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4가지의 힘이 작용한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그리고 약력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힘은 중력과 전자기력이고, 강력과 약력은 원자의 세계에서 작용하는 힘이다. 힘의 크기로 늘어놓으면 강력이 가장 세고 전자기력, 약력, 중력의 순이 된다. 중력은 태양 주위를 지구가 공전하는 것처럼 모든 천체가 서로 붙잡혀서 운행되고, 심지어는 우리도 지구 표면에 붙어살고 있는 힘이다. 쉽게 말해서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바로 중력이며, 만유인력이 바로 중력이다. 큰 우주를 관장하는 힘이 중력이지만 원자의 세계에서는 전혀 맥을 못 춘다. 전자기력은 자석이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중력 때문에 못은 허공에 떠 있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다. 그런데 땅바닥에 있는 못에 자석을 대면 바로 튀어 오르며 붙는다. 전자기력이 중력보다 세다는 것은 이렇게 간단히 알 수 있다. 강력과 약력은 아원자 세계에 작용하는 힘이다. 강력은 원자핵 속의 양성자끼리, 아니면 양성자 속에 있는 쿼크끼리 묶는 힘이다. 수소 원자는 양성자가 하나지만, 헬륨은 양성자가 둘이고, 산소는 여덟 개, 철은 스물여섯 개의 양성자를 원자핵 속에 가지고 있다. 단지 양성자의 개수에 따라서 원소의 성질이 달라진다. 우주에는 총 92개의 기본 원소가 있는데, 양성자가 1개인 수소에서 시작하여 우라늄은 92개의 양성자를 갖는다. 그런데 양성자는 양의 전하를 갖기 때문에 두 개 이상의 양성자끼리는 서로 밀치게 되므로 그런 양성자들을 꽉 묶어 둘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을 강한 핵력, 줄여서 강력이라고 한다. 약력은 방사성 붕괴 때 발생하는 힘인데 이상 4가지 힘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중요하지 않다. 과학자들은 원래 힘은 하나였는데 빅뱅 때 4가지로 분리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그 4가지 힘 중 중력과 전자기력을 합쳐보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그 후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약력과 전자기력을 합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강력까지 합치는 것을 '대통일 이론'이라고 하고, 중력까지 합쳐서 모든 힘의 통일을 이룰 경우가 '모든 것의 이론'이다. 전자기력과 강력과 약력 등 세 힘을 합치는 대통일 이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가속기가 있는데 지금 그 기계가 낼 수 있는 최대 에너지의 천억 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4가지 힘을 몽땅 합치는 모든 것의 이론에 필요한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현재 그 입자가속기의 길이가 27km인데, 이것을 빛이 1,000년 동안 움직일 길이로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쯤 되면 고에너지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애당초 틀렸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의 이론은 물리학의 끝이다. 작지만 그래도 질량을 가진 전자의 움직임이 뉴턴의 운동 법칙을 따르지 않았을 때, 순진한 과학자들은 고전물리학과 양자역학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멋진 이론을 찾기 시작했다. 그것에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좀 낭만적인 이름까지 만들어 붙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어림없는 상상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이론 중력 전자기력 약력과 전자기력 전자기력 약력
2022.06.10. 14:49
지금까지 우리가 밝혀낸 우주의 기원은 빅뱅 이론이 대세다. 1927년 로마 가톨릭 신부였던 조르주 르메트르는 아주 작은 점에서 시작한 우주를 상상했다. 그는 과거 어느 시점에는 우주의 모든 것이 한 점에 모인, 시간도 공간도 없던 상태를 생각했다. 나중에 교황청 과학원장을 지내면서 과학과 종교를 엄격히 구별했던 시대를 앞선 선구자였다. 두 번에 걸친 상대성이론으로 이미 세계적 권위를 가진 아인슈타인을 만난 젊은 신부는 자신의 우주론을 설명했다. 그러나 우주는 항상 일정하다고 믿었던 아인슈타인은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후 구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물리학자가 그 이론을 발전시켜 태초에 우주는 큰 폭발로 시작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자가 내놓은 이 황당하고 급진적인 이론은 정적 우주론을 기반으로 한 천체물리학의 대세에 밀려 자연스럽게 사장되었다. 당시 유명한 물리학자가 라디오 대담 프로에 출연하여 일부 정신 나간 사람들이 우주가 '꽝(Big Bang)' 하고 폭발하여 시작했다는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한다며 비꼬았다. 조롱하기 위해서 사용했던 말이 지금 천체물리학에서 대세로 여기는 빅뱅이다. 1930년경 우리 눈에 별처럼 보이는 것 중, 사실은 그것이 하나의 별이 아니라 별의 집단인 은하라는 사실, 즉 외부 은하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 우리가 속한 은하가 우주 전체인 줄 알았는데, 그런 은하가 또 다시 엄청나게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천체물리학에 큰 획을 긋는 발견이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런 은하와 은하 사이가 엄청난 속도로 서로 멀어지는 것을 알자, 그 속도로 시간을 거꾸로 계산한 결과 우리 우주는 137억 년 전에 한 지점에서 시작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빅뱅 이론이 과학적으로 뒷받침된 것이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으며 그러므로 처음에는 한 지점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1960년대 초 전화회사 연구원들이 인공위성에서 수신한 전파에 섞인 잡음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을 괴롭힌 정체불명의 전파는 우주 전역에서 발생했으며 그 세기도 균일했다. 