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아메리칸 드림’ (하)] 막연한 환상 대신 현실적 이민 꿈꾼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등으로 ‘아메리칸 드림’ 문턱은 높아졌어도 기회를 찾아 꿈을 좇는 이들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체자 단속 탓에 이민이 완전히 막힌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1세대 이민 사회는 생존이 목표였다면, 최근에는 한국에서 쌓은 경제적 기반과 선배 이민자들이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안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는 경우가 많다. 본지가 구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한국 내 ‘미국 이민’ 검색 빈도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주요 검색어로는 ‘미국 이민 현실’, ‘미국 취업’, ‘영주권’ 등 현실적인 키워드가 다수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요식업에 종사하는 정해규(29)씨는 최근 미국 이민을 고민하고 있다. 정씨는 “한국 요식업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지만 경쟁이 과도하고 유행이 빨라 장기적으로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물론 미국도 쉽지는 않겠지만, 시장 규모나 확장 가능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한국보다 기회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녀 교육을 이유로 이민을 고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인들의 주요 이민 동기(2024년 기준)는 가족 간 결합(38%)과 교육(28%)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첫 아이의 아버지가 된 박상현(30·한국 거주)씨는 “아이를 낳고 나니 교육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한국의 교육 환경이 지나치게 경쟁 중심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미국의 교육 과정은 선택지가 더 다양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에도 이민 생활을 다룬 콘텐츠가 넘쳐난다. 여행이나 소비 중심의 영상뿐 아니라, 취업 과정과 비자 문제, 생활비와 육아까지 다루는 ‘현실 공유형’ 콘텐츠도 꾸준히 조회 수를 늘리고 있다. USC 유학생 출신인 우재은 씨는 유튜브 채널 ‘젠(Jen)으로 살아가기’를 통해 미국 생활과 직장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유학생 시절과 사회 초년생 시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 준비와 비자 문제, 직장 문화 등을 다루고 있다. 우씨는 “20대 초반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비슷한 처지의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며 “성공담보다는 시행착오와 불안을 솔직하게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주·유학 상담 현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서울에서 유학·이민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최모 대표는 “상담 문의가 줄기보다는 오히려 더 구체화되고 있다”며 “막연한 미국행이 아니라 어떤 비자와 경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따지는 질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환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유헌성 UCLA 연구원은 “미국 이민에 대한 관심은 정책 하나로 사라질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며 “이미 구축된 한인 사회의 정보망과 생활 인프라, 선배 이민자들의 경험 축적이 여전히 강력한 이주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아메리칸 드림’은 더 이상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약속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좇을 수 있는, 현실적인 꿈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다시 쓰는 '아메리칸 드림'(상)] "꿈 펴고 싶어도 미국 남을 길 못찾아" 강한길 기자미국 아메리칸 반이민 정책 이민 동기 이민 현실
2026.01.28. 20:54