참았는지 한 업주가 소리쳤다. “제발 여기를 떠나. 죽더라도 여기서 죽지 말고 다른 데 가서 죽어.” 무정한 말을 듣고도 그녀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고개만 숙인 채 길바닥만 응시하고 있다. 하루이틀 일이 아닐 터다. 냉정 이면에는 인정이 공존한다. 일종의 연민이다. 한인 문화의 특성이 그렇다. 식당을 찾았다가 윤 씨를 보고 음식을 따로 투고해서 가져다주는 이들도 있다. 인근 업주들은 쫓아내고 싶지만, 한편으론 마지못해 돕는다. 더러 주머니 속 잔돈도 건네준다. 11월의 LA 바람은 제법 차다. 길을 가던 중년의 한인 남성이 물었다. “저녁 식사했어요?” 세 끼를 챙겨 먹을 리가 없다. 윤 씨는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웅얼거렸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그녀는 떡국이 먹고 싶다고 했다. 이 남성은 지갑에서 2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꺼냈다. 인근 식당에서 떡국을 투고해서 건넸다. 식당 주인도 노숙자가 먹을 음식이라 좀 더 넉넉하게 담았다고 했다. 떡국을 받아 든 그녀는 한국어 무가지를 찾아 바닥에 깔았다. 단순히 음식 받침 용도는 아니다. 음식을 먹던 그녀가 갑자기 신문에 적힌 날짜를 가리키면서 요일을 물었다. 하루하루 길거리에서 생존하느라 시간을 인지할 여유조차 없는 게 분명하다. 윤 씨 주변엔 늘 한국어로 된 무가지가 있다. 한인타운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연결고리일지도 모른다. 본지가 현재 영문 기사로 준비 중인 한인타운 노숙자 시리즈의 한 부분이다. 지난달 그 첫 번째 스토리로 노숙자 사역을 하다가 노숙자로 전락해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이강원 목사의 삶을 보도했다. 후속 취재를 통해 이 목사가 한인타운에 머물다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살아있는 노숙자들의 삶을 통해 찾고 있다. 한인타운은 노숙자들에겐 역설이 반복되는 곳이다. 그들은 심적, 정서적, 문화적으로 안도감을 느끼는 동시에 배척 당하고 소외되고 있다. 상반된 감정이 뒤섞인 공간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 목사도 그렇게 살다가 끝내 노숙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채 죽어야 했다. 이는 또 다른 ‘이강원’이 우리 주변에서 언제라도 숨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해결책도, 대안도 고민할 수 있다. 길거리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이유다. 장열 / 사회부장중앙칼럼 이강원 한인타운 노숙자 한인 노숙자 이강원 목사
2024.12.17. 18:30
제38대 뉴욕한인회가 제1차 정기이사회를 열고, 이강원 이사장 등 회장이 선임한 이사와 단체 이사, 신임 집행부를 인준했다. 지난달 28일 맨해튼 뉴욕한인회관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는 이강원 이사장과 함께 김용철·류제봉·이희수·최원철 등 회장이 선임한 이사 5명이 인준됐다. 단체 이사로는 대뉴욕노인복지회·대뉴욕지구한인상록회·뉴욕한인수산인협회·뉴욕한인냉동협회 등이 인준됐다. 또 뉴욕한인회는 업무 효율성과 독자성을 높이기 위해 신임 집행부를 14개 수석부회장 체제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번에 인준된 수석부회장은 총 9명으로, 강병목(대내담당)·고은자(한국어 및 역사 담당)·김선혜(대외담당)·김성진(전략기획 담당 겸 통상개발특별위원장)·김자경(홍보담당)·부용운(행정지원 상임 수석)·설광현(경제개발담당)·이승우(정무 및 법률지원)·최윤희(교육/문화담당) 등이다. 5개 부서는 추후 인준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는 회칙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기로 의결하고, 기존 민경원 회칙위원장과 위원 전원을 해임했다. 회칙위원회 재구성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다음 이사회에서 하기로 했다. 뉴욕한인회는 “2017년 3월 4일 개정된 회칙을 분석, 검토한 결과 업무상 배임 등의 이유로 기존 회칙위원을 모두 해임하기로 했다”며 이사임명 조항 등이 뉴욕주 및 연방법의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위반하는데도 그대로 이사회로 넘긴 점, 영문과 한글 회칙이 상반됐는데도 그대로 인준하게 한 점, 회장 출마자격을 제한시키는 회칙 개정을 총회에서 승인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날 이사회에선 민승기 전 뉴욕한인회장이 뉴욕한인회에 공금반환소송 패소 관련 합의금 15만 달러를 완납했다는 내용도 공유됐다. 또 뉴욕한인회는 오는 29일 뉴욕컨트리클럽에서 뉴욕한인회 기금 마련 골프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김은별 기자뉴욕한인회 이강원 이강원 이사장 맨해튼 뉴욕한인회관 회칙위원회 재구성
2023.08.01. 18:39
60대 한인 형제가 함께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전권(BQ)을 따내 화제다. 주인공은 이강용(67·부에나파크), 이강원(65·풀러턴)씨다. 이씨 형제는 풀러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마라톤 동호회 ‘이글 러너스’ 소속으로 지난 13일 출전한 빅베어 마라톤 대회에서 나란히 3시간 48분 11초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전은 마라토너들이 가장 성취하고 싶어하는 목표다. 내년 4월 열릴 보스턴 마라톤 대회 65~69세 부문 출전권은 4시간 5분 내에 풀코스를 주파한 이에게 주어진다. LA한인타운에서 회계사무실을 운영하는 이강원 공인회계사(CPA)는 마라톤 경력 3년으로 이번에 두 번째 BQ를 달성했다. 형 이강용(음식 배달업)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첫 풀코스 도전을 통해 BQ를 따냈다. 이 회계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내 풀코스 기록은 3시간 40분이지만, 형을 위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했다. 첫 번째 풀코스 도전에서 BQ를 따낸 형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글 러너스의 회원은 현재 30여 명이다. 가입을 원하는 이는 김부열 회장(714-493-8083) 또는 황금연 재무(714-625-5979)에게 연락하면 된다.이강용 이강원 이강용 이강원
2021.11.21.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