그것이 빅뱅 직후에 발생한 전자파의 잔해라는 사실로 노벨상을 받았고, '우주배경복사'라고 불리는 이 유명한 발견으로 빅뱅 이론이 대세로 굳었다. 137억 년 전에 대폭발이 있었다. 여기저기 떠다니던 양성자는 중성자와 전자와 결합하여 수소 원자가 되었고 엄청나게 뜨거운 온도로 인해 핵융합이 시작되어 헬륨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쯤 우주 공간 온도가 내려가면서 핵융합은 멈추고 그 대신 수소가스가 중력의 힘으로 응축되어 우주 공간 이곳 저곳에서 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별의 수명이 다하면 덩치가 큰 별들은 폭발하여 여러 원소를 우주 공간으로 퍼뜨리고, 또 그런 별들의 파편이 모여 다시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그 주위에 행성이 생기고 별의 수명이 다하면 폭발을 반복하면서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이 이야기가 바로 우리가 어디서 왔으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한 답이다. 우리는 무한히 생멸하는 별의 잔해에서 왔으며, 더 과학적인 표현을 빌려 비약하자면 우리는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핵폐기물의 재활용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온갖 별로 가득 찬 은하의 한 귀퉁이에서 우리 인류는 시작되었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빅뱅 이론 은하가 우주 우주 공간 정적 우주론
2022.04.15. 14:32
우리는 상대성이란 말만 나오면 자동으로 아인슈타인을 떠올리지만 사실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주위 사람들이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를 잇는다는 취지에서 저자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상대성 이론'이라고 불렀다. 자기 이론을 확신하고 있던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이론 자체가 상대적 사실로 오해 받을 것을 염려했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결국 상대성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후세에 길이 남게 되었다. 밤낮이 바뀌는 것이 지구의 자전 때문에 생긴 현상임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고 생각한다.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일상생활의 경험을 통해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라는 당연한 진실 속에서 살던 중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직장을 구하지 못 했던 아인슈타인은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여 스위스 베른에 있는 특허청에 취직했는데 여유 시간이 많아 자신의 전공인 이론물리학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먼저 그는 시간은 속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 상대적임을 깨달았다. 속력이 빨라지면 시간이 지연된다는 사실이다. 철수는 기차에 타고 있고, 영희는 철길 옆 언덕에서 달리는 기차를 보고 있다고 상상하자. 기차 안에서 철수가 보는 사과는 직선으로 바닥으로 떨어진 반면, 밖에서 영희가 본 사과는 기차가 달리고 있음으로 사선을 그리며 비스듬히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직각삼각형에서 사선 변은 직선 변보다 길다. 영희가 본 사과가 철수의 사과보다 상대적으로 더 긴 거리를 움직였다는 말이다. 더 먼 거리를 가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영희는 철수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철수의 시간은 영희의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흘렀다. 그 이유는 철수의 기차 속력 때문이다. 즉 속력이 빨라지면 시간은 늦게 흐른다. 이것이 특수상대성 이론이다. 그 다음에 공간은 중력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태양처럼 무거운 질량을 가진 천체 주변을 지나는 빛은 중력 때문에 휜다. 이는 빛은 직진한다는 성질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 큰 질량이 공간을 휘게 함으로 휘어진 공간을 직진하는 빛은 관찰자의 눈에는 휘는 것처럼 보인다. 한술 더 떠서 뉴턴이 말한 인력이라는 힘도 사실은 어떤 천체의 질량이 공간을 휘게 하고, 그 휜 공간에 갇힌 작은 천체는 무엇인가에 붙잡힌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이불 빨래를 하여 젖은 이불 소창을 잘 펴서 말리려고 두 사람이 양손으로 소창의 네 끝을 잡고 팽팽하게 당기는 모습을 예로 들어 보자. 두 사람이 힘을 주어 소창을 넓게 펴서 당기고 있는데 손자가 가지고 놀던 농구공을 그 위에 올려놓자 농구공이 놓인 소창의 중심부는 공의 무게 때문에 아래로 불룩 쳐졌다. 재미를 붙인 손자는 이번에는 탁구공을 던졌는데 탁구공은 농구공을 중심으로 경사면에서 원을 그리며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만약 공기의 저항과 소창 표면에서 오는 마찰이 없다면 탁구공은 농구공 주위를 영원히 돌 것이다. 이때 농구공이 태양이라면 탁구공은 지구다. 이것이 일반상대성 이론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상대성 이론 상대성 이론 상대성 원리 전공인 이론물리학
2022.04.01.